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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침대에 앉아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석은 핸드폰을 꺼내 비서한테 서유의 전화를 알아보라고 한 뒤 서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신혼집 설계도 작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서유는 낯선 번호를 보고는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맞은편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일세.”

이태석이 자신에게 전화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어르신. 무슨 일로 저한테...”

전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일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넸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이태석은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자네한테 물어볼 것이 있네.”

“네, 어르신. 말씀하세요.”

서유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똑바로 앉았다.

이불을 젖히고 일어난 그는 통유리창 옆으로 다가가 정원의 등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승하 그놈을 사랑하는가?”

그녀는 그가 또 무슨 간사하고 이상한 질문을 해서 자신을 공격하려는 줄 알았다. 근데 이런 질문을 하니 조금 의외였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한 뒤 정중하게 대답했다.

“어르신, 어르신께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면 왠지 너무 가벼운 대답일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그 사람을 잃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을 잃어보고 나니 그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 당시 지현우의 거짓말이기는 했지만 그를 잃어버린 느낌은 실제로 경험했었다. 그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미 뼛속 깊이 파고들었고 놓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게 아마도 사랑이겠지...

이태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물었다.

“그놈이 예전에 자네한테 그리 못되게 굴었는데 밉지도 않나?”

그녀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한테 물었다.

“그 사람한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있었나요?”

이태석은 멍하니 아무 말도 잇지 못하였다.

그가 침묵하자 서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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