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373 챕터
제151화
서준혁의 말에는 가시가 가득했다. 신유리는 그를 쳐다보며 감정을 가라앉히고는 끝내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만나든 이제는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담담한 말투에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것 같았다. 서준혁은 여전히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상관이 없다고?”“신유리, 넌 여기 할아버지 때문에 온 거지?”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큰 키를 가진 서준혁이 신유리를 내려다보았는데, 모든 것이 가소롭다는듯한 눈빛과 태도였다.“그냥 그분은 성남에서 이틀만 머무를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그 사람이 누군지 서준혁은 말하지 않았지만, 신유리는 그제서야 하성이 서준혁의 삼촌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신유리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성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그저 하정숙이 집안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정도만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서준혁은 계속 집안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성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을 테지만 만약 서준혁이 같이 만나러 간다면 만나줄지도 몰랐다. 신유리는 순간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금세 표정관리를 했다. 신유리가 고개를 들고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조건이 있는데?”신유리는 서준혁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을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준혁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깊은 눈동자에 신유리의 모습이 비쳤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무슨 소리야! 네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말을 마치고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신유리도 따라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작은 그림자 하나가 옆으로 다가왔다.갑자기 나타난 송지음은 신유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고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언니, 방금 오빠가 하는 말 다 들었잖아요. 언니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한 것 같아 보이니 먼저 가시는 게 어때요?”하정숙의 비웃음을 받은 데다가 서준혁에게도 무시를 당하니 송지음은 지금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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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휴대폰은 그렇게 한참 동안 울리다가 자동으로 꺼졌다. 신유리는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주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임아중이 물었다.“유리야, 넌 국 안 마셔?”“난 됐어.”사실 신유리는 또 저녁을 안 먹었다. 이미 위가 불편했지만 전혀 입맛이 없었다.한편 성남 호텔에서는 화인 그룹의 모임이 막 끝난 상황이였다. 하정숙이 휴대폰을 들고는 차갑게 웃었다.“만족해?”맞은 켠에 앉은 서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차가운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어머니께서 만족하셨겠죠.”하정숙은 50이 넘은 나이였지만 관리를 잘한 탓에 아직도 젊어 보였다. 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내가 네 엄마라는 걸 잊지 마. 내가 설마 그깟 집 한 채도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 분명히 말했지만 걔는 우리 집안에 못 들어온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하지 마.”서준혁을 가리키면서 얘기하던 하정숙은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진짜 네 아빠 아들은 맞나 보네. 여자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서야! 어디서 그런 출신도 미천한 애를.”“하정숙!”서창범이 벌떡 몸을 일으키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하정숙을 바라봤다.“그만해.”하지만 하정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다른 사람 앞에서는 제가 항상 봐주니까 잊은 거 같은데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명심해요.”서준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 둘을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은 이미 어릴 때부터 많이 겪어서 익숙했다. 하정숙과 서창범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화제로 계속 다투었고 감정이 점점 격해지자 하정숙이 서준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신 아들을 봐요. 당신이랑 똑같이 멍청하고 쓸모없지 않나요?!”서준혁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일어서서 격렬히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한번 훑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다른 사람이 제 물건에 손대는 게 싫을 뿐이에요.”기분이 안 좋으니 서준혁의 주위에 살얼음이 껴있는 것 같았다. 송지음은 그런 서준혁을 지켜보며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송지음은 일부러 연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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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이신을 기다리고 있던 신유리는 왕호원이 인턴 2명과 함께 아래층으로 급히 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마음속으로 하성이 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신유리는 어제 왕호원은 하성과 찍은 사진들과 병원에 대한 각종 소식들을 인스타에 올렸던 것을 봤다. 권위 있는 전문가는 어디서에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특히 신경내과와 뇌과 일부 수술에도 관련되어 있기에 왕호원은 오랫동안 하성을 존경해 왔었다.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왕호원은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리고는 신유리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세미나는 15분 후에 시작되니 허 교수님은 지금 아래층에서 쉬고 있을 거예요. 