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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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남자의 말투는 너무 차가웠다.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고 돌아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임세희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윤혜인이 도시락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맛있는 냄새가 풍기자, 이준혁은 고개를 들었고 뒤돌아 멀어져 가는 윤혜인을 발견했다.순간, 엄숙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잠깐.”윤혜인은 멈췄다.이준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임세희에게 말했다.“중점은 이미 표시해 놨으니, 나머지는 주훈이 책임자에게 데려다줄 거야.”임세희가 뭔가 말하려는데 이준혁은 벌써 윤혜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여보가 여긴 무슨 일이야?”서류를 쥔 임세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남들 앞에서 이런 행동은 조금 불편했지만, 임세희의 숨길 수 없는 분노를 스캔한 윤혜인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이준혁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죠.”윤혜인의 미모는 타고난 장점이었고 고분고분한 몸짓은 어떤 남자도 거부할 수 없었다.이준혁은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을 맛보았다.임세희의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눈에 뿜어져 나오던 살기는 한참 뒤에야 사그라들었고 결국 꼬리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오빠, 난 먼저 갈게.”고개를 끄덕인 이준혁은 당부 한마디 했다.“조 대표가 더 이상 꼬투리 잡지 않게 주훈이 잘 처리할 거야.”그의 한마디로 임세희는 다시 기쁨을 되찾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마워요. 오빠.”임세희는 턱을 올리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문이 닫히자,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서 벗어나며 도시락을 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뜨거우니 좀 먹어요.”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이준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그래?”윤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일 동안 그들은 연락하지 못했고 그녀는 임세희가 작전을 바꿔 회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일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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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윤혜인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여긴 회사란 말이에요.”갑자기 가슴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셔츠가 벗겨졌다.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에 내리며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 빨리 끝낼게.”자잘한 그의 입맞춤이 아래로 향했다. 윤혜인은 전기충격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하앙...”그녀는 깜짝 놀라 이를 악물었다. 가는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꽉 잡았다.혹시라도 다시 소리를 지르게 될까 봐 애써 참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고 주훈이 말했다.“대표님, 출발해야 합니다.”윤혜인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아니꼽게 그를 흘겼다.“...놔 줘요. 일 보러 가야죠.”이준혁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이게 내 일이야.”그는 지난 며칠 어떻게 참고 견뎠는지 모른다.오늘 실컷 맛보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그만 둘 수는 없다.노크소리는 계속 울렸고 윤혜인은 울먹이기 시작하며 그를 밀치려 했다.하지만 그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아름다운 두 눈을 글썽이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그는 잠시 우는 모습도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머릿속의 악마가 그녀를 더 울리라고 지시하는 것 같았다.아직 몸부림치고 있는 그녀를 단번에 제압하며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문밖에서도 안의 상황을 아는 듯했고 더 이상 노크하지 않았다.남자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그는 그녀에게 기대어 낮게 속삭였다.“널 보면 참을 수 없어.”잠시후 그는 바로 섰고 윤혜인은 아직도 거친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그 때문에 흐트러졌고 붉어진 두 볼은 너무 사랑스러웠다.그는 그녀를 닦아주며 다리에 든 멍을 보았다.이준혁의 눈빛이 짙어졌다. 방금 힘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그는 서랍에서 약을 꺼내 그녀를 눕히고 약을 발라주었다.긴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 윤혜인은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다행히 넓은 바지를 입어서 연고가 묻지 않았다.하지만 너무 부끄러웠다.그녀는 수줍게 말했다.“왜 이런 게 사무실에 있어요?”이준혁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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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이준혁의 입술은 한참이나 윤혜인을 괴롭히며 남편이라고 부르라고 협박했다.차에서 내릴 때 그는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며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돌아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 거니까.”윤혜인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꼭 여기에서 예고해야 해?그의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최소 일주일은 금욕하라고 했다.하지만 너무 강하게 요구하는 그 때문에 윤혜인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도 의사에게 물어본 적 있었다. 이 2 달 동안은 가볍게 가끔씩 해도 괜찮다고 했다.그녀가 부드럽게 부탁해 봐야겠다.....