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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릴리는 천진난만한 어조로 형사에게 물었다.

형사는 난색을 보였다.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도움을 청하는 그의 시선이 신하균 곁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말했다.

“바론 공작, 부인, 이 사건은 아주 악질적인 사건이에요. 그런데 아주 순조롭게 해결되었죠. 만약 릴리 씨가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건 단지 결과뿐만이 아니라 진실이 밝혀지는 것 아닌가요?”

위엄있는 목소리였다.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어조라 뭐라고 하기가 그랬다.

바론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갈색 눈동자를 가진 바론은 아주 침착했고 위엄 넘쳤다.

형사는 순간 흠칫하면서 감히 그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서둘러 시선을 옮겼다.

“저희는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이 사건을 더욱 크게 키우지 않으려면 협조해 주셔야 해요.”

잠깐 겁을 먹긴 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서울에 있는 고정철의 세력이 꽤 큰 듯했다.

아직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바론의 눈빛이 신하균에게로 향했고 신하균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 형사는 감히 어쩌지 못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신하균은 덤덤한 어조로 형사에게 당부를 했다.

“릴리 씨는 피해자입니다. 심문을 하고 싶으신 거라면 조금 전 잡힌 범인을 심문하는 게 어떤가요? 그리고 사건을 크게 키우다뇨? 양 형사님은 제가 서장님께 이 사건을 알리기를 바라는 겁니까?”

“신하균 씨...!”

“두 분 다 그만하시죠. 양 형사님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한국에 있으니 당연히 형사님 말씀에 따라야죠.”

강미영이 미소 띤 얼굴로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었다.

양수혁은 그 말을 듣자 그제야 어두운 안색이 조금 환해졌다.

그러나 곧 바론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신들은 내 딸의 말을 믿지 않는 거군.”

양수혁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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