기회를 잡고 싶다면 한 번 가봐요.”멈칫하던 신유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왕호원은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그리고 한참후에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신유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병실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의 병세는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 신유리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할아버지도 평생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었다.고개를 내린 신유리는 큰 다짐을 한 듯 회의실로 향했다.2층 회의실에서는 하성은 의사와 함께 환자 케이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성의 휴대폰이 울렸다.업무가 중단되자 하성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전화를 끊으려던 그는 발신자를 확인한 후 인내심을 갖고 전화를 받았다.상대 뭐라 했는지 하성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그만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내가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이린히는 난감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사이를 봐서라도 도와줄 수 없어? 게다가 그 사람도 사람을 구하려고 그러는 것인데 왜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당신의 친구가 누가 됐든 난 돕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내 원칙이야.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먼저 끊을게.”하성은 차갑게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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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병원 벤치에 앉아 있는 신유리는 낯빛이 말이 아니었다. 통화는 언제 끊겼는지 알 수 없었다.하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가 침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가 호흡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누군가가 신유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얼굴은 너무 차가웠고 무감각하게 뻗은 손에 물기가 만져졌다.울고있는 건가?신유리는 눈물로 젖은 손을 바라보았다.서준혁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그녀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할아버지를 낫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신유리의 어깨가 축 늘어지고 귀에 걸렸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그때 갑자기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지고 익숙한 체취가 소독향에 섞여 신유리의 코를 자극했다.서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의 몸은 바로 경직되었다.“수술받고 싶어?”서준혁의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신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가에 아직 눈물이 걸려 있었다.그는 담담한 표정이었고 짙은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실려 있었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원해?”당황한 머릿속이 서서히 정리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서준혁에게 물었다.“조건이 뭐야?”서준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고운 눈에는 전에 있던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았다.눈을 가늘게 뜬 서준혁은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왜 도우려고 하는지 스스로 잘 생각해 봐.”창백했던 신유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반응이 안 보였다. 그저 서준혁을 응시 할 뿐이었다.눈썹을 치켜세우던 서준혁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야.”그의 손끝만큼은 몹시 다정했다.신유리의 턱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그의 힘에 이끌려 신유리는 머리를 뒤로 젖혔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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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복잡한 생각이 전화벨 소리로 인해 끊겨졌다. 신유리가 휴대폰을 꺼내보니 전화를 건 당사자는 임아중이었다.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으려던 신유리였지만 갑자기 룸의 불이 꺼졌다.시력이 좋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지금 어디에 있는지 솔직하게 말해.”임아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신유리가 멈칫했다.“밖이야.”“이신과 같이 있어? 전화를 넘겨 봐. 아까 나와 경천이가 여러 번 전화 했는데 한 통도 받지 않았어. 급한 일이란 말이야.”“함께 있지 않아.”임아중은 의아했다.“그럼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지? 이미 수십 통은 걸었는데.. 휴, 그럼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이신은 고의로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였기에 더욱 의문이 들었다. 눈쌀으르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심유리가 말했다.“아마 바쁜가 보지.”신유리는 순간 오전에 하성쪽에서 거절했다며 시무룩해하던 이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그렇게 의기소침한 이신은 처음이었다.그때 그녀는 마음이 안 좋았어서 이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입술을 깨물던 신유리가 임아중에게 말했다.“내가 한 번 전화해 볼게.”임아중과의 통화를 마치고 신유리는 이신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때 서준혁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많이 아끼나 봐?”신유리의 휴대폰 화면은 아직 연락처화면에 머물러 있었다. 서준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진도는 어디까지 나간 거야?”그는 그녀와 이신과의 관계를 말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시선을 내리 깔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신과의 관계에 대해선 신유리가 여러 번 해명했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지금 그녀가 더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해야 서준혁이 만족하는가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에 서준혁이 냉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어 그녀의 앞에 가져갔다. 