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51 - Chapter 160
1015 Chapters
제151화
“축하드립니다.”차가운 목소리에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당신을 저희 쪽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은데요.”하지만 추예진은 어딘가 비웃음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스타인 엔터 소속입니다. 전체 각본을 맡을 정도로 나름 잘 나가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왜... 삼류 각본 작업을 맡아야 하는 거죠?”“가 을 표절했다는 소문은 들으셨죠?”“네. 원작 표절에 대해선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리고 설령 촬영이 중단된다 해도 웹드라마 각본 작업에 참여할 생각은 없습니다.”“...”너무나도 단호한 말에 강유리는 힘이 쫙 풀리는 기분이었다.이제 조금만 더 가면 스타인 본사 건물에 도착하게 된다. 이대로 추예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유리는 이를 악물었다.‘그래. 쪽 팔린 김에 끝까지 가보지 뭐.’날카로운 말에 상처받은 마음을 겨우 다스린 강유리가 추예진의 팔목을 꼭 끌어안았다.“이모~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더 고민해 봐. 응?”갑작스러운 태도 전환에 당황한 추예진의 차량은 큰 S자를 그리며 흔들거리다 겨우 다시 중심을 잡았다.하지만 그때 마침 신호등이 바뀌고 추예진은 다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관성에 의해 하마터면 핸들에 머리까지 박을 뻔하자 추예진의 차가운 얼굴에 드디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강유리!”“이제 강유리 대표가 아니라 강유리로 봐주는 거야?”“하.”자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여전히 뻔뻔한 강유리의 모습에 추예진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그녀는 어색하게 팔을 돌리며 어떻게든 강유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했지만... 강유리는 그녀의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이모! 한 번만... 한 번만 고민 좀 해줘. 나 이렇게 당하곤 억울해서 못 살아.”그녀의 말에 강유리에게 잡힌 팔이 살짝 움찔거렸다.강유리와 추예진. 비록 모녀처럼 친한 사이였으나 강유리는 본체 성격이 차가워 그녀 앞에서 아양은커녕 살
Read more
제152화
이에 강유리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뭐야? 지금 질투하는 거야?”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고개를 홱 돌린 모습, 육시준이 삐질 때와 비슷한 얼굴이었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하, 질투? 내가 왜?”비록 추예진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평소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훨씬 누그러진 지 오래였다.역시, 가끔은 세게 나가는 것보다 유한 방법이 더 잘 먹힐 때도 있구나를 되뇌이며 강유리는 해명을 이어갔다.“나도 스타인에 있는 내 사람들 다 데리고 오고 싶지. 하지만 나한테도 시간이라는 게 필요해. 신주리는... 마음의 문이 촬영을 앞두고 있잖아. 어떻게든 여자 조연 배우 구색은 맞춰야 할 거 아니야.”긴 말을 늘여놓는 강유리의 요지는 단 하나, 적당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였다.이에 추예진이 그녀를 흘겨보았다.“그러니까 지금이 날 너희 회사로 스카우트해 갈 기회라 이 말이야?”“그게 아니라...”강유리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추예진은 다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사고 터졌을 때는 연락 한 번 없다가. 이제 좀 급해졌나 보지? 내 생각을 다 해주는 걸 보면?”“이모한테 혼날까 봐 그런 거지...”이때 날카로운 클락센 소리가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강유리와 추예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신호등이 바뀌었던 것이다.차 안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강유리도 거의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걸 잘하는 타입도 아니고 자기 약한 면까지 드러내며 애교까지 부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으니 더 이상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힘이 쭉 빠졌다.“시나리오나 보여줘.”차량이 건물 앞에 멈춰서고 추예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갑작스러운 희소식에 강유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정말?”핸들에 손을 얹은 채 뭔가를 생각하던 추예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가 널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총각본을 맡았다는 기사 아직 안 터졌잖아. 다 널 위해서였다는 거 모르겠니
