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의 배신을 겪은 후, 강유리는 다른 남자와 초고속 결혼을 강행했다.신랑은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다정다감했지만 경제력은 많이 뒤떨어졌다.하지만 강유리는 괜찮았다. 돈은 자기가 벌면 되니까.사람들은 그녀가 외모만 보고 직장도 없는 무능력한 남자와 결혼했다고 비웃었다.그런데 그 잘생기기만 한 백수가 알고 보니 이 나라 재계 1위의 갑부 가문 출신이었다니.강유리를 포함한 주변 모두가 경악했다.강유리는 매달 그에게 상납했던 ‘용돈’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육시준, 이 뻔뻔한 놈! 이건 사기 결혼이라고!”육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복수할 기회를 줄게. 나한테 여보라고 불러주면 내가 가진 재산 전부를 줄 수 있어.”
더 보기강유리는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이끄는 육시준의 손을 얌전히 따랐다.사무실 내부에 간단하게 배치가 되어 있었다. 문에서부터 촛불 두 줄로 길을 만들어 내고 바닥에는 장미잎을 뿌려 놨다.길은 소파를 지나 산뜻한 꽃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선물 상자에 다다랐다.옆에 서 있던 강유리가 물었다.“이건... 내가 놓친 건가?”어제 집에서 종일 선물을 뜯고 나서야 선물을 조금 정리할 수 있었다. 선물은 전부 각자 지인이나 어른들이 보낸 거라 직접 뜯었다.다른 사람이 보낸 건 JL빌라로 보내 오씨 아주머니에게 맡겼다.그렇다면 여기에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가?“생일 선물.”육시준의 말과 함께 임강준이 책상에서 스탠드를 가져와 선물 옆에 세우자 세 쌍의 시선이 임강준을 향했다.침착한 얼굴에 차마 숨기지 못한 민망함이 서렸다.“이거, 깜빡할 뻔했습니다.”강유리는 숨길 생각도 없이 소리 내어 웃었다.육시준도 딱히 뭐라 하지는 않아 임강준은 서둘러 옆으로 비켰다.다 웃은 강유리가 예쁜 눈으로 기쁨을 한가득 안고 선물 더미를 쳐다봤다.결혼하던 당일은 강유리의 24번째 생일이었다.다들 결혼만 생각해 그날이 누군가의 생일이라는 건 까맣게 잊었다.그러나 육시준은 기억했던 것이다...그렇긴 하지만.“생일 선물이라기에는 좀 과하지 않나?”“딱 좋지. 24년 치 선물이니까.”눈빛이 살짝 흔들린 강유리가 육시준을 주시하자 아무거나 집어든 육시준이 태그를 읽었다.“이건 여섯 살 거네. 그때 초등학생이었지? 안에 분홍색 공주 원피스 들었는데, 마음에 들걸.”선물을 강유리의 품에 안겨 주고 다른 선물을 집었다.“이건 열여덟 살. 막 성인 됐을 때네. 그때 주얼리 디자인이랑 Fay 디자이너 스타일 좋아했다길래. 이 목걸이 그 디자이너 같은 해 새 작품.”강유리는 시선을 내리고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육시준이 또 다른 선물을 집으려 하자 결국 릴리가 입을 열었다.“아니, 진짜 언니의 한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의 선물을 준비하셨다고요?”“맞는데.”“...”
강유리의 입꼬리가 살짝 움찔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옆의 남자를 봤다.육시준도 입꼬리를 말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여자를 멈추게 했다."네 언니가 앞서갔나 보네. 보아하니 위로는 필요 없는 것 같은데.""네?"릴리가 되물었다."차 가져왔어? 알아서 가. 우린 볼 일이 있어서.""..."릴리의 얼굴 주변에 물음표가 가득 떠다니는 것 같았다.방금 연맹했으면서 내쫓다니, 이게 말이 되나 생각했다.좌석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릴리가 강유리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안 돼. 언니랑 같이 갈 거야! 우리 같은 처지인데 절대 떨어지면 안 되잖아."여기까지 말하고 내친김에 배은망덕으로 육시준도 공범이라 공격하고 싶었다.자기 엄마랑 몰래 연락했으니. 게다가 방금 그 두 마디로도 사건의 전말을 충분히 이해했다.육시준이 뭔가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한 것이다.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뒤통수가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결국 몸은 다시 좌석으로 물렀지만 강유리를 붙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조수석 좌석까지 꽉 안은 채로 육시준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봤다."저희 셋, 같은 처지인 셋은 떨어지지 않는 게 좋겠어요.""누구 마음대로 셋이지. 얼른 내려."육시준은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인정미가 없었다.차가운 두 눈을 마주하고는 한 마디도 더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내리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잠깐 침묵하더니 강유리를 안고 통곡했다."언니... 아까는 그냥 날 위로하려던 것뿐이야? 나 싫어하는 거 아니야? 나 안 싫어하면 제부가 왜 날 쫓아내? 엉엉.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래... 난 그냥 단순한 미소녀일 뿐인데!""..."강유리는 고막이 아파지는 기분까지 느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예의 그 눈빛으로 육시준을 슬쩍 봤다.어이없다는 것 외에도 타협의 뜻이 조금 있었다.그 눈빛을 느낀 육시준이 우는 척하는 여자를 주시했다."우리랑 같이 가려고? 진심으로?"순식간에 멈춘 릴리가 기계 같은 속도로 끄덕였다."그럼요.