그리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린 그가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까지 내가 가르쳐 줘야 해? 멍청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잘 알고 있지 않나?”멈칫한 신유리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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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녀가 고개를 들자 서준혁이 이미 일어나 그녀를 무표정한 얼굴로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그가 무심하게 힐끗 보며 말했다. "물건 좀 사러 가."그의 말투는 냉정했지만 신유리는 오히려 안도의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서준혁이 일부러 그녀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떤 이유든 나가는 것이 이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으로 배척했다.그러나 우서진이 하필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고, 이내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일부러 신유리 씨를 나가게 하는 건가?"그러자 신유리는 멈칫 했고 곧 서준혁의 담담한 대답이 들려왔다."케이크를 사오라고 하려던 것 뿐이야."하지만 서준혁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우서진은 곁눈질로 신유리를 바라보다 서준혁의 말을 듣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송지음이 케이크가 먹고 싶대?"서준혁이 “응.”이라고 답했다.우서진의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표정이 더욱 짙어졌고 시선을 신유리에게 옮겼다. 그는 눈빛에 담긴 혐오감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목청을 높여 농담하는듯이 말했다."들었어요? 준혁이가 신유리 씨한테 케이크를 사 오라네요."그는 마치 신유리가 모르는 것처럼 일부러 여자 친구라는 네 글자를 강조하였다."솔직히 말하면 송지음씨는 준혁이의 진짜 여자친구예요. 신유리씨가 준혁이 비서인 이상 그의 예비 아내를 모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앞으로 그녀가 당신의 사모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우서진은 말을 마치고 또 고의로 한마디 덧붙였다."아, 잊고 있었어요. 신유리 씨는 이미 자신의 부도덕함으로 화인 그룹에서 잘렸네요."업계 안에서 신유리가 예전에 모두가 예상하던 서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라는 것을 모르는 자가 없다.그러나 지금 우서진이 갑자기 송지음을 언급하는 것은 일부러 신유리가 이미 서준혁에게 차였다는 것을 말하며 깎아내리려고 하는것이 틀림 없었다. 그의 말들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고 신유리를 괴롭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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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신유리는 그를 보았고, 한 글자씩 말할 때마다 가슴이 콕콕 쑤셨다."그래서 어떡할 건데?"항상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녀의 가면은 찢기는 것만 같았고 망연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드러나 버렸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한테 대체 뭘 더 하라는 거야….?"그러자 서준혁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게 네 장점 아니였어?"그는 뒤로 몸을 기대었는데,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사람 만족시키는 데에 강하지 않아? 연우진부터 이신까지."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셔츠 옷깃에 걸쳤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단추 두 개를 풀어헤쳤다.그의 눈빛은 분명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하는 말은 마치 칼처럼 신유리의 가슴에 박혔다."신유리, 내 앞에서 순진한척할 필요 없어."차 안은 공간이 매우 좁아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려왔다.신유리는 손을 핸들 위에 올리고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도망가려는 충동이 생겼고 어쩐 일인지 숨을 쉴 수 없었다. 차 안의 공기는 모두 바늘을 품고 있는 것처럼 호흡할 때마다 그녀를 더욱 아프게 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서준혁은 그녀의 얼굴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 드러나자, 마음에 조금 이상한 감정이 맴돌았지만 곧바로 원상 복귀 되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가볍게 웃고 난 뒤 말했다."그들 앞에서도 이렇게 연기 한 거야?"그의 말이 떨어지자, 신유리가 갑자기 그에게 다가왔다.그렇게 그녀의 입가는 서준혁의 턱에 닿았고 천천히 문지른 후에야 입을 뗐다. 그녀의 목소리는 솜처럼 가벼워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이렇게 환심을 사면 되는 건가?"신유리는 지금의 자신이 틀림없이 아주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지겹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비위를 맞추다니…! 그녀의 마음은 마치 얼음장과도 같았지만 서준혁이 말한 만족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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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신유리는 머릿속의 생각들이 아주 많아 혼란스러웠다.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침 집에 돌아온 이신과 마주쳤다.이신의 눈가에는 조금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신유리를 보자 멈칫했다.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리다가 물었다. ."외할아버지 쪽은 상황이 어때?""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미안해, 내 문제야.."이신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미 오랫동안 이 씨네에 돌아가지 않았고, 이번에도 일 문제로 돌아와 그의 가족들과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이모가 하씨 집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하성이 그렇게나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네가 도와준 것만으로도 아주 고마워."신유리가 말했다."내 문제야.