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491 - Chapter 500
810 Chapters
제491화
심정희는 삼 일 동안 입원해 있었고 그녀가 퇴원하는 날은 마침 섣달그믐날이었는데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심정희가 차에 올라타 자책했다. "늙으면 쓸모 없다더니 너한테 폐나 끼치고. 은서야, 나 생각해 봤는데, 이제 이준이까지 다 크면 나는 그냥 요양원에 가서 지내려고. 거기 내 동년배들도 많을 거고 친구도 생길 거야.""어머니, 제가 어떻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 있겠어요?"조은서가 차를 몰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저도 너무 바빠서 어머니랑 같이 시간을 못 보냈어요. 이제 선우 씨도 건강해졌고 애들 돌볼 수 있으니까 저는 어머니랑 여기저기 나가서 좀 다녀보려고요."심정희는 한참 동안 친목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도 몸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 지금은 너랑 아이들한테만 정신을 쏟을 거야. 하지만 남자는 그렇다? 너한테서 얻을 걸 다 얻지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를 찾기 마련이야. 은서야, 내가 선우 편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건 나도 알 수 있어. 둘이 서로 그렇게 잊지 못하는데 그냥 같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조은서는 이제 31살이고 유선우도 35살이었다.둘 다 적지 않은 나이였고 같이 많은 일을 겪어 왔기에 심정희는 내심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하고 있었다.조은서도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 때문에 계속 같이 지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때문에 유선우를 봐준 적이 없었다.그녀가 유선우의 곁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저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곁을 떠날 때도 그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조은서가 전화를 받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저 내일 아이들 데리러 갈게요. 오늘은 그냥 거기서 그믐날 밤 보내도록 해요. 괜찮죠?"설이었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에 차라리 유선우 쪽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Read more
제492화
조은서는 순간 멈칫했다.그때 심정희가 지팡이를 짚고 가까이 다가오며 물건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다 수입품들이고 우리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들이야. 선우가 마음 꽤 썼네."그러자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여사님 말씀이 맞으세요. 대표님께서 직접 전화하셔서 저희도 가장 좋은 물건들로 골라서 바로 오는 길입니다. 해산물과 육류는 이미 다 손질 해놔서 바로 조리해서 드시면 돼요. 다른 물건들도 전부 최상급 물건 들입니다."조은서는 물건들을 거절하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은 돈봉투를 설 선물로 주었다.책임자가 두툼한 돈봉투를 확인하더니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그리고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백년가약 하세요."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트럭이 떠나고 별장에 있는 도우미들이 물건들을 옮기며 바쁘게 움직였다.조은서는 그들에게도 돈봉투를 쥐여주었다.한 사람당 400 만 원씩 되는 돈봉투를 받은 그들은 더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심정희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나와서 트렁크에서 짐을 꺼냈다.계단을 올라갈 때 꽤 쌓인 눈이 그녀의 신발에 밝히며 뽀득뽀득하는 소리를 냈다.봄이라도 온 듯 집안은 따뜻했고 도우미들이 꽃과 과일을 장식해 놓으며 하하 호호 웃었다."대표님이 고르신 꽃은 역시 뭔가 다르다니까요. 냄새도 그렇고 색깔도 다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돼요. 사모님, 예쁜 꽃들로 골라서 침실에 놓아둘게요."조은서는 유선우가 준 꽃을 침실에 두기 꺼려졌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그녀는 위층에서 담요를 하나 가져와 심정희의 무릎에 덮어줬다.심정희가 부드럽게 말했다."선우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진짜 잘해 볼 마음 없어?"조은서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어머니, 그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잘해 보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도 충동에 휩싸여서 같이 있기로 결정했는데 선우 씨는 항상 저를 실망
Read more
제493화
그리고 유선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조은혁의 생각이 나기도 했다.그녀가 핸드폰을 조은서에게 돌려줬다.조은서가 유선우에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순간 조은서가 멈칫했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이래 올해 설이 아마 가장 기쁜 설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기쁜 감정과 슬픈 감정이 동시에 몰려오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두 사람 중 누구도 먼저 전화를 끊지 않았고 그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부드러운 숨소리가 마치 귀 옆에서 들려오는 듯싶었다.조은서는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심정희에게 그걸 들키기 싫어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심정희가 멍을 때리는 걸 발견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니, 지금 아빠 생각하시는 거예요?"하지만 심정희는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아까 선우 목소리 들으니까 네 오빠 생각이 나서 말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 은혁이랑 그 여자애는 지금 어때?"조은서는 심정희에게 하인우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오빠가 박연희를 씨를 데려온 후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하인우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 편이 좋았다.조은서는 그녀에게 일부분의 사실만을 알려줬다."연희 씨 지금 임신 6개월 차에요. 지금 당장 귀국하기는 어려울 거예요."조은서의 위안에도 심정희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집안에 아이가 더 생기는 일이니 나도 기뻐. 그리고 너의 엄마 아빠도 기뻐하실 거야. 근데 박연희 씨의 아이라니... 은서야, 만약 언젠가 은혁이가 그 여자를 데리고 오면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잘 대해 줘야 하는지, 그러면 안 되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조은서도 마음이 복잡했기에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근데 박연희 씨도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굳