강유리가 떠난 병실에서는 릴리가 또 한바탕 했는데, 홀로 어른 세 명을 상대하며 완승을 거뒀다.릴리의 표현이 더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화는 내지 않았고 질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근히 비꼬는 듯한 어투로 속을 후벼판 것이다."대단하시네요. 진짜 대단하세요. 저랑 우리 언니 바보처럼 보호하셨더라고요. 이번 권력 싸움에서 졌으면 저랑 우리 언니 죽어도 모르셨겠죠?""어려서 권력에 대해 몰랐을 때는 그렇다 쳐도 지금은 다 컸는데도 여전하시네요?""그쪽들이야말로 진짜 가족이죠. 공동의 적을 향해 정신이 팔려 있으니 저랑 언니는 그냥 보릿자루죠. 발언권이 없는 것도 모자라 인권도 없네요.""..."강미영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방금 한 명 끝냈더니 한 명이 또 온 것이다.하지만 이 말은 중점이 확실했다.강유리처럼 자기가 화난 이유가 뭔지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다.그에 이성적으로 천천히 바로잡았다."왜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잘 보호해야 너희들이 걱정을 안 할 거 아니야."지금 통제불능이 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뒷처리는 정확할 테니.절대 연루시키지 않을 것이다.바론 공작이 중독됐을 때도 바로 육시준이게 연락해 강유리 자매를 잘 보호해 달라 했을 정도였다.딱 하나 예상 못 한 건 그가 티 내지 않고 완벽한 케미로 뒷처리를 해 준 것이다."그럼 저희가 지는 걸 무서워할까 봐, 저희는 배짱이 작으니까 안 알려 주신 거예요?""당연히 아니지. 그냥 니가 엄마를 좀 믿어야...""엄마는 저희를 믿으세요?"릴리는 기세등등하게 냉정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했다."믿음은 상호적인 거예요. 베풂도 그렇고요. 그렇게 이기적으로 저희한테 잘해 주시면 그대로 받을 줄 아셨어요? 큰이모는 그 완벽한 계획 때문에 목숨까지 바치셨어요. 언니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바론 공작도 관건을 눈치 챈 것 같았다.“그러니까 네 말은 네 언니는 내 냉정함이나 모녀를 버린 걸 탓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지 못했던 걸 탓한다는 건가?“릴리가 노려봤다.
