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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강유리는 좋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다. 허세를 부리고 비난한다면 강유리의 반항심을 자극해 더 막 나가는 스타일이다.

육시준은 옆에 서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그녀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육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나지막이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

"유리가 오늘 온 이유도 다 같이 앉아서 제대로 얘기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리가 지금 화난 이유는 당신들이 그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속였다는 것 때문입니다."

강유리는 경악하는 눈빛으로 육시준을 쳐다봤다. 육시준은 씨익 웃더니 강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모님의 죽음은 성홍주 때문이기도 하고, 그 도씨 집안의 외성 제자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정철은 도씨 집안의 그 제자와 협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모님에게 손을 쓰는 것은 고정철의 생각일 리가 없습니다."

이 말의 뜻인즉슨 강민영은 그녀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의 목표는 강민영이 맞다.

이 말은 강미연을 조금 놀라게 했다.

릴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책한 것이 모두 잘못 생각한 것이라는 건가?

강유리는 육시준의 이러한 분석을 묵인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는 창가로 가서 의자에 앉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도대체 왜 신분을 바꾸신 거예요?"

"..."

강미연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

바론 공작은 현실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는 이 일이 도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면 강미연과는 관련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강미연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 것이다.

바론 공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일은 내 탓이다. 내가 상황을 잘 처리하지도 못한 채 네 어머니에게 구애했기 때문이야..."

그들의 첫 만남은 굉장히 막장 드라마 같다. 강민영이 Y국으로 출장 갔을 때, 마침 부상을 입고 쫓기고 있는 바론 공작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강민영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그 후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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