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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이승하의 보름이 넘는 보살핌 덕에 겨우 혈색을 되찾은 서유의 얼굴색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몸을 떨더니 발을 헛디뎌 뒤로 물러섰고 하얀 손가락은 더욱 통제 불능이 되어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그녀와 이승하는 며칠 동안, 몇 번이나 계속 잠자리를 가졌지만 배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정말 그녀는 생육 능력을 잃었을까?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을 때, 이태석이 덤덤하게 귀띔했다.

“우리 가문의 권력은 반드시 자손이 물려받아야 하네. 그런데 자네는 아이도 낳을 수 없으면서 어찌 감히 우리 가문에 발을 들이겠다는 건가?”

이씨 가문에서 출신과 학력도 보잘것없는 데다 아이까지 못 낳는 여자를 며느리로 들였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큰 비웃음을 살 것이다.

이태석은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양복 주머니에서 미리 작성한 수표를 꺼내 서유에게 건넸다.

“승하가 자네와 결혼하려고 우리 가문 전체 자산을 예물로 가져왔지. 승하가 준 물건은 돌려받지 않을 거네. 그리고 이 수표까지 주겠네. 금액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쓰게. 유일한 조건은 내 손자를 떠나는 것이야.”

이태석이 인내심 있게 지금까지 서유와 말한 것은 그녀를 떠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유가 반박할 수 없는 약점 몇 개를 내걸었으니 일이 다 된 것 같아 수표를 주고 이야기를 마치려 했다.

그러나 서유는 그 수표를 받은 후 반으로 찢어 돌려주었다.

“어르신, 이 수표로 저를 쫓아내시면 손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저 또한 이씨 가문의 전직 권력자를 존경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덤덤하게 말을 마친 그녀는 점차 혈색을 되찾았다.

“어르신이 말씀하신 출신, 학벌 그리고 아이에 관한 일 때문에 저도 승하 씨를 거절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승하 씨는 개의치 않았어요. 아이는 필요 없고 저만 원한다고 했어요.”

이태석은 총명한 사람이라 그녀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자연스럽게 알아챘다. 이승하가 그녀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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