혹여나 강유리가 화낼까 두려워 온가족이 나서서 해명했다.이름뿐인 친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을까 봐 그런 것이다.하지만 정작 강유리의 기분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가 강유리에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던 것이다.결국 강유리에게 반항심리가 생기고 말았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향을 골라 분노를 뿜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질책하고 한치의 온기도 용납하지 않는 듯 냉정해졌다.그러나 오직 육시준만...가볍게 말 몇 마디로 강유리의 생각을 읽어냈다.감정은 풍선이라 할 수 있다. 슬쩍 찌르기만 하면 터지는 점이 닮았다. 그에 강유리의 코가 찡해지는 느낌과 함께 목이 답답해졌다. 억울함이 차오른 것이다.육시준은 눈시울이 붉어진 강유리를 품에 안으며 가슴 아프다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넌 아직 어리니까 어른들 입장에선 아직도 아이로 보일 수밖에 없어. 아이는 보호해야 하는 거, 너도 알잖아."따뜻한 품에 안긴 것도 모자라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들리지 강유리는 울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가녀린 어깨가 잘게 떨렸지만, 최대한 참아 보는 것 같았다.육시준은 강유리의 온갖 모습을 다 봤다.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이나 지어는 슬쩍 아부를 하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라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아팠다.큰 손으로 강유리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 달래듯 달랬다."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우리 유리 착하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울 필요 없어.""..."얼마나 지났을까. 강유리가 슬쩍 한 발자국 물렀다 자기가 적신 검은 셔츠를 보고는 민망하다는 얼굴로 다시 안겼다.가슴에 이마를 묻고 코를 들이키더니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이제 애 아니야. 결혼도 했거든?""응. 그래서 결혼한 다음에 알려 줬잖아."잠깐 멈칫한 강유리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육시준을 노려봤다."너 대체 누구 편이야?"방금 울어서 붉어지는 눈과 코에 속눈썹에는 눈물까지
"나는...""당신도 저한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나요? 당신 여자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강유리가 감탄했다. "정말 위대하십니다."바론 공작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매우 엄숙해졌다. "유리야, 그때 당시는 상황이 급박했다. 네 어머니는 유강 그룹과 도씨 가문의 보배였어, 네 출생은 혼전 임신일 수가 없었다...""높은 자리에 있는 당신들은 체면과 권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죠?""..."바론 공작은 말문이 막혔다.강유리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이 모든 걸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제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었네요. 애초에 당신들이 조사하지 말라고 말릴 때 그만뒀어야 했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겠죠."강유리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전반적인 계획을 망치는 것을 걱정했다.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길 바라면서 말이다.이제는 확실히 성공했다.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이다.하지만 강유리는 마음속이 왠지 답답했다."네 어머니는 캐번디시 가문이 잘 되길 바랐다. 그래서 자기가 사고를 당한 진짜 이유를 네 아버지와 너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일 거다.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강미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유리야, 그 아무도 이 모든 것을 계획할 수는 없다. 네 아버지도 몇 년 동안 살얼음판 위를 걸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노력을 했어. 목적을 달성해야만 네게 위협이 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게다가 네 아버지는 가문의 몇백 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계셔서 가장 주도면밀한 방법은 너를 그곳에서 내보내는 것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바론 공작 역시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강씨 집안과 도씨 집안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도왔던 것이다.그들은 모두 바론 공작을 도와 이 모든 것을 숨겼다.지하 주차장. 강유리는 운전석에 기대어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은 방금 병실에서 한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다시 물었다. "성홍주도 이 모든 걸 아는 거예요?""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언니가 임신했고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꾸려주고 싶어서 아버지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정도는."즉, 성홍주는 유강 그룹의 재산을 위해 기꺼이 이 역할을 도맡았다는 뜻이다.누구 아이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나중에 함께 지내면서 '조사' 를 해서 그는 이 아이가 고정남의 아이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온전한 가정?"강유리는 비꼬듯 피식 웃었다.그녀의 독선적인 배려로 인해 강유리는 어린 시절 내내 트라우마 속에서 보냈다. 자기 집에 살고 있는데도 곁방살이나 다름없었다.성홍주와 왕소영 모녀야말로 한 가족이었다. 강유리는 떨쳐버리고 싶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짐이었다.강학도는 위로의 말투로 말했다. "나중에는 다 운명의 장난이었다. 고성 그룹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네 어머니는 줄곧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출산이 임박할 때 출국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게다가 마침 강미연의 출산 예정일도 그 시기여서 자매가 같은 병원에 입원했으니 가짜를 진짜처럼 꾸미기에 충분했다.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게 말이다.하지만 상대가 누가 누군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큰불로 모든 것을 불태우려고 할 줄은 몰랐다.이 일은 또 바론 공작에게 기회를 주었고, 공명정대하게 두 아이를 거둘 수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네 어머니가 돌아간 후로, 네 이모는 그녀가 신경 쓰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지켰다. 이제는 진실이 밝혀졌으니 악한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강학도는 강유리를 보며 위로했다. "네 부모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네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고 했었어."강학도는 잠시 멈칫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결혼식에서 그 사람의 목적은 복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 부녀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어릿광대에 불과해.""우리 유리는 똑똑하니까 상대의 함정에 빠지지는 않겠지."".
