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1화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주서희의 뒤를 따라 산부인과로 가서 검사를 받은 후 다시 원장실로 돌아와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워싱턴에 있는 이승하는 그녀들보다 마음이 더 급해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고 주서희는 아예 전화를 끊지 않고 스피커폰을 눌렀다.

한편, 서유는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안고 머리를 파묻은 채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주서희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간호사가 곧 보고서를 가져왔고 주서희는 재빨리 보고서를 건네받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들떠있던 그녀의 표정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서유는 임신이 안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정말 아이를 가지는 게 힘든 거구나...’

주서희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유 씨,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 검사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혹은 몸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조급해하지도 말고 낙심하지도 말고 우리 조금 더 기다려봐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이승하는 심장을 쥐어짜듯 숨을 쉴 수조차 없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서유가 이렇게 된 건 다 그 때문이었다.

그가 핸드폰을 꽉 쥔 채 아픔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야. 아이는 필요 없어.”

서유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알아요.”

그가 터질 듯이 아픈 관자놀이를 누르며 조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찌 됐든 난 당신과 결혼할 거야.”

이토록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그를 위로했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붉게 물든 눈으로 전화를 끊으라는 원장을 쳐다보며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서유 순순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주서희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그녀를 위로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갈한 양복 차림의 윤주원이 빨간 장미 한 다발을 들고 간호사와 의사들의 환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