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니...”잔뜩 당황한 강연을 보며 전서훈이 다급하게 물었다.“그게 누군데요? 대체 누가 또 강연 씨와 서안의 교제를 반대하나요? 저한테 말만 하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전 대표님,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강연의 어깨가 축 처졌다.“그분은 제 아버지이거든요.”“아버지요?”이전 세대 비즈니스 전설 강현석?서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장모님과 장인어른의 허락은 서안이 회복한 후에 차차 고민해 봐야 했다.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서훈이 얌전히 꼬리를 내렸다.얼마 뒤 제훈은 서안의 자료를 거의 대부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위치는 아메리카의 어느 소도시였다.높은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을 해치는 칩 전문 연구팀이 있는 것 같았다.도예나의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고, 간신히 연명한 연구팀은 또 다른 재앙을 만들어갔다.전정해가 대체 어떻게 이 노선을 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거액을 주고 칩을 산 건 틀림없었다.약품 제조사, 거래처 등 모든 사슬에 연결된 인원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가장 큰 문제라면 전정해가 대체 어떻게 배후의 사람을 알게 되었느냐였다.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전정해를 지시해 이러한 방법으로 전씨 가문을 상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이 배후는 몸을 아주 꼭꼭 숨겨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서훈은 이 사람이 전씨 가문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마지막 남은 의문만 해결되지 않았다.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이 힘을 합쳐 진행하자 모든 게 수월했다. 정신을 차린 서안이 이 계획을 듣고 입을 열었다.“그럼 전정해를 계속 자극해야겠네요. 제가 자극해 볼게요.”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두가 알아들었다.전정해의 앞에서 조종을 받지 않는 모습으로 그를 자극하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로써 전정해의 마지막 방어선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그 말에 서훈은 바로 반대표를 던졌다.“안돼! 절대 안 돼!”서훈은 방안을 왔
제훈의 목소리에 모든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서훈이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켜 물었다.“무슨 방법인데요?”강연도 다급한 모습이었다. 감정 변화가 드물던 서안 역시 간절한 눈치를 보냈다.“큰 형에게 전화가 왔어요.”제훈이 입을 열었다.“부모님이 그동안 칩에 대해 연구하고 계셨대요.”“그리고 그 연구는 초보적인 결과를 얻었고, 서안의 몸에 심어진 칩을 꺼낼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하셨대요.”그 말에 서훈의 얼굴이 감정에 북받쳐 빨갛게 물들었다.“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요?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서안의 몸에 심어진 칩을 꺼낼 수 있을 것 같다고요?”“제훈 오빠 사실이에요?”강연도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두 사람에 비하면 서안은 덤덤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을 보면 촉촉이 젖어있는 게 보였다.침착한 서안이 두 사람을 위로하며 말했다.“셋째 도련님께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확신은 말고 시도를 해보는 게 좋겠어요.”그 말에 서훈과 강연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제훈은 이런 서안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고개를 끄덕인 제훈이 말을 이었다.“서안의 말이 맞아요. 시도를 해볼 수는 있지만 너무 큰 기대를 품지 않는 게 좋아요. 뭐든지 차근차근히 해야 실패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너무 큰 기대를 품었다가 실패하면 또 좌절할 수도 있잖아요.”서훈도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전씨 가문의 가주다운 냉철함을 보였다.“이 프로젝트는 강현석 대표님과 사모님이 직접 연구했다는 말씀이죠? 하지만 아직 임상 실험을 해 본 적은 없고요. 서안이 첫 번째 상대라면 리스크가 있지는 않을까요?”“뭐든지 확실한 건 없어요. 아무도 이 실험이 완벽하다고 확신을 내릴 수는 없어요.”제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제 형의 말을 따르면 2년 전 성공 확률이 60%를 넘겼다고 했어요. 부모님이 귀국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 수 있을 겁니다.”“네, 그러면 일단 저희 쪽에서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두 분이 돌아오시면 제가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송이야 울지마. 아빠가 뭐든지 해결해 줄게. 우리 공주님은 고민 없이 행복하기만 해.”강현석은 강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마음 아파했다.강연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이만 뚝 그치자, 송이야.”도예나가 다정하게 강연을 토닥였다.“우리 송이 얼룩 고양이가 되어버렸네.”강연은 그제야 주위의 많은 시선을 느꼈다.얼굴을 붉힌 강연이 예나의 품에서 나오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옆으로는 말끔하게 정돈을 마친 서안이 다가와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강 대표님, 그리고 사모님!”부드럽던 강현석의 시선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무게가 실린 목소리로 강현석이 물었다.“자네가 전서안인가?”서안은 강현석과 마주한 채로 올곧게 대답했다.“네, 그렇습니다. 강 대표님.”“저번에 우리 송이를 사건에 휘말리게 해 언어 장애까지 걸리게 한 건 사실인가?”강현석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무언의 압도감에 보는 이까지 마음 졸이게 했다.너무 날카롭게 핵심을 찌른 강현석에 서안도 피할 공간이 없었다.서안이 “네”, 혹은 “아니요”라고 답을 한다고 해도 정답이 없었다.현장 사람들이 서안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안택은 서안을 향해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둘은 피차 같은 사정의 사람들이었다.강현석은 안택과의 첫 만남에 이렇게 물었다.“내 딸이 먼저 프러포즈했다더군?”그 말에 안택은 다리의 힘이 풀렸었다.안택이 화를 잠시 피할 수 있었던 건 서안 쪽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었고 당분간 장인어른의 주의력을 돌릴 수 있었다.이번에는 화살이 서안을 향했다.강현석의 위엄 넘치는 얼굴을 마주한 서안은 고개를 들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그 대답에 강현석의 얼굴이 확연하게 굳어졌다.“내 딸아이에게 이렇게 큰 위험을 가져다주고도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인가?”“가정사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감히 내 딸을 아프게 하다니, 자네와 자네 가문은 대체 무슨 정신인가?”강현석의 호통에 주변은 조용해졌다.하지만 모두 강현석의
