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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누군가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화이트 핑크의 정장을 입은 여자가 여유 있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까맣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빗어넘기고 옅은 화장이지만 빨간 입술의 예쁜 여자였다.

"서씨 그룹 점점 더 오만해지네요. 감히 파트너를 30분 가까이 내버려 두다니..."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돌린 도설혜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췄다.

그녀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여자의 눈썹과 눈, 그리고 얼굴의 윤곽선은 도예나과 완전히 똑같다.

‘근데!

도예나는 4년 전에 죽은 거 아니었어?

화재 아니면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했는데!

왜...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너... 너... 사람이야 귀신이야?"

도설혜는 창백한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직접 도예나를 죽인 건 아니지만, 도예나는 분명 그녀 때문에 죽었다. 4년 전 그녀는 이 일로 자주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도예나는 늘 귀신이 되어 그녀를 찾아와 목숨을 갚으라고 했다.

"내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귀신이었으면 좋겠어?"

도예나는 터벅터벅 걸어들어와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차가운 웃음, 쌀쌀한 눈빛은 도설혜를 얼어붙게 했다.

도예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

"너, 너 안 죽었어!"

도설혜는 놀라움에 몸서리를 쳤다.

"너 살아있었어! 도예나, 너 왜 아직도 살아있어!"

출산하는 날 대출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화재도 불구하고,

강에 투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이 천박한 년이, 왜 이렇게 목숨이 질긴 거야!’

"왜? 실망했어?"

도예나가 여유롭게 말했다.

"우리 친자매잖아. 내가 살아 돌아온 게 기쁘지 않아?"

그녀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예리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도설혜의 머릿속에는 강세윤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예나의 표정은 강세윤과 완전히 똑같았다!

만약 강세윤과 도예나가 만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도설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써 자기의 손바닥을 꼬집으면서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는 눈을 껌뻑거리며 눈물을 짜내기 시작했다. "언니,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4년 동안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아? 그날 밤 창고에 혼자 남겨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언니, 아빠도 언니 많이 그리워하고 계셔. 얼른 나랑 아빠한테 가자... 아빠가 언니 살아있다는 거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도예나는 쌀쌀하게 웃었다.

18살 전까지 그녀는 아버지가 정말 자기를 예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8세 성인식 다음 날, 그녀는 볼썽사나운 사진 때문에 아버지인 도진호에게 따귀를 맞았다.

딸을 진심으로 아끼는 아버지라면 상처를 입은 딸을 창고에 가두고 8개월 동안 한 번도 보러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그 18년간의 총애는 모두 그녀가 가진 주식을 위해서였다.

"도설혜, 4년 동안 편하게 지냈으니 이젠 끝장을 볼 때도 되었지."

도예나의 목소리에는 깊은 한이 서려 있었다. "나한테서 빼앗아 간 것들은 내가 하나하나 되찾아 올 거야."

도설혜은 그녀의 눈빛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때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강씨 가문의 두 도련님이었다!

‘도예나 이 년이, 두 아이를 나한테서 뺏으려고 할 거야...’

"아, 그리고 내 두 아들은 너 때문에 죽었어,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도예나는 한 음절 한 음절 끊어가며 또박또박 말을 했으며, 그것들은 칼날처럼 도설혜의 심장을 도려냈다.

도설혜는 갑자기 생각났다.

‘맞네,

도예나 기억 속에 두 아이는 이미 죽었어. 태어난 지 몇 분도 안 돼서 죽었다고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도예나는 아이를 빼앗으러 돌아온 것이 아니야!’

도설혜는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강현석은 두 아이의 소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예나는 분명 단서를 찾아 이 엄청난 비밀을 알아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는 숨길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도 도설혜는 도예나를 없애려고 작정했다!

도설혜는 표독스러운 얼굴을 애써 관리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언니,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었어... 난 아이들의 이모인데 내가 어떻게 죽여... 4년 전에 난 아이들을 묻고 묘비를 세워 주었어. 그 뒤로 몇 년 동안 기일이 되면 난 내 조카들을 만나러 갔다고... 언니, 어떻게 내가 죽였다고 말할 수 있어?"

도예나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도설혜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어디에 묻었어?"

"교... 교외에 있는 묘지에... 구체적인 위치는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내일 나랑 같이 가자."

도설혜는 속셈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4년 동안 도예나는 항상 꿈속에서 온몸이 새파랗게 변해버린 두 아이를 만났다. 그녀는 꿈속에서라도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묘비 앞에 가서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도예나는 결코 두 아이의 죽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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