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 암부.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문인 암부는 국방부도 아니고 정권의 제약도 받지 않으며 오로지 화진의 군주와 구주왕에게만 충성했다.게다가 그들은 일단 일을 마친 뒤 보고할 권력이 있었다.시장 정도라고 해도 암부 사람들을 보면 깍듯이 대해야 했다.남경에 있을 때 한 시장이 뇌물을 받고 시민들을 억압하다가 암부 천현수에게 걸려서 목이 잘렸고, 천현수는 그의 머리통을 들고 순검사를 찾아갔다.그런데 서남의 시장은 윤구주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다.그러니 정태웅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꼬맹아, 날 따라 와! 사람 죽이러 가자!”암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정태웅은 남궁 가문의 귀재를 찾았다.흰옷에 검은색 검집을 등에 멘 남궁서준은 정태웅의 말을 듣더니 시선 한 번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안 가요.”“안 가긴 왜 안가?”정태웅은 버럭 화를 냈다.“제기랄, 어떤 놈이 우리 저하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어. 그런데도 안 갈 거야?”정태웅의 말을 들은 남궁서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차갑게 물었다.“누군데요? 누가 감히 우리 형님에게 그딴 소리를 한 거예요?”남궁서준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본 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묻지 말고 날 따라와서 사람을 죽이면 돼.”두 사람은 곧바로 암부 구성원들을 데리고 미향각으로 향했다....미향각 쪽.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탁시현은 아직도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두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괴로운 건지 표정도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의 앞에 있는 윤구주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의 곁에는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옆에 있었다.“이 자식,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잠시 뒤에 경찰 쪽 사람들이 오면 도망치지 못할 테니까!”탁시현은 비록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그의 말을 들은 윤
“그래! 잠시 뒤에 경찰 쪽 사람들이 온 뒤에도 저 자식이 저렇게 건방을 떨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5분도 되지 않아 예상대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시장님, 경찰 쪽에서 도착했습니다.”안경을 쓴 비서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흥분해서 원재혁에게 말했다.배 나온 원재혁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음험하게 웃었다.“이 자식, 넌 도망칠 수 없을 거야.”윤구주는 차를 마시면서 대꾸했다.“멍청하긴. 내가 도망칠 것 같아 보여?”“저기... 경찰 쪽에서 도착했는데 이제 어떡해요?”대스타 은설아는 두려웠다.그녀는 윤구주의 실력이 아주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는 화진의 경찰이었다.‘화진의 경찰을 적으로 돌리려는 건가?’“맞아, 구주야. 우리 그냥 가면 안 될까?”소채은도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에 두려움이 들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두 여자를 위로했다.“내가 말했잖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오늘 누가 오더라도 우리를 어쩔 수는 없어. 믿기지 않는다면 지켜보고 있어.”두 여자는 윤구주의 말을 듣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들은 윤구주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윤구주가 어떻게 경찰을 상대하려는 건지도 알지 못했다.그들은 그저 걱정될 뿐이었다. 혹시라도 경찰 쪽 사람들이 윤구주를 잡아서 감옥에 넣는다면 어찌한단 말인가?이때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대충 봐도 3, 40명은 될 것 같았고 게다가 다들 진짜 총을 지니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경찰서장 육명진이었다.육명진은 체구가 컸다. 그는 예전에 암부 구성원이었는데 다쳐서 암부에서 나온 뒤 서남의 경찰서장이 되었다.육명진은 수십 명의 경찰들을 데리고 도착했고, 원재혁의 곁에 있던 비서가 바로 그에게 달려갔다.“육 서장님, 드디어 오셨네요. 한 남자가 대낮에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천음 엔터 사장의 두 다리도 부러뜨렸어요. 그러니 지금 당장 저 범죄자를 잡아주세요!”서남의
윤구주는 앉아 있고 천음 엔터 사장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본 육명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와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 감각은 과거 암부에 있을 때, 높은 지위에 있는 지휘사를 만났을 때보다도 더 강렬했다.육명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의아해했다.그러나 그래도 그는 서남의 경찰서장이었다.“이 자식,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우리 서남에서 죄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해? 서남의 경찰서장인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육명진이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저놈들이 맞을 짓을 한 거야.”“건방지네.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뻔뻔하게 그런 얘기를 해? 설마 사람을 다치게 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들어 육명진을 바라보았다.“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법을 어기는 일이지. 그리고 악인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난 알고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서서히 시선을 들어 눈앞의 육명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화진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라. 악은 징벌하고 선은 베풀어라. 암부 구성원으로서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뭐라고?’윤구주가 화진 암부의 가장 중요한 구호를 얘기하자 육명진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넌... 넌... 넌 누구야? 어떻게 내가 암부 구성원이었던 걸 안 거야?”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의 굵은 팔뚝을 가리켰다.육명진의 팔뚝에는 검은색 타투가 있었다.그 타투는 원형 도안이었고 그 위에는 또렷하게 ‘암’ 자가 새겨져 있었다.“이건 화진 암부의 독특한 징표야. 그래서 알아본 거지.”육명진은 조금 전 그가 미향각으로 들어왔을 때, 윤구주가 단번에 그의 팔뚝에 새겨진 타투를 본 것을 몰랐다.윤구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다.윤구주