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원래 외할아버지의 일은 이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돕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신유리는 이미 아주 고맙기 때문에 이신을 탓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다 곡연이 말한 일을 떠올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신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곡연한테서 금융전시 합작을 취소한다고 들었어."이 일을 언급하자 이신의 안색은 조금 안 좋아졌다.그는 오늘 병원에 가는 길에 갑자기 회의에 불려 갔는데,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그들과 이 전시회의 합작은 마지막 단계만 남았고,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앞서 상대가 갑자기 합작사를 바꾸겠다고 했다.신유리는 이신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무슨 이유인지는 말했어?""글쎄. 원인이 조금 복잡해."이신도 머리가 아파왔다. "다른 작업실도 끼어들려고 했고, 성남 많은 기업의 협력 의향서도 가져와서 지금 조금 난처해."그가 말하자 신유리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금융 전시회는 부서 쪽의 경제 발전과 사회화를 추진하는 의사결정이다. 만약 여러 기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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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주국병이 나한테 다 말했어."사무실에서 이연지는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서준혁은 책상 뒤에 앉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이연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웃음을 터뜨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신유리가 나를 찾아온 것을 알고 있나요?"이연지는 요즘 계속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화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작은딸도 입원했으며 주국병까지 매일 전화를 걸어 그녀를 재촉했다.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서 대표, 유리가 자네와 같은 사장을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유리의 큰 복이야. 이전에는 내가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네. 내가 그 행동은 사과할게. 자네들에게 다 사과할게. 서 대표가 예전에 유리를 도우려 했으니, 지금도 유리를 돕는 셈 치는 게 어때?""유리를 돕는다고요?"서준혁은 손끝으로 탁자를 짚고 말투 평범했다. 그는 이연지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유리가 이미 화인에서 해고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인의 직원이 아닌 이상 내가 대체 왜 도와야 하죠?"이연지는 신유리가 화인에서 해고될 줄 생각지도 못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줄곧 인터넷상의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아 신유리가 여전히 화인에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녀는 곧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물었다."서 대표네 회사와 유리가 무슨 계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유리가 해고된 후 몇백만 원을 배상해야 하는 거 아닌가?"서준혁은 멈칫했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 몇 초 동안 멈췄고, 이내 아주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있어요.""그럼, 바로 나한테 주면 안 되나? 나는 유리의 엄마잖아. 내가 대신 돈을 받아도 되는 거 아니야?"서준혁은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모두 거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연지를 보았다.이연지는 그의 시선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고 게다가 주국병이 말이 생각나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우리는 모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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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서준혁의 말투가 차가워지자, 신유리는 입을 약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연지를 끌고 자리를 떴다.이미 출근 시간인지라 밖에는 송지음, 쥴리, 이석민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이연지가 아침 일찍 서준혁을 찾으러 온 일은 이미 회사에서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 송지음은 신유리가 이연지를 끌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유리 언니, 이곳은 회사예요. 아주머니한테 경솔하게 달려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 좀 드리는 게 좋겠네요."그녀는 이젠 신유리의 앞에서 더 이상 가식적인 연기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가벼운 비웃음만이 담겨 있었다."나와 서 대표님이 아주머니를 지금 만났으니 다행이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주머니가 경호원한테 제지를 당해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을테니까요."신유리는 지금 마음이 몹시 불편하여 송지음과 더 이상 말을 할 여력도 없었다.그녀는 부은 그 손으로 이연지를 잡고 있었고 통증은 계속 몸에 퍼지고 있었다.그 와중에 이연지는 하필 눈치도 없이 신유리의 팔을 잡힌 채 송지음과 대화를 하려고 했다."그래, 확실히 지음 씨 덕분이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정말 들어오지 못했을 거야."송지음의 눈 안에 담긴 혐오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바로 그 눈빛을 거두었고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앞으로 회사에 오시려면 유리 언니를 데리고 함께 오세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언니를 아는 사람도 많아 아무도 막지 않을 거예요. 유리 언니, 안 그래요?"송지음은 말을 마치고 가만히 있는 신유리에게 물었지만 신유리는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송지음의 말이 맞긴 했다. 그녀는 화인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그녀를 아는 사람은 적지 않을뿐더러 많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미 퇴사한 상태이다. 그리고 화인의 규정 중 하나가 바로 관계자 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송지음은 말을 그럴듯하게 했지만, 그저 이연지가 신유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체면을 잃기를 바라는 듯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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