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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그녀는 당시 제약을 받았던 사람이 성신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막아섰을 리는 없었다.

그는 원래 그런 남자였다. 고정남처럼 멍청하고 고집스럽고 위선적이었다.

그를 대신해 한 마디 해준 이유는 성신영의 우쭐해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라면 상대의 동의를 거쳐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사실이니 해명하는 건 별거 아니었다.

의기양양하던 성신영의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신영은 릴리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의문 가득하던 눈빛이 점차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뒤바뀌었다.

고우신은 릴리가 자신을 고발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다. 육시준이 조금만 덜 세심했어도 그들 모두 이곳에서 끝장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대신 변명을 해주니 꽤 놀라웠다.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타기 전, 고우신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릴리.”

“...”

릴리는 자기 차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부름에 릴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또랑또랑했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원망도 분노도 없는,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고우신은 더욱 괴로워졌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동생아, 미안해.”

릴리는 당황스러웠다.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동생이라고 부르니 꽤 당혹스러웠다.

“미안하단 말은 필요 없어요. 어차피 난 오빠를 용서할 생각이 없거든요. 남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겨우 미안하단 말 한마디로 없던 일인 척할 수 있다면 가해자들은 더 설치겠죠.”

고우신은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는 경찰차에 올라탔다.

신하균은 릴리 일행을 차 앞까지 데려다준 뒤 릴리의 오른손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제가 릴리를 바래다줄게요. 가는 길에 상황 파악을 좀 해야겠어요.”

릴리는 깜짝 놀랐다. 그녀도 마침 가는 길에 상황을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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