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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오늘도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검은 코트를 걸치고 금테 안경을 쓴 채 문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비틀거리는 소수빈과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을 때, 마치 이승하를 에워싸고 지구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코트도 벗지 못한 채 눈보라를 뒤집어쓰고 곧장 이태석을 넘어 서유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 다쳤어?”

이승하는 이태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유의 몸을 위아래로 검사했다. 그녀에게 작은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서유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불안한 마음을 점점 내려놓았다.

“괜찮아요. 단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떤 말을 했든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모든 건 나한테 맡겨.”

남자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마음을 달래는 힘이 있어 그 사람만 있으면 어떤 장애도, 어려움도 쉽게 풀릴 것 같았다.

사실도 그러했다. 이태석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수표를 쥔 손가락을 천천히 움켜쥐고 안색을 약간 좁히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일찍이 이 손자를 도와줬다면 지금 그를 대할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이승하에게 죄책감을 가진 이태석은 주먹을 쥐고 가볍게 기침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승하야, 난 단지 이야기하러 온 것뿐이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시선이 시종일관 서유의 몸에 있던 이승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이태석을 쳐다보았다.

“서유 찾아오지 말라고 이미 경고했어요.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예요?”

서유는 그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급히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그러지 말라고 일깨워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승하가 줄곧 이태석에게 이렇게 말하는 줄 몰랐다.

이승하와 할아버지 관계는 그날 밤 박화영이 처음으로 이승하에게 채찍질했을 때 이미 틀어졌다...

불과 몇 살밖에 되지 않은 이승하는 친어머니에게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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