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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염구준의 태도에 송본홍봉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사과하고 방금한 협박을 철회한다면, 두 가문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

‘약속?’

“뭔가 착각한 것 같네요.”

염구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 합니까? 어제는 관여할 마음이 없었지만, 오늘은 몸이 상당히 근질근질하니, 누구라도 패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쪽이 협박을 하던 아니면 철회를 하든,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송본홍봉도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않고 얼굴을 굳혔다. 속에서 분노가 솟구치며 몸에서도 음기가 피어올랐다.

“할아버지.”

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송본경목이 먼저 전투 준비를 마친 듯, 온 몸에 기운을 두른 채, 주머니에서 노란종이 묶음을 꺼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가 먼저 도전해봐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전 두렵지 않습니다!”

손자가 나서자, 송본홍봉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는 손자가 대견했지만, 아직은 반보천인에게 도전할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송본홍봉이 손자를 타이르기 위해 입을 연 순간이었다.

“경목아, 너는….”

그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염구준 옆에 있던 청용전존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염 선생님에게 도전하다니, 그쪽이 무슨 자격으로?”

“지금 절 얕보는 거예요? 제가 왜 자격이 없어요?”

송본경목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청용전존을 노려보았다.

그는 송본 가문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나다 알려진 천재였다. 또한 어릴 때부터 송본홍봉 옆에서 신무 옥패에 담긴 기이한 무학을 수련하게 되면서, 남들과 달리 매우 다양한 인술을 익힌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진목.”

송본홍봉이 엄격한 표정으로 손자를 불렀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송본경목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지금 느껴지는 염구준과 청용전존의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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