Read more
제153화
코를 훌쩍인 강유리가 차가운 얼굴로 추예진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래? 흠, 그럼 허락한 거다? 비서한테 얘기해서 시나리오 보낼 테니까 잘 읽어봐. 이틀 안에 답 주고.”“...”방금 전까지 온갖 불쌍한 척은 다 할 때는 언제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강유리의 모습에 추예진은 몰래 이를 갈았다.‘내가 이 계집애를 그냥...’그렇게 성공적인 협상을 마치고 추예진은 스타인 엔터 건물로 들어가고 강유리는 하석훈이 그녀를 데리러 오길 기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잠시 후, 그녀 앞에 나타난 건 하석훈이 아닌 익숙한 레드 마샬라티였다.차에서 내린 성신영이 득달같이 달려왔다.“강유리! 너 뭐야? 여긴 왜 또 온 건데. 또 천강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이게 미쳤나. 미친개가 따로 없네.’ “미쳤어? 이쪽 거리가 다 임천강 거야?”같잖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는 강유리의 모습에 성신영은 잔뜩 경계의 날을 세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패션쇼장에서 있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며 성신영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강유리, 넌 뭐가 그렇게 잘 났는데.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듯한 그 눈빛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래놓고 내가 원하는 건 다 빼앗아가버리잖아.”강유리를 한참 동안 죽어라 노려보던 성신영이 피식 웃더니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그 드라마 때문에 온 거지? 네가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린 이 드라마 끝까지 진행할 거야. 정 못 참겠으면 소송이라도 걸어보든지. 뭐, 그럴 여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말을 하면 할 수록 성신영은 점점 의기양양해져갔다.“유강엔터... 투자자들도 다 발 빼고 있다면서? 회사가 간당간당하니까 우리 드라마 걸고 넘어지겠다는 거지? 죽을 날만 받아둔 영감 하나 무서워서 우리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어?”강유리의 약점만을 콕콕 찌르는 날카로운 말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연했다.귀국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면 화를 내고 슬퍼했을지도 모르겠다. 성홍주의 편애, 임천강의
Read more
제154화
하지만 성신영이 히스테리를 부리든 말든 강유리는 단호하게 돌아섰다.“거기 서!”비록 꼴 사납게 넘어지긴 했지만 육체적인 충격 덕분에 성신영 역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아니야. 아까 인터뷰 분위기가 안 좋긴 했지만... 유강엔터와 뭘 하겠다는 말은 없었어. 어디서 허세야...’“강유리, 네가 뱉은 말 다 책임질 자신있어? DH를 끌어들이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쪽에서 그렇게 해준대?”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일어선 성신영이 옆에 서 있는 육시준을 훑어보았다.“형부,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참 괜찮단 말이야. 언니가 좋아할만 해. 그런데... 형부가 3년 전 일을 알아도 그렇게 네 편을 들어줄까?”성유리의 말에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눈썹을 치켜세웠다.“형부, 엔터 사업이라곤 전에 손도 안 대본 언니가 이쪽으로 왜 그렇게 인맥이 많은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 3년 전에... 남자 때문에 철창살이까지 할 뻔했던 건 아세요? 그래서 3년 동안 도피유학 떠났던 거잖아요.”“성신영!”3년 전 일을 언급하니 강유리도 표정이 어두워졌다.“아, 형부 아직 모르셨구나. 아, 나도 참 입이 방정이라니까.”가식적인 미소를 지운 성신영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경고했다.“강유리, 내 사진... 유출하기만 해봐. 나 혼자는 안 죽어. 내가 자폭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 그 일 다 까밝힐 거니까 각오해.”노골적인 협박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 시선 따위 이제 신경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당연하게도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는 자신의 모습에 강유리 본인도 놀라웠다.한편, 시종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뜬금없이 한 마디 내뱉었다.“그 드레스... 눈에 익네요.”드레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성신영이 피식 웃었다.“이거 DH 시즌 신상인데요.”“저번 달에 JH 빌라로 이사오고 나서 드레스룸 전체를DH 브랜드로 꾸미셨죠?”“네.”“제 기억이 맞다면 그날 브랜드 측에 연락하고 나서 관계자가 30분도 안 돼