강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중에는 신분을 바꿨어.""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나요?"육시준이 물었다."..."강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화제를 바꿨다. "결혼식 때 말썽을 피운 무술관의 제자가 고정철 쪽 사람이라는 거 짐작했지.""네.""고정철의 배후에는 도씨 집안 사람들이 있고요...""설사숙이요?"강유리는 물어봤지만 확신하고 있다는 말투였다.강미연은 의아해하며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을 알아?""사부님께 들었어요."그러자 바론 공작이 불만이 있는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그 사람이 너한테 그런 말을 왜 해?"강유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왜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긴 채 모든 일이 해결된 후에 '부득이한 상황이었다' 라는 한마디로 쉽게 얼버무려야 하나요. 그러고는 자기가 얼마나 위대하고 사심이 없는 것처럼 자기 감동이나 하고 말이에요.""..."바론 공작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고, 사심이 없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반대로, 그는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가지고 싶은 건 전부 손에 넣고 욕심을 부려서 남도 해치고 자신도 해쳤다.하지만 강유리를 속인 진정한 이유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란 건 진심이다..."설사숙이 동문을 살해했다고 들었는데, 이 동문은 도희 씨의 아버지입니까, 아니면 유리의 어머니입니까?"육시준은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강미연은 마음에 든다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보며 말했다."도희의 아버지는 도씨 가문의 전대 후계자였어."육시준의 눈이 반짝였다. 진실은 역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윌리엄 쪽에서 도씨 가문에 배치한 스파이가 바로 설사숙이야.""역시 그런거 였군요!""..."똑똑한 사람들은 몇 마디 만으로도 말의 뜻을 알아차린다.강유리가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들의 속도에 조금은 따라가지 못했다.몇 초 후에야 말을 이
강유리는 좋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허세를 부리고 비난한다면 강유리의 반항심을 자극해 더 막 나가는 스타일이다.육시준은 옆에 서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챘다.육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나지막이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유리가 오늘 온 이유도 다 같이 앉아서 제대로 얘기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리가 지금 화난 이유는 당신들이 그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였다는 것 때문입니다."강유리는 경악하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쳐다봤다. 육시준은 씨익 웃더니 강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모님의 죽음은 성홍주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도씨 집안의 외성 제자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정철은 도씨 집안의 그 제자와 협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모님에게 손을 쓰는 것은 고정철의 생각일 리가 없습니다."이 말의 뜻인즉슨 강민영은 그녀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의 목표는 강민영이 맞다. 이 말은 강미연을 조금 놀라게 했다.릴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책한 것이 모두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건가?강유리는 육시준의 이러한 분석을 묵인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는 창가로 가서 의자에 앉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래서 도대체 왜 신분을 바꾸신 거예요?""..."강미연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바론 공작은 현실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다.게다가 그는 이 일이 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면 강미연과는 관련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강미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 것이다.바론 공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일은 내 탓이다. 내가 상황을 잘 처리하지도 못한 채 네 어머니에게 구애했기 때문이야..."그들의 첫 만남은 굉장히 막장 드라마 같다. 강민영이 Y국으로 출장 갔을 때, 마침 부상을 입고 쫓기고 있는 바론 공작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강민영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그 후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의 시선이 모두 문에 가서 꽂혔다.소파에 앉아 있던 바론 공작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방금까지 화제에 올랐던 사람이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옆에 서서 강학도 뒤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봤다."작은이모 병세가 반복된다는데 제가 안 올 수 있겠습니까."강유리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바론 공작의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에 모처럼 당황함이 느껴졌다."일부러 네 이모의 병세를 이용해 너더러 억지로 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주치의가...""그럼 제가 온 걸 환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당연히 아니지! 나는 그냥...""환영하시든 안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강유리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말은 예의 발랐다. 단지 말투에서 존경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거리감까지 느껴져 듣기에 조금 거북했다.이 말을 남기고 강유리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어깨를 쫙 펴고 바론 공작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육시준은 그녀보다 두 발짝 뒤떨어져 걸었다. 앞에 있는 이 젊은 여인은 지금 자기가 고귀하고 도도한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육시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곧 빠르게 누르고 강유리를 따라 들어갔다."몸은 좀 어떠세요, 이모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십니까?"육시준은 맑고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강미연은 강유리가 온 걸 보고 늘 우아하고 여유롭던 얼굴에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다."의사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아직 조금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나른해. 머리도 조금 어지러운 것 같고..."강미연은 침대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관자놀이를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동작이 가식적이고 말투가 연약해서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경련이 일고는 눈을 뒤집었다.저기, 좀 더 실감나게 연기할 수 없으신지."그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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