Read more
제494화
별장은 따뜻했고 도우미들도 전부 나이 든 여성들이었기에 조은서는 가벼운 차림으로 내려갔다.하지만 그녀는 유선우가 두 아이를 데리고 와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여의사 한 명을 데려왔는데 의사는 심정희에게 추나를 해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약을 한약으로 바꿔줬는데 심 정희는 그 약이 먹기 훨씬 더 편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유선우는 그 옆에 서 있었는데 새해라 그런지 복장이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새하얀 셔츠 위에 장인이 직접 만든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는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햇빛 아래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근사하게 드러났고 약간 올라간 눈썹은 성인 남자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계단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유선우는 고개를 들었고 마침 내려오는 조은서를 발견했다.흰색 실크 잠옷은 그녀의 몸매를 다 가리지 못한 채 실루엣을 언뜻 비추었다.익숙해 마지않는 그녀의 몸을 본 유선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계단 두 개를 사이 둔 조은서가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가려고 할 때 유선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새해 선물이야?"조은서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이안이랑 이준이는요?"유선우는 그녀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충 대답했다."임 기사님이랑 밖에서 눈사람 만들고 있어."조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심정희에게 아침 인사를 올리고 위층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올라갔다.유선우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고 그저 자리에 선 채 의사와 심정희의 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심정희는 그런 유선우를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약을 바꾸니까 훨씬 나아. 사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그러자 유선우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집안 어르신인데, 제가 신경 써야죠."그 말에 심정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조은서가 식당으로 내려왔고 유이안이 조은서에게 달려들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Read more
제495화
도우미가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받아오자 조은서는 거기에 발을 담그면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책을 펼쳐 보고 있었다.유선우는 그 옆에 앉아 있다가 그녀의 발이 꼼지락거리자 그 발을 낚아챘다.조은서가 발을 빼내려고 했지만 결국 빼 내지 못하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씨."그는 그녀의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유선우가 고개를 들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더니 발을 닦아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양말을 새하얀 발에 신겨 주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야릇했다.조은서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유성우가 그런 그녀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느껴?"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은서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그를 발로 차 버렸다."놔요, 이 변태."유선우가 그녀의 발을 놓아주며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청첩장을 집어 들었다.청첩장은 임도영에게서 온 것이었다.조은서는 유선우가 그녀를 놀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유선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전 남자친구가 결혼하니까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봐?"조은서가 청첩장을 뺏어오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에요."유선우는 너그럽게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나도 받았는데, 같이 갈까?"조은서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운 채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장발을 만지며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우리라뇨? 선우 씨는 선우 씨고 저는 저죠. 그렇게 친밀하게 부르지 마세요."유선우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보던 책을 아무렇게나 넘겼다.그러다가 한참 후 가볍게 말했다."발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오게 만들 수 있는데, 이래도 너는 너고 나는 나야?"조은서가 글을 내보내려고 하자 유선우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나 진짜로 가?"어찌 됐든 그는 그녀를 좋아했고, 지금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도 없었고, 아까 약간 애매한 분위기도 있었기에 유선우는 지금 당장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유이안이 밖에서 들어왔다.유이안은 한바탕 즐겁게 놀았는지 온몸에 눈
Read more
제496화
