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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고우신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바닥과 닿은 손에 날카롭고 차가운 무언가가 잡히는 것 같았다. 고우신은 아무도 모르게 그 물건을 꽉 움켜쥐었다.

성신영은 고우신의 모습에 너무도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원래는 그냥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동생을 이렇게도 끔찍하게 아끼니 그냥 같이 죽어요!”

그녀는 티테이블 위의 도자기를 바닥에 냅다 던졌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밖에 불이 반짝였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더니 순식간에 빌라 밖을 집어삼켰다.

성신영은 미친 듯이 웃으며 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 언니도 곧 올 거야. 네가 죽든 살든 무조건 안으로 들어올걸?”

릴리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목을 조여 죽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으며 그녀의 얘기를 계속 들었다.

“난 당신들이랑 함께할 생각 없어. 이 일이 끝나면 명성과 목숨 다 가질 거거든. 그리고 당신들이 죽어야만 내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어. 안 그러면 타향에서 편히 못 지내. 하하...”

그런데 성신영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제압당해 바닥에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던 릴리가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릴리는 빠른 몸놀림으로 경호원들을 가볍게 피한 뒤 성신영의 옆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는 그녀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꽉 잡았다. 그러고는 검지에 낀 반지에 감춘 날카로운 칼로 그녀의 대동맥을 겨누었다.

“나랑 같이 죽을 용기는 없나 봐요? 차라리 잘됐네요. 난 죽는 게 두렵지 않거든요.”

경호원이 몇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릴리가 칼을 들고 있어 결국 그 자리에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릴리는 그녀를 인질로 잡은 채 일어나는 고우신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 비켜! 우신 오빠, 가서 대문 열어요.”

원래는 궁지에 몰린 이상 그냥 마지막 발악이나 하려 했는데 전부 다 연기였을 줄은 몰랐다. 죽고 싶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불길이 점점 더 거세지자 방 안의 온도도 급격하게 상승했고 연기도 자욱해졌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던 고우신은 손목을 묶고 있던 끈을 자른 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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