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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서유는 심장이 쫄깃하더니 서서히 눈꺼풀을 늘어뜨렸다. 고아가 어떤 신분 배경이 있단 말인가...

이태석은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내가 조사해보니 자네는 고아로 자랐더군. 후에 언니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한낱 디자이너 출신이 어떻게 내 손자와 어울릴 수 있겠나?”

신분을 놓고 본다면 그녀는 확실히 이승하에 어울리지 않았다.

“디자이너일 뿐이지만 제 언니는 자신의 분야에서 꽤 뛰어난 성과를 거뒀어요.”

그녀의 출신을 뭐라 하는 건 괜찮지만 자신의 언니가 비웃음 받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태석은 일개 디자이너를 경멸하지만 서유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강조했다.

“자네도 말했듯이 그건 자네 언니가 일군 성과네. 자네랑 아무 상관 없는.”

그의 뜻은 서유 언니의 성과가 곧 서유의 성과가 아니란 뜻이다. 이 점은 그녀도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이태석은 서유의 뜻을 오해했다. 서유는 그저 자기 언니를 위해 한마디 했을 뿐이다.

서유가 입을 열어 설명하려 했지만 이태석은 첫 번째 문제를 뛰어넘어 두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

“두 번째 문제, 자네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나?”

이 문제는 서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직격 되어 그녀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

말문이 막힌 그녀를 본 이태석이 대신 대답했다.

“서울대도 못 가고 보통 대학을 졸업했더군. 내 손자는 어린 나이에 하버드대에 입학했어. 그런 자네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서유의 손톱은 손바닥에 깊이 박혔다. 지금의 그녀는 이태석의 카리스마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인해 깊은 자괴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묵묵부답에 이태석은 오히려 온화하고 점잖은 표정을 지었다.

“서유 양, 우리 집안에 시집오는 여자들은 모두 명문가에서 태어났어. 그런데 자네의 신분은 보통 집안이라고 할 수도 없어.”

“내가 보통 집안을 경멸하는 것은 아니네. 만약 자네의 노력으로 높은 학벌을 얻었다면 인정할 수 있어. 적어도 우리 가문의 자손들이 좋은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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