병원에 도착한 윤혜인은 간병인이 밖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머리가 흐르려 있었고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간병인은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막 아가씨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 글쎄 어르신의 아들이란 사람이 찾아왔는데 어르신께 케익을 대접시키는 거예요. 제가 어르신이 케이크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자 아들이란 분이 제 머리를 잡고 따귀까지 때렸어요...”그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100만 원을 꺼내 그녀에게 드리며 다독였다.“먼저 가서 상처 치료하세요. 제가 가볼게요.”돈을 받은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소심한 그녀는 일을 키울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이상 어르신을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요.”윤혜인은 그녀를 잡았다.“그동안 너무 잘해주셨고 저도 아줌마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제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매달 50만 원 더 드릴 테니 할머니를 계속 부탁할게요.”그녀는 한참 생각했다.그녀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어르신은 몸이 안 좋으시지만,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아서 돌보기 쉬웠다. 윤혜인도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마음씨 고운 고용주를 만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그녀가 다시 말했다.“아가씨, 월급은 올리지 않아도 돼요. 어르신을 계속 돌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약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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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윤혜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고향집을 2억에 팔었잖아. 그 돈은 어디 갔어?”“이미 쓰고 없지. 지금 삼촌이 사업을 하나 하고 있어. 많이도 말고 1억만 땡겨줘. 삼촌이 벌면 두 배로 갚을게.”윤혜인는 냉소를 지었다.“그 사업이 도박이야?”주산응의 낯빛이 바뀌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할머니의 번호는 내가 바꾼 거야. 전에 빚쟁이들이 전화 왔었다고.”거짓말이 들통나자, 주산응은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어쩌다 가끔 가는 거고 이제는 아니야. 네가 돈만 준다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게.”윤혜인은 그를 믿지 않았다. 주산응은 한심한 사람이었다. 젊었을 때는 성실하게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여기저기 싸움을 하고 다니다가 중년에 접어든 지금은 도박에 빠져 할머니 몰래 고향 집까지 팔아버려서 할머니는 돌아갈 곳도 없었다.2억을 1달도 안 되어 모조리 써버렸다.이런 인간은 밑빠진 독이었다.“주산응! 고향집은 우리 아빠 몫도 있어. 2억 중에 1억은 내꺼란 말이야. 다시는 나와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 돈은 다시 거론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윤혜인은 날카롭게 경고했다.“고소해서 1억을 물어내게 할 거야.”주산응은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이 몸쓸 년이 감히 날 고소해? 오늘 내가 누나를 대신해 너의 버릇을 고쳐 줄게.”그는 힘이 세다.윤혜인은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벽을 짚어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주산응이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줄 거야? 안 줄 거야! 안 주면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당신에게 줄 돈은 없어.”“네가 돈 많은 재벌을 물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데 너에게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그걸 어떻게 알았어?”윤혜인이 물었다.“차에서 둘이 그 짓거리를 하는 걸 한두 번 본 줄 알아?”주산응은 그녀의 몸을 기분 나쁘게 훑어보며 말했다.“몸을 팔고 다니는 년이 어떻게 돈이 없을 수 있지?”주산응이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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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건장한 체격의 이신우는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남자의 무릎을 꿇렸다.벗어날 수 없게 된 주산응이 분노했다.“넌 또 누구야! 내가 내 조카를 교육하는데 누가 감히 끼어들어!...”주산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껶여졌다.“악-!!”너무 빠른 움직임에 주산응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손을 거둔 이신우에 비서가 소독 티슈를 건넸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닦았다.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윤혜인에 머물렀다.인간쓰레기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주산응은 그의 남다른 아우라를 느꼈다.그는 윤혜인의 그 남자를 본 적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남다른 포스를 지니고 있었고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십중팔구 그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당신이 혜인이의 남자? 난 얘 삼촌이고 이년을 데려가고 싶다면 돈 내놔. 치료비로 2억은 줘야 할 거야.”누가 봐도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다.아직 정신이 아득한 윤혜인은 순간 이준혁인 줄 알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하지만 자세히 보니 조금 닮았을 뿐 이준혁이 아니었다.깊은 눈동자를 가진 그는 차가운 이준혁과는 달랐다.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눈빛은 더 우수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주산응은 아직도 지껄이고 있었다.“난 삼촌이라고! 감히 삼촌을 때려?”아무 사람이나 물고 늘어지는 주산응에 윤혜인이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닥치지 못해! 난 모르는 분이야.”주산응이 믿을 리 없었다.겨우 만난 돈줄을 놓칠 수 없어 말했다.“이렇게 어린애가 너랑 잠자리하는 데 너도 사람이면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2억도 적게 부른 거야.”이신우는 고개를 돌려 주산응을 보았다. 그 눈빛은 예리했고 날카로웠다.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 주산응은 소름이 돋았다.