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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지현우는 헬기를 어느 한 산골 마을에 세운 후 거기에 세워져 있는 다른 한 대의 헬기로 갈아탔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갈아탄 뒤에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R 국에 도착했다.

서유는 그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한 별장에 도착한 후 품에 있던 연이를 조지에게 넘기며 말했다.

“연이 좀 봐주세요. 현우 씨와 할 얘기가 있어요.”

조지는 서유가 화를 낼 걸 알았기에 별말 없이 연이를 건네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유는 두 사람이 떠난 뒤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희미한 눈으로 지현우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분명히 한 달 뒤에 날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죠?”

지현우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태연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약속 따위 안 지킨다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천천히 한 모금을 빨아드렸다.

서유는 분노를 최대한 억누르며 얘기했다.

“지현우 씨, 나는 김초희가 아니라 서유예요. 나도 내 인생이 있다고요. 대체 언니 행세까지 시키며 나를 옆에 두려는 이유가 뭐죠? 언니를 향한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내가 목적인가? 나를 망가트리려고?”

지현우는 이렇게까지 또박또박 말을 하는 서유를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그녀는 김초희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며 얌전히 말을 잘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감정이 깃들지 않는 한낱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유는 마치 누가 영혼이라도 불어넣어 준 것처럼 생기있고 활력이 넘쳤다.

그는 서유를 빤히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었다.

“초희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에 서유는 코웃음을 쳤다.

“아니요. 이건 언니를 향한 복수가 아니에요. 나한테 하는 복수라면 모를까.”

“마음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내 눈에 당신은 초희일 뿐이니까.”

서유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가끔은 이 얼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망가트리고 심장도 도려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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