“난 명령했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놈을 체포해!”배 나온 서남 시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우레와도 같은 소리가 미향각 밖에서 들려왔다.“개 같은 자식! 어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는 건지 나 정태웅이 오늘 한 번 똑똑히 지켜볼 거야!”엄청난 목청이었다.백여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뚱뚱한 남자와 흰옷을 입은 소년의 뒤를 따라서 미향각 안으로 들어왔다.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이 드디어 도착했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뒤에는 남궁 가문의 검도 귀재와 아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 그리고 수백 명의 완전 무장한 검은 옷을 입은 암부 구성원들이 있었다.암부 구성원들은 안으로 들어오자 서남 시장 원재혁과 그의 비서, 그리고 두 무릎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음 엔터 사장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심지어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던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벌떼처럼 몰려온 그들이 대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당신들은 누구길래 감히 이곳에 쳐들어온 거지? 육 서장, 이 건방진 놈들을 전부 체포해!”서남 시장 원재혁은 갑자기 한 무리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들어오자 곧바로 육명진에게 말했다.육명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육명진, 감히 암부 형제들을 건드릴 수 있겠어?”서남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가 한 말이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진은 고개를 들어 원건우를 바라보았다.“여단장님...”서남 경찰서장 육명진은 깜짝 놀라 외치더니 갑자기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36여단 소속이었던 육명진, 여단장님을 뵙습니다!”서남 경찰서장이 원건우의 앞에 무릎을 꿇자 서남 시장은 넋이 나갔다.“육 서장, 뭐 하는 거야? 왜 저 자식에게 무릎을 꿇는 거야?”바닥에 무릎 꿇은 육명진이 대답했다.“전 과거 암부 제36여단 소속이었습니다. 한 번 암부에 몸담았으면 영원히 암부 사람이죠. 제가 비록 암부에서 나오긴 했지만 전 여전히 암부 사람입니다.”암부?서남 시
명색이 서남 시장이라는 사람이 정태웅에게 맞아 단번에 나가떨어져 버렸다.그 모습을 본 유 비서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지금 우리 시장님을 친 거야?”“육 서장님, 뭐합니까! 당장 저 인간을 쳐내지 않고!”유비서의 말에 원건우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지휘사 님께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죽고 싶나 보군!”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칼을 뽑아 들어 허공에서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사람 머리가 바닥에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원건우가 유 비서의 머리를 단번에 잘라버린 것이다!그 모습에 서남 윗선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채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여단장은 단칼에 유 비서를 처리한 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앞에 치켜들며 말했다.“또 누구 이렇게 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 원하는 대로 죽여주마!”그 말에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하진 암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혹하기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64명의 여단장들은 특히 더 위험한 인물들이다.정태웅은 피식 웃으며 아까의 일격으로 입안이 피범벅이 된 서남 시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마치 소동물을 손에 쥐듯 그의 뒷덜미를 잡아 공중에 떠올렸다.“이봐, 아까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한다고 했었나? 그래?”서남 시장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말을 버벅거렸다.“저... 저는...”“말 똑바로 안 해? 네 놈이 우리 저하를 체포하겠다 했냐고 묻잖아!”정태웅은 원재혁의 뺨을 철썩철썩 내리치며 물었다.서남 시장은 가뜩이나 이미 입안이 터진 데다 이제는 코피와 눈의 실핏줄까지 터져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원재혁 딴에는 빨리 용서를 구하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정태웅에게 사과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정태웅은 마치 공을 굴리듯 그를 윤구주의 바로 앞에 차 던져버렸다.“저하, 이놈의 피부를 싹 다 벗겨버린 다음에 갈기갈기 찢어 죽여