조은서의 시선은 곧바로 유선우의 다리에 머물게 되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눈 오는 날에는 혼자 운전하지 마세요. 제가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요.”그러자 유선우는 눈빛을 번뜩이며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나 걱정해 주는 거야?”원래도 잘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눈빛까지 띠니 무릇 여자라면 이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물론 조은서도 예외는 아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할 뿐 그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선우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러죠. 그러니까 선우 씨, 혼자 김칫국 마시지 말아요.”혼자만의 착각인지 아닌지는 유선우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조은서는 그를 사랑한다.하여 유선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조은서를 차에 끌고 들어가 자신의 품 안에 가둔 채 문을 쾅 닫아버렸다...바깥에는 흰 가랑눈이 보슬보슬 흩날리고 있다.따뜻하고 편안한 차 안, 좁고 좁은 공간에서는 유선우의 옅은 담배 냄새가 풍겼고 조은서는 약간 부끄러운 자세로 엎드려 있어야 했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자신의 검은 눈동자에 가둔 채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눌렀다.그렇게 의자가 뒤로 젖혀지고...두 사람의 몸은 어느새 바짝 밀착되어 있었고 옷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리듬에 호흡도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제 성인인 몸이니 약간의 스킨쉽만으로도 남모를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하물며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은 사이는 더했다.“선우 씨, 이거 놔요!”조은서는 당연히 유선우의 스킨쉽을 원하지 않았고 그의 품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선우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으니 몸부림칠수록 그녀의 꼴은 더욱 엉망이 되어갔다...나중에는 유선우에게 남자로서의 반응이 생겼다는 것마저 느낄 수 있었다.조은서는 더 이상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그의 품에 엎드린 채 물기가 어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인제 그만 나를 놓아줘요. 선우 씨, 이게 뭐예요
Read more
제497화
조은서의 말에 순간 화가 난 유선우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난 매 순간 다 필요한데.”조은서는 외투를 껴입고는 차에서 내리며 차 문에 기댄 채 유선우의 각진 옆모습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그건 병이니까 제때 병원에 가보세요.”혹여나 휘말려 들까 봐 조은서는 곧바로 운전기사를 불렀다.조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선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유선우도 차를 빼지 않았다.짓궂은 장난이었을 뿐 유선우는 조은서의 의사를 매우 존중한다. 그는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소를 옮기며 바깥에 서 있는 조은서에게 말을 덧붙였다.“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조은서는 그를 힐끗 곁눈질하고는 곧바로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하지만 단호한 움직임과는 달리 몸을 돌리던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 가장 여린 부분이 살며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안으로 들어가니 심정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기사님을 부른 거야?”조은서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무래도 좀 찔리는지 낮은 소리로 얼버무렸다.심정희 역시 다 겪어봤기에 금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강인한 여자가 결국 남자의 사랑을 가장 무서워하는 셈이지.”...유선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다 되어갔다.뜻밖에도 정원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 캠핑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차는 바로 함은숙이 타고 다니던 그 차였다.유선우는 한참 동안 그 차를 바라보더니 이내 홀 안으로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함은숙이 식당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16개의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한 젓가락도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 앉아 그 반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그를 기다린듯하다.그때,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함은숙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선우는 코트를 벗어 고용인에게 맡기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함은숙에게 다가가 물었다.“어떻게 왔어요?”가까이서 보니 함은숙의 안색은 매우 초췌했다.함은숙은
Read more
제498화
함은숙은 조은서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조은서는 매우 너그럽게 그녀를 대해주며 그녀를 감옥에 보내지 않았다... 아마도 행복하게 지냈던 과거를 보아 그녀에게 별다른 벌은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늦은 밤, 호화로운 캠핑카 안에서 함은숙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같은 시각, 유선우는 계단 위에 서서 조용히 그 차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함은숙이 눈물을 흘리고 있으리라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위로하러 가지 않았다...다시 집으로 돌아온 유선우가 생각에 잠겼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품고 있는 상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이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설 연휴 두 번째 날, 유선우는 유문호를 보러 갔다.새해지만 유문호의 몸은 좋지 않은 것 같다.유선우는 빨간 벽돌의 작은 양옥 아래에 차를 세우고 차에 앉아 담배를 피운 후에야 물건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아파트는 유선우가 산 것인데 부지도 괜찮고 면적도 40평으로 적당한 크기였다.