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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릴리는 잠시 동작을 멈췄다.

"저랑 같이 안 가시나요? 데려다주기만 하시는 거예요?”

신하균이 담백하게 말했다.

"저는 아직 볼일이 남아서요."

릴리는 눈썹을 찡긋하고는 신하균을 꼿꼿이 쳐다보았다.

지금 휴가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무슨 할 일?

릴리는 신하균이 정말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차를 가지러 온다는 핑계로 나를 데려온 것은 내가 자기 집에 눌러 있을까봐 두려워서겠지?

릴리는 자기를 비웃듯이 살짝 웃었다.

자신이 이렇게 미움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릴리의 장점은 아무리 좋아도 매달리지 않는 것이다. 이전의 연애에서도 아무리 아쉬운 상대라도 모두 깔끔하게 헤어져 주었다.

신하균도 마찬가지다.

안영 언니의 말이 맞다. 세상에 남자가 몇인데, 정 안되면 바꾸면 그만이지.

게다가 릴리는 나이도 어리니 한 남자에 목맬 필요는 더더욱 없다.

릴리는 가방을 들고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

두 걸음쯤 걸어 나온 릴리는 무엇이 떠올랐는지 되돌아가 차창을 두드렸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오자, 릴리는 작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교환권이요."

신하균은 잠시 멈칫한 뒤, 차에서 미리 준비한 분홍색 카드를 꺼내 릴리에게 주었다.

릴리와 판매원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신하균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말로 혼자 갔다고?

예전의 릴리라면 반드시 애교를 부리며 가장 순진한 말투로 그를 협박하여 그가 차마 거절할 수 없게 할 것이다.

게다가 같이 오기까지 했는데 더구나 혼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쿨하게 포기한다고?

신하균은 아직 조금은 적응이 안 됐다.

그리고 이런 자신을 의식하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자기가 이렇게 모순이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신하균은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유턴하자마자 익숙한 롤스로이스에 길이 막혔다.

롤스로이스는 길 한가운데를 가로막았다. 조수석 문이 열리고 연두색 옷을 입은 여인이 차에서 내려 하이힐을 밟으며 다가왔다.

신하균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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