Read more
제155화
‘하여간 말이 안 통해요.’강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육시준에게 또 물었다.“그런데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야? 뭐 근처에 볼일이라도 있었나 봐?”“너 데리러 온 거야.”하지만 다음 순간, 옆통수가 따뜻해질 정도로 느껴지는 은근한 시선에 육시준은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아이쿠, 가뜩이나 자뻑모드신데 이런 말까지 하면 더 난리나겠네.’역시나 그의 말에 강유리의 미소는 더 밝아졌다.어젯밤 흘러가듯 했던 말을 기억하다니.강유리가 육시준의 손을 덥석 잡고 그는 어색하게 손길을 피해 핸들을 잡았지만 강유리는 포기란 없다는 듯 그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만 좀 해. 운전 중이잖아.”“쳇, 저번에는 운전 중에도 잡게 내버려뒀으면서?”어떻게든 오른손을 끌어낸 강유리는 손깍지까지 끼곤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까... 성신영이 한 말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 말 믿어줄 수 있어?”“믿어.”“...”너무나도 확고한 말투에 오히려 강유리는 당황스러웠다.“왜? 아니, 이렇게 쉽게 믿는다고?”‘전 남친한테 그렇게나 질투심을 느끼는 남자가... 이 경우에는 바로 믿는다고? 난 또 한동안 힘들게 설득해야 하는 건가 걱정했더니...’“첫날밤 긴장한 꼴을 보면... 딱히 남자 후리고 다닌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서.”담담하지만 어딘가 모를 장난기가 담겨있는 육시준의 목소리에 얼굴이 확 달아오른 강유리는 잡고 있던 깍지를 후다닥 풀었다.“그럼 당신은? 여자 몇 명이나 만나봤는데?”이에 이번엔 육시준이 다시 그녀의 손을 지긋이 잡았다.“뭘 꼭 여러 명 만나 봐야 하나? 요즘엔 여러 가지 자료들도 있고...”“하!”‘여러 가지 자료?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프로젝트 시장 조사라도 하는 줄 알겠어? 저렇게 점잖은 목소리로... 못 하는 말이 없어...’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지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그녀의 마음도 점점 안정이 되어갔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해 보니 조보희의
Read more
제156화
조보희가 온갖 악을 쓰던 그때, 라이브 채널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녀에 관해 이런 저런 나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녀는 모기 같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며 라이브 방송은 잠깐 쉬는 게 어떠냐며 제안하고 했다.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 조보희는 수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저쪽 말을 듣지도 않고 다짜고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알겠어! 당분간 라방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너까지 짜증 나게 이럴 거야!”“...”이에 한동안 정적이 일고 한참 뒤에야 매니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게요, 언니... 대표님이 물으셔서요. 정말 강유리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으신 건가요?”저번, 조보희가 병원에서 켠 라방이 반응이 좋아 매니저는 강유리와 브이로그식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었지만 강유리와 안 친하다고 단칼에 거절했었다.그래서 그쪽에 관한 얘기는 끝난 건 줄 알았는데 또 왜...“언니?”“사이 안 좋아! 내가 걔랑 같은 화면에 나올 일은 없으니까 대표 그 자식한테 꿈 깨라고 전해!”조보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근데... 방금 전에 강유리 대표가 SNS에 언니를 두둔하는 글을 올렸는데... 진짜 사이 안 좋으신 거 맞아요?”대중의 조롱을 받는 사람의 편을 든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 막역한 사이에서도 망설여질만한데 강유리가...?“지금 SNS 확인 좀 해보세요.”조보희가 귀를 의심하며 휴대폰을 켜고 역시나 강유리의 포스팅을 공유한 링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결과물이 어떠하든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정성이 담긴 작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란 이유로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건 멈춰주세요. 그리고 제가 볼 땐 나름 귀엽던데요.”사람들은 강유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며 그녀의 편을 들어댔지만 조보희는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걔도 분명 날 비웃고 있을 텐데 왜? 도대체 왜...?’하지만 의아함보다 왠지 모르는 흥분감이 그녀의 심장을 콩닥거리게
Read more
제157화