무의식적으로 이런 남자는 건들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돈 생각에 용기를 내보긴 했으나 목소리는 더 이상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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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윤혜인은 따라가 몇 가지 조사를 받았다.이신우도 따라와 증인을 서주고 있을 줄은 몰랐다.경찰은 윤혜인을 다독이며 주산응이 최소 15날은 구류될 것이라고 했다.윤혜인은 그를 궁지로 내몰 생각은 없었다. 그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어 다시는 할머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윤혜인은 이 일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할머니를 서울로 모셔 온 것을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주산응은 어떻게 정확하게 병원을 찾아서 병실까지 들이닥칠 수 있었을까?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주산응에게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젊은 경찰 한 분이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성함이 윤혜인 되시나요?”윤혜인이 고개를 들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혹시 절 기억하시나요? 전에 인하파출소에서 근무했던 진운이에요.”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때 아버지를 치고 도주한 뺑소니범 때문에 인하에 거의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었다.서울에 온 이후에도 매년 한 번씩 돌아가 보았지만 사건은 진전이 없었다.진운은 작년에 갓 입사했고 예쁜 미모의 어린 여자였다. 사고가 너무 참담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그녀는: “며칠 전에 예전 동료가 얘기해 줬는데요. 새로운 도주범을 잡았는데 그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수상한 차량을 보았다고 자백했대요. 다른 것들은 아직 조사 중이고요.”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그때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그녀는 진운에게 전화번호를 남겼고 진전이 있으면 연락 바란다고 부탁했다.모든 조사가 끝나고 윤혜인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다.이신우의 차가 마침 그녀 앞에 멈춰 섰다.그녀는 감격하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괜찮아요.”그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좀 전의 날카로움은 한치도 보아 낼 수 없을 정도였다.“어딜 가요?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 택시 부르면 돼요.”이신우는 그녀를 응시하다가 말했다.“타요.”담담한 말투였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기운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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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병원.“할머니 때문에 혜인이 네가 이런 일을 당하는구나.”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나이가 있으신 할머니는 속상할 때면 눈물을 보이곤 했다.윤혜인의 눈시울도 붉어졌다.“예전에는 할머니가 저를 보호했으니 이제 내가 할머니를 보호하는 거죠.”주산응은 천하의 몹쓸 인간이었다. 그런 그를 위해 할머니는 쓰레기를 줍고 분식을 해서 팔기도 하면서 모진 애를 썼다.그렇게 지금은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병으로 앓고 있어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할머니는 다른 건 괜찮지만 내가 가고 나면 널 돌봐줄 사람이 없고 너의 좋은 짝을 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될 뿐이야. 그래서 이대로는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겠어.”윤혜인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런 말씀 하지 말아요. 할머니는 꼭 100세까지 문제 없어요. 게다가 우리 조만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잖아요.”흐릿했던 할머니의 눈동자에 희망의 빛이 감돌았다.“다시... 돌아갈 수 있어?”“당연하죠. 비록 이미 팔린 집이지만 누구도 살지 않고 있으니 세 들면 돼요. 그리고 이후에 다시 사들일 수도 있어요.”할머니는 기뻐하며 윤혜인의 손을 잡았다.“그래. 그래. 너무 좋아.”그러다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날을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어제 꿈을 꿨는데 네 아비가 자신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 나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할머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할머니는 뭔가를 꺼내 윤혜인에게 건넸다. 안에는 평안 자물쇠였다.“이건 네가 어릴 적에 지녔던 거야. 너의 평안을 지켜줄 거야.”할머니가 하는 매 한마디는 모두 사후를 당부하는 것이었다.그녀는 할머니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할머니, 난 이미 결혼했어요.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이제야 말해요.”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윤혜인은 곧이곧대로 말했고 계약 결혼이란 말만 뺐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그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이에요. 그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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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똑똑히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불안했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침대에 다시 누워있는데 소원이 점심 먹자며 전화를 걸어왔다.식당에 도착한 윤혜인은 소원을 보고 흠칫 놀랐다.허리까지 오던 머리카락을 짝뚝 귀밑까지 자른 소원 때문이었다.“머리 깎았어?”소원은 짧은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이상해?”“느낌이 달라진 것 같아서 그래. 그래도 예뻐.”소원은 선이 굵어서 머리가 길면 미인이고 단발이면 흑장미였다.정복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그녀의 저기압을 느낀 윤혜인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소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예전에 누군가가 머리가 허리까지 오면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누구도 데려가지 않으니 자른 것뿐이야.”