유문호의 집 앞에 도착하고 문을 두드렸다.그러나 뜻밖에도 문을 열어준 사람은 유문호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유선우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작은이모?”허문혜, 그러니까 함은숙의 친동생이다.그때, 앞치마를 두르고 자애롭고 얌전한 모습을 한 허문혜가 유선우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풀며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어머. 선우 왔어?”“문호 오빠, 선우 왔어!”그녀는 유선우를 반갑게 맞아주고 실내화도 가져다주었다. 한편, 유선우는 세심하게 허문혜의 발에 여성용 슬리퍼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보기에 매우 깨끗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새로 산 것 같다.허문혜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이모, 안녕하세요.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유선우와 눈이 마주친 허문혜는 유문호의 눈을 쏙 빼닮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흠칫하더니 이내 싱긋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다 한 가족인데 실례라니
Read more
제499화
허문혜는 물끄러미 유문호를 바라보았다.함은숙의 정교함에 비해 늠름한 기색을 더한 허문혜는 또 다른 미를 가지고 있었다.“선우가 기분 나빠할까 봐,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 그래요?”침묵을 지키던 유문호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선우는 아마...”허문혜는 단 한 번도 그에게 깊은 애정을 표한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꺼내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선우는 제가 오빠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죠. 맞죠?”그러자 유문호는 아연실색하며 안절부절못했다.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유문호는 단 한 번도 격식을 벗어나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허문혜의 몰아붙이는 말에 그는 뜻밖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생각한 끝에 결국 그녀를 거절했다.“난 유부남이야. 게다가 문혜야, 난 너한테 그런 마음을 품은 적 없어. 난 그저 널 은숙이의 동생이라고 생각해 왔어.”그러자 허문혜는 깊은 눈빛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형부, 난 오빠 마음에 내가 없다는 걸 믿지 않아요.”당황한 유문호는 목소리를 낮춰 반박했다.“정말 없다니까. 그러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 약은 내가 직접 살게.”허문혜가 계속하여 무슨 말을 덧붙이려 하자 유문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지금 그는 비록 함은숙과 별거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 부부이다. 게다가 허문혜는 그녀의 여동생이니 유문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짐승만도 못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유문호가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유선우는 아직 집에 있었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집안에 들어서는 유문호를 바라보았다... 여자와 싸웠는지 풀이 죽은 기색이다.“이모와 말다툼한 거예요?”유문호는 현관에 서서 입을 딱 벌리고 본능적으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런 거 아니야. 선우야, 나와 네 이모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괜한 생각 하지 마.”그러자 유선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문혜 이모는 제 작은 이모인데 제가 어떻게
Read more
제500화
결국, 조은서는 끝까지 그를 거절했다.“선우 씨, 우리는 같이 영화를 볼 사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말 하지 마세요.”그러자 유선우가 그녀의 말에 되물었다.“그럼 우리는 무슨 사이인데?”조은서는 대답하기 싫어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거워지고 뒤늦게 수치스러움이 몰려왔다... 어쨌든 그들은 어젯밤 유선우의 차 안에서 매우 친밀한 행동을 했었던 사이이기 때문이다.오후가 되니 햇살이 눈 부신 황금빛을 띠며 세상을 비춰주었다.조은서는 2층 서재의 작은 소파에 기대어 책을 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그녀의 곁에는 이안이와 이준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약 30분 후, 정원에서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울렸다.하지만 조은서는 개의치 않았다.잠시 후, 입구의 고용인이 문을 두드리고 방안에 들어왔다.“은서 씨, 유선우 대표님께서 찾아와서 두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어떻게...”조은서가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이안이가 기쁨에 겨워 자리에서 팔짝 뛰었다.“아빠 왔다!”이안이는 혼자 뛰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준이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자 고용인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두 아이가 다시 눈밭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좀 지켜봐 주세요.어젯밤 이안이가 좀 기침하더라고요.”고용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고 즉시 계단을 내려갔다.서재 문이 가볍게 닫히고 조은서는 계속해서 책을 뒤적거렸지만, 그녀의 마음은 계속 혼란스러웠다.요즘 유선우에게 바짝 쫓기고 있는 기분이었다.유선우는 조은서가 다시 사모님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했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조은서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없었다.지금, 이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아래층 로비에서 두 어린아이가 유선우를 에워싸고 기뻐하며 돈 봉투를 가져갔다. 할머니께서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안이의 얼굴에는 기쁜 감정이 잔뜩 어려 있었고 심지어
Read more
PREV
1
...
4849505152
...
8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