“아, 다른 대표님들도 모셔봤는데 소화기관 쪽이 안 좋으신 분들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더라고요.”어색하게 화두를 돌린 아주머니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국을 떠 강유리에게 건넸다.국 그릇을 받아든 강유리가 의아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바라보았다.“평소에 소화 잘 안 되고 그래? 속도 쓰리고?”“알면서 뭘 물어?”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묻자 강유리는 눈이 더 동그래졌다.“한 이불 덮고 살면서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하, 말을 해줘야 알지. 내가 뭐 의사도 아니고. 낯빛만 봐도 병명이 촤르륵 나오고 그러나 뭐?’고개를 푹 숙인 강유리는 애꿎은 국만 연거푸 들이키고 숟가락과 그릇이 닿는 소리가 조용한 식탁에 유난히 챙챙 울려 퍼졌다.한편,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다 이대로 스르륵 나가면 괜히 더 오해를 살 것 같아 은근 한 마디 덧붙였다.“사모님께서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내일은 사모님 취향대로 준비할게요.”곰곰히 생각하던 강유리가 대답했다.“요즘 매운게 그렇게 당기더라고요. 내일은 훠궈 어때?”강유리가 육시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주머니의 눈빛에 담긴 걱정을 눈치챈 육시준이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와이프 먹고 싶다는 거 한끼 정도야. 충분히 먹을 수 있지.”“우리 맵찔이 괜찮겠어?”그녀의 비아냥거림에 수저를 들던 육시준의 손길이 멈칫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 은근한 경고의 빛이 흘러나왔다.“아, 장난. 장난이야.”위험을 감지한 강유리가 바로 한 마디 덧붙였다.부부가 티격태격 말싸움을 시작하자 아주머니도 이때다 싶어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는 이어지고 무슨 말을 하면 분위기를 풀 수 있을까 싶어 머리를 굴리던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낯선 번호.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여보세요?”“강유리! 네가 이런다고 내가 네, 감사합니다 인사라도 할 줄 알았어? 사람 우습게 보지 마!”수화기 저편에서 분노에 가득 찬
Read more
제158화
JL빌라.육시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 강유리의 밥 그릇에 갈비찜 하나를 올려주었다.“둔한 사람한테는 호의를 표현할 때도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자칫하다간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오해 아니야. 진짜 걔 도와준 거 아닌데?”갈비찜을 한입 베어문 강유리가 물었다.“조보희에 대해 잘 아나 봐?”“개인적으로 친분은 전혀 없어. 그냥 저번에... 당신이랑 사이가 안 좋은 것 같길래 좀 알아봤지.”깔끔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유리를 바라보며 육시준은 생각에 잠겼다.한때 두 집안은 나름 사이가 좋았었고 조보희의 아버지 조희찬 역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강유리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우려 할 게 분명했다.그리고 조보희 역시 업계에서 평판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천성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 곁에 둘 만한 사람이기도 하고 말이다.지금 자기 편 한 사람이 아쉬운 강유리의 처지에서 굳이 그쪽 집안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나쁠 게 없다는 걸 똑똑한 강유리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육시준은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흠칫한다.역시나 어느새 그의 앞에 다가온 강유리가 동화속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여우처럼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니까 저번에 쇼핑할 때부터 날 좋아했다 이거지? 그래서 새 옷도 잔뜩 사준 거고? 어쩐지. 왜 갑자기 거금을 들여서 옷을 사주나 했어. 그런데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아? 미모랑 재력 빼면 딱히 볼 것도 없는데...”양볼에 손까지 얹으며 짐짓 부끄러운 척 배배 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육시준은 기가 막혔다.‘하, 가만히 보면 자뻑이 참 심해... 요즘 무슨 말만 하면 자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단 말이야...’특히나 예뻐서 좋다, 능력 때문에 좋다라는 대답을 뻔히 바라 듯 마지막에 강조까지 하는 강유리가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웃겼다.‘원하는 대답을 쉽게 해줄 수야 없지...’그녀의 밥그릇을 옮겨온 육시준은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밥이나 먹어
Read more
제159화
