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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고우신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그때 제복 차림의 경찰들이 인질을 구출하러 달려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 멀쩡하게 서 있어 누가 인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신하균이 뒤에서 다가와 그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안 나가고 뭐 해요? 계속 여기 있을 거예요?”

이 빌라는 아주 오래된 빌라였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마당의 작은 공지였고 정자를 지나서야 빌라 밖의 큰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적지 않은 사람과 경찰차가 서 있었고 소방차도 와있었다.

릴리는 고정철 부자가 경찰차에 압송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릴리를 본 고한빈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달려와 그녀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

“너 아주 대단하다 그래! 본인이 죽더라도 우리를 잡겠다 이거야?”

그런데 양옆의 경찰이 그를 제압하고 강제로 차에 태웠다.

“가만히 있어!”

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때 강미영과 바론이 다가왔다. 그들 뒤로 지팡이를 짚은 강씨 어르신도 따라왔다.

“할아버지,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강씨 어르신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로 왔어?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감히 우리 외손녀를 괴롭혀?”

“딸,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강미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차분한 건 바론이었다. 바론은 릴리가 다친 데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더는 묻지 않았다.

릴리도 그가 잘 살피도록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커다란 두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누가 이 상황을 설명 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강미영과 바론은 오기 전까지 이 일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들 베테랑들이라 결과를 보자마자 바로 내막이 어떤지 눈치챘다.

딸의 어리둥절한 눈빛에 설명해 주려던 그때 신하균이 다가왔다. 결국 강미영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

“돌아가서 얘기해.”

그러고는 신하균을 보며 말했다.

“하균아, 미안하지만 여길 부탁할게. 네가 알아서 정리해줘.”

신하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긴요. 당연히 해야 하는걸요.”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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