“이제는 네 차례군. 전에 나를 죽이겠다고 했었지? 그리고 은설아 씨를 괴롭힐 생각도 했었고.”탁시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나... 나는...”“너는 뭐? 혹시 네 아버지가 천음 엔터 회장이고 집안 재산만 해도 몇십조에 어릴 때부터 너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 하고 싶어?”윤구주의 말에 탁시현은 마치 귀신 보듯 그를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윤구주가 그대로 읊어버렸기 때문이다.“그런데 아쉽게 됐군. 재수 없게도 나를 만나버렸으니.”윤구주는 마치 일상 대화를 건네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쯤 속으로 이곳에서 살아나간 다음 나와 은설아 씨한테 어떻게 복수할지만 생각하고 있지? 그 고민 안 해도 될 수 있게 도와주지.”“뭘... 뭘 어쩌려는 거지?”탁시현은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곳에서 네 놈의 목숨을 끊어놓을 거다.”말을 마친 윤구주의 두 눈에서 금색 빛이 반짝이더니 연꽃 모양 불의 낙인이 탁시현의 동공에 박혀버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몸 안쪽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불꽃은 그의 코와 귀 그리고 눈에서 뿜어져 나왔으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탁시현은 화련금안으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사... 장님...”살아있는 채로 불에 타버려 사라진 모습을 보며 뒤에 있던 부하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은설아와 소채은 역시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 이런 신통 술법은 본 적이 없었다.바닥에 조금 남아 있던 재마저 모두 사라진 뒤에야 은설아는 예쁜 두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탁시현의 부하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더니 윤구주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네 놈이 감히 우리 사장님을 죽여?”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늘하고도 음산한 검기가 엄습해 왔다. 그리고 그 검기는 기다란 용의 모양으로 변
윤구주는 남궁서준이 얼마나 무서운 동생인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숙청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윤구주는 웃는 얼굴로 남궁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꼬맹아, 이제 그만해도 돼.”그 말에 남궁서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바로 윤구주의 뒤로 물러섰다.사람들은 사신 같은 꼬마가 윤구주의 말 한마디에 금세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뚱땡이, 이곳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사람들 데리고 이만 나가. 나는 채은이와 은설아 씨와 함께 계속 식사할 거다.”“네, 알겠습니다.”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암부원들을 시켜 이곳을 깔끔하게 원상복구 시킨 뒤 질서정연하게 미향각을 나섰다.깨끗하게 치웠다고는 하지만 비릿한 피 냄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시끄러움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왔다.윤구주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은설아와 소채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일은 모두 해결되었으니 이제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누세요. 참, 채은이 너 은설아 씨한테서 사인받고 싶다 하지 않았어?”그는 미소를 지으며 소채은에게 물었다.그러자 소채은은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맞아! 나 설아 씨 싸인 꼭 받고 싶어.”한편 은설아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이제껏 재벌도 많이 만나보고 권력자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며 상상도 못 했던 상황들도 많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오늘 보았던 광경만큼 놀랍지는 않았다.은설아는 소채은의 말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사인 요구에 얼른 대답했다.“네, 네, 해드릴게요.”윤구주는 지금 미향각 안에서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그리고 암부원들은 그들이 있는 미향각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남궁서준에 정태웅 그리고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까지 전부 다 나란히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다.“여단장님 부디 벌을 내려주세요.”
“부럽다. 나도 저렇게 대단한 인물들을 호위로 세워봤으면 좋겠네.”팬들은 부러워하면서 은설아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그때, 흰색 BMW 한 대가 맛집 거리로 들어섰다.차량이 천천히 멈춰서고 조수석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저길 좀 봐요. 내가 은설아가 오늘 여기로 올 거라고 그랬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은설아 팬인가 봐요!”이 말을 한 사람은 천이경의 딸 천해윤이었다.그녀 역시 은설아의 팬으로 은설아가 서남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매일 같이 SNS를 확인하며 그녀가 가는 곳을 알아보았다.그러다 오늘 한 네티즌으로부터 은설아가 이곳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주세영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운전석에 앉은 주세영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뒤로 넘기며 혀를 찼다.“대체 연예인이 뭐라고 이 난리야. 너도 마찬가지야. 호들갑 좀 그만 떨어.”“엄마는 은설아가 지금 얼마나 핫한지 몰라서 그래요. 은설아는 우리들의 여신님이라고요.”천해윤은 눈을 반짝이며 팬심을 드러냈다.“여신님은 무슨. 너는 연예인 말고 집안 걱정이나 해! 너는 우리가 오늘 얼마나 큰 손실을 봤는지 알기나 해?”주세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성에서 온 친척 언니가 선물한 영지버섯 말하는 거죠?”천해윤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아까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그 영지버섯 정말 귀한 게 맞대. 몇십억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게 맞았다고!”주세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영지버섯이 아까워 미칠 것 같았다.“진짜요? 그럼 엄마는 오늘 그 몇십억이 넘는 귀한 것을 강아지 사료로 준 거네요?”천해윤의 기가 막힌다는 얼굴에 주세영은 자책하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걔가 그런 비싼 것을 선물로 줄 줄 내가 알았겠니? 아이고 내 팔자야. 그걸 팔아버리면 우리 집은 말 그대로 대박 나는 건데.”“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엄마.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영지버섯 중 90%는 아무런 효능도 없는 가짜래요. 그리고 생각해봐요. 그 사촌 언니가 어마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