‘도도한 얼굴에서 오는 반전 매력을 노린 거라면... 확실히 충격적이긴 하겠어. 추예진 작가와는 아마 전부터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크고...’저녁 식사를 마치고 강유리는 시나리오 파일을 추예진에게 보낸 뒤 다시 한 번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DH 쪽에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답답한 마음에 서재에서 나온 강유리는 집사 아저씨에게로 향했다.“어제 오후 cctv 영상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아, 영상은 대표님께서 오후에 이미 확인하셨습니다. 사모님 명의로 브랜드 측에 영상도 보내셨고요.”“네?”그제야 오늘 오후, 성신영이 육시준 앞에서 했던 말을 애써 넘기느라 잊었던 디테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때마침 스타인 엔터에 나타났던 것, 성신영 앞에서 바로 DH에 관한 일을 말했던 것.현장에 없었으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건 아마...‘임 대표 그 사람 때문이겠지.’의아함과 함께 강유리는 1층에 있는 육시준의 서재로 향했다.“똑똑똑.”노트북을 덮은 육시준이 대답했다.“들어와.”서재로 들어간 강유리는 물컵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팔짱은 낀 채 육시준을 흘겨보았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남자의 눈동자가 번뜩였다.“예를 들면?”“임강준 씨, 정말 단순히 비서인 거 맞아? 뭐 다른 특별한 정체 같은 거 없어?”“특별한 정체? 내 비서면 충분히 특별한 거 맞는 거 같은데.”“하, 패션쇼 주최측에서 꼬박꼬박 임 대표님이라고 부르던데. 일개 비서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서.”강유리의 질문에도 육시준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LK그룹 자회사가 워낙 많잖아. 임 비서가 대표로 맡고 있는 데도 꽤 되거든. 최근엔 LK 주얼리를 인수받는 중이고. 참, 그러는 넌 디자이너 Seema랑 아는 사이야?”육시준의 해명을 들으며 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강유리는 마지막 질문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만다.“아니. 왜 그렇게 물어?”강유리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Seema 스튜디오는 올해 초에 잠정적 휴업에 들어간
Read more
제160화
강유리, 육시준 모두 생각과 다른 말을 뱉자니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어색하게 끝나버렸다.“크흠, 그건 그렇고... DH 쪽에 cctv 영상 보냈다면서? 고마워. 그리고 성신영 앞에서 내 편 들어준 것도 고맙고.”“미안. 내가 더 빨리 제대로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그게 왜 당신 탓이야. 그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 알았나?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이미 계획을 다 세워둔 강유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육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번 사건은 온전히 DH 직원의 건방짐으로 인해 벌어진 일. 하지만 대헌그룹 김대헌 회장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좋겠다 싶어 강유리의 명의로 영상을 보낸 것이었다.이쪽의 성의를 고맙게 여겨 대헌 쪽에서 깔끔하게 사과를 하고 강유리의 마음이 풀린다면 더 이상 따지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지금까지 친분을 뒤엎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따지고 들어야겠지.’강유리가 육시준의 무릎 위에 앉은 채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분위기는 점점 더 애매해졌다.따뜻한 분위기의 조명이 육시준의 조각 같은 이목구비 라인을 더 반짝이게 만드는데다 서로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 강유리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큼, 새삼스럽지만 참... 잘생겼단 말이야.’강유리가 조심스럽게 그를 훑어보던 그때,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피식 웃었다.“이젠 믹스커피 타주는 것도 귀찮나 보지? 겨우 깡 생수?”애매한 분위기가 담긴 목소리에 강유리의 가슴은 더 빠르게 콩닥이기 시작했다.“그... 그건 내가 마시려고 가지고 온 건데?”“하, 그러니까 날 위해서 물 한 잔도 안 따라오셨다?”“큼...”‘현모양처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 평생 이어가지 못할 바에야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서로에게 낫지 않겠어?’“내 모든게 다 당신 건데 뭘 그렇게 따져...”강유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컵을 건넸다.“모든게 다 내 거라고?”의미심장한 목소리. 이 남
Read more
PREV
1
...
1415161718
...
10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