소원이 말하는 누군가가 누구인지 윤혜인은 알고 있었다. 설득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말을 떼지 않았다.소원이 갑자기 물었다.“이준혁 출장 갔어?”멈칫하던 윤혜인이 물었다.“응. 네가 어떻게 알아?”소원은 육경한에 시달리느라 두 사람이 이미 화해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나 임세희 피드에서 봤어.”윤혜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애써 침착하며 물었다.“어떤 거?”소원은 휴대폰을 켜고 임세희의 피드를 열었다. 거기에는 그녀의 단독 셀카들이 있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멘트에는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으니 너무 따뜻.’위치까지 태그했고, 해외였다.시간은 이준혁이 전화를 끊어버린 30분 후였다.게다가 그녀 대신 트렁크를 옮기는 것이 이준혁임을 알 수 있었다.비록 옆모습이긴 했지만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두 사람을 아는 지인들이 댓글에 사이가 좋다며 부부냐고 부러워했다.임세희는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지인들 속에서 그들이야말로 한 쌍이었다.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 심장이 칼에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소원은 마음이 아팠지만 길게 아플 바엔 짧고 굵게 한번 아픈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혜인아,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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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소원은 당황했다. 아무리 간이 큰들 약혼녀 앞에서 그를 유혹할 수는 없다.거기에 한 성깔 하는 진아연인데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고 서야 그런 짓을 하겠는가?그녀는 발버둥 치며 아니라고 했다.“아니야. 제발 이러지 마. 약혼녀도 여기 있는데 보기라도 한다면...”하지만 육경한의 손은 이미 움직였다. 그녀의 옷을 밀려 올리고 고개를 숙인 그가 항웅큼 물었다.그녀는 그만 고개를 젖혔다.“창피한 건 알기 나 해?”소원은 혹시라도 소리가 날까 이를 악물었다.“약혼녀가 화내면 어떡하려고?”“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소리쳐볼래?”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소원의 몸이 경직되었다.그것을 느낀 육경한은 담담하게 비꼬았다.“진짜 무서운 가 보네?”“여기서는 이러지 마. 제발.”소원은 애원했다. 하지만 남자의 비웃음만 돌아올 뿐이었다.“그럼 복도 갈까? 아니면 로비에서?”소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육경한은 진짜 그렇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는 거침없었고 두려운 것도 없었다. 게다가 도덕 같은 것도 없어 보였다.아무 말 없는 그녀의 모습에 육경한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육경한은 그녀를 돌려세웠다. 그녀가 거울로 제일 굴욕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그리고 냉담하게 말했다.“머리 왜 잘랐어?”머리가 허리까지 오면 된다고 했던 그 약속을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지금 그녀는 그저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고 절대 그녀를 데려갈 수 없었지만 상대가 먼저 약속을 깨는 것이 탐탁지 않는 육경한이었다.약속을 깬다 해도 그가 먼저이지 않는가?그만이 그녀를 발아래 짓누를 수 있다.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그를 도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흔들리고 있는 소원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귀찮아서.”지금 이렇게 긴 머리를 가꿀 시간이 없었다. 당연히 이것이 근본 원인은 아니었다.그녀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기대하고 싶지 않았고 망상에 젖어 들지 않기 위해서였다.“귀찮?”육경한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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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진아연이 수그러들 리 없다. 그녀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다행히 견고한 문이었지만 이렇게 나아가다간 언젠가 뚫릴 것이다.문을 부수는 소리와 함께 육경한의 몸이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소원에게서 떨어진 그는 여전히 느릿한 움직임으로 바지를 입었다.그리고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뒤에 소원의 상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육경한!”소원의 절망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얗게 질린 그녀는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아니! 제발... 열지 마!”이 문이 열지면 마지막 남은 그녀의 존엄이 부숴지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에서 제일 천한 여자로 되고 만다.그녀는 괜찮다지만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그들은 견딜 수 없다...육경한은 그녀를 힐끔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진아연이 욕설을 퍼부었다.“이 나쁜 새끼야!”그리고 걸상을 들어 육경한을 덮쳤다. 그는 걸상을 낚아채 한켠에 던져버렸다.진아연은 그의 가슴을 때리며 눈물을 흘렸다.“어떻게 나한테 이래요!”육경한은 웃으며 말했다.“재미 본 거야. 신경 쓸 게 못 돼.”진아연의 두 눈이 붉어졌다. 다른 여자는 다 돼도 저 여자만은 안 된다.그녀는 아까부터 알아봤다.그녀가 바로 육경한의 전 약혼녀이자 소씨 가문의 아가씨 소원이다.지금은 너무 초라해져 한 마리 개보다도 못한 처지로 몸을 팔고 다니지만 말이다.그녀는 육경한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 손을 높이 들었다.그리고 ‘쨕쨕’ 소원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감히 사람을 화장실로 유혹해? 소씨 가문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왜 이 모양인 거야!”“아니. 그들은 아니야...”소원은 터진 입술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반박했다.그녀는 더러운 몸이지만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깨끗한 분들이다.성실하게 사업을 했지만, 망한 것뿐이다.모두 그녀 탓이다. 전부 그녀 탓이다...“인정도 안 해!”진아연은 소원의 옷을 찢었다. 마치 개를 대하듯 있는 힘껏 그녀의 머리를 내리치고 또 쳤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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