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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회사로 돌아온 김시후는 급히 노트북을 켜고 5년 전의 기록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자료에는 역시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기록된 시간도, 보육원 사람들의 진술도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김시후는 서유가 전에 했었던 말이 사실이고 이 기록들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김시후는 한껏 찌푸려진 미간을 하고서는 소준섭에게 전화했다.

마침 회의를 준비 중이던 소준섭은 발신자에 떡하니 적힌 김시후를 보고 급히 전화를 받았다.

"왜 무슨 일이야?"

"야, 내가 그때 서울에서 기억을 잃은 거야 아니면 집에 돌아와서 기억을 잃은 거야?"

소준섭은 김시후의 친구이자 주치의로서 당연히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준섭은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해오는 김시후에 잠시 벙쪄있다가 말했다.

"혹시 뭐가 기억나기라도 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이상해서."

그 말에 소준섭은 수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은 서울에서 잃은 거야."

"교통사고 난 다음에 바로 기억 잃은 거 맞아?"

김시후가 곧바로 물어올 거라는 예상 못 했던 소준섭은 또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

긍정의 대답을 들은 김시후의 안색은 아까보다 많이 어두웠다.

김시후는 서유가 자신을 찾아왔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서유는 분명 자기가 몸을 대주고 돈을 받은 일에 대해 화가 난 김시후가 일부러 기억을 잃은 척 하는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무릎까지 꿇으면서 몸을 대준 건 저를 살리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구구절절 해명했었다.

만약 교통사고가 있은 직후 바로 기억을 잃었다면 서유가 굳이 제게까지 찾아와 이 일을 언급할 리가 없었다.

그말인즉슨 교통사고 후에 바로 기억을 잃은 건 아니고 이 일로 서유와 다툰 적이 있었기에 서유가 그리 다급하게 저에게 해명을했던 것이다.

분명 다른 무슨 이유때문에 기억을 잃은 것일텐데 그게 무엇인지는 형과 그 측근들만 알 것이다.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에 김시후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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