“송이야.”도예나가 빠르게 강연을 잡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바보 같긴. 네 아버지가 정말 서안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강연은 불안했지만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강현석과 서안을 주시하며 충돌이 생긴다면 바로 달려들 준비를 했다.어릴 땐 제 아버지밖에 모르던 딸이 자꾸 편심을 하자 강현석은 속상해지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안은 강현석의 카리스마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결코 굽혀 들지 않았다.고개를 빳빳이 쳐든 서안의 얼굴에는 진정성과 확고함이 담겼다.“강 대표님, 다시 강연이 다치는 일 없게 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아무도 강연을 다치게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저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예전의 일은 모두 제 탓이 맞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만약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제 목숨을 걸고 벌을 받겠습니다.”서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덤덤한 말투지만 무형의 힘이 담겨 마음을 움직였다.강현석의 얼굴을 여전히 어두웠고 서안을 향해 무덤덤하게 말했다.“내 딸은 내가 알아서 지키겠네. 앞으로 내 딸아이를 걱정할 필요 없어. 자네는 그럴 자격도 없고.”그 말에도 서안은 화를 내기는커녕 평정심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언젠간 안심하고 저한테 맡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강현석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젊은 사람이 큰소리치지 말고 자네 일부터 잘 해결하시게.”강현석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훈이 앞으로 나와 가로막았다.“안녕하세요, 강 대표님. 저는 전씨 가문의 가주이자 서안의 형인 전서훈이라고 합니다.”서훈이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강 대표님과의 관계가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사모님과 함께 전씨 가문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강 대표님만 괜찮다면 저희는 강 대표님을 삼촌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전씨 가문의 가주가 겸손하고 낮은 태도로 말을 올렸다.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구나 상
강현석의 차가운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도예나를 잡은 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고 도예나는 작게 신음을 냈다.도예나는 강현석이 그 끔찍한 과거,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는 중이라는 걸 이해했다.다행히 모두 그 악몽에서 깨어나 이미 과거가 되었다.“전정해를 직접 만나보고 싶습니다.”도예나가 말했다.도예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고 꺼리는 눈치였다.인상을 찌푸린 강현석이 바로 반대했다.“안돼.”도예나가 강현석을 바라보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을 거예요. 더 이상 지나간 과거에 공포를 느끼지 않아요. 전정해를 만나려는 건 그 더러운 배후를 알아내 철저히 부시기 위해서예요.”두 사람은 한참이나 시선을 마주하고 침묵했다. 그러다가 타협한 강현석이 이렇게 말했다.“그럼 나랑 같이 가.”이번에는 도예나도 반대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강연은 서안을 바라보며 근심 걱정을 드러냈다.“엄마, 서안 오빠가 지금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정해가 정신을 잃어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전정해가 일어나면 서안 오빠는...”강연은 이를 악물었고 뒷말은 생략했다.그 말을 들은 서훈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창백해진 안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방금까지 서안이 고통받던 모습을 쭉 지켜봐 왔었다. 점점 미쳐가는 전정해가 이번에는 또 서안에게 어떤 지령을 내릴지 몰랐다.그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에도 서안은 덤덤해 보였다.강연을 달래듯 눈을 깜빡인 서안이 도예나와 강현석을 향해 말했다.“두 분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방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서안이 말한 방은 바로 자신의 손발을 묶어두는 그 밀실을 뜻했다.강연은 바로 마음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잠깐만.”강현석이 떠나려 돌아선 서안을 불렀다.“일단 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우리랑 같이 가게.”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그들을
수아는 강현석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강연에게 설명했다.그제야 이해한 강연이 얼굴을 붉혔다. 겸연쩍은 듯 강현석을 바라본 강연이 말했다.“아빠, 미안해요...”강현석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 강연이 아닌 서안을 세게 노려보았다.‘저 녀석이 내 딸아이를 이렇게 만든 거야.’‘그래도 우리 수아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강현석은 흡족한 얼굴로 수아를 찾았으나, 수아는 이미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안택과 애틋하게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강현석은 순식간에 화가 났고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나한테도 치료 방법이 없으니 전서안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해.”강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바로 눈물을 흘리려고 했다.이에 도예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직도 아이들과 말장난이나 하는 강현석을 보며 도예나는 강연의 손을 잡았다.“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약을 가져왔으니까, 서안이 더러 테스트 한번 해보라고 할게.”아내가 바로 진실을 밝혀버리자, 강현석은 코를 긁적이며 뒤로 물러섰다.도예나는 가방에서 짙은 철제 상자를 꺼냈고 안에는 은색 알약이 담겨있었다.“이건 우리가 연구해 낸 일시적으로 칩 제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약이야. 유효 시간은 20분 정도인데 혹시 테스트할 생각이 있나?”도예나는 서안의 앞으로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안은 고개를 들고 도예나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감사합니다.”바로 약을 받아 든 서안은 꿀꺽 삼켜버렸다.서훈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긴장한 얼굴로 서안의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대표님. 저희 부모님이 연구한 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예요.”세윤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이에 서훈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약에는 부작용이 없습니다. 부작용이 있는 건 체내의 칩을 꺼내는 약이지요. 그건 아직 감히 테스트를 해보라고 건넬 수 없어요. 전정해를 만나보고 체내에 심어진 칩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낸 후에 테스트를 해볼 생각입니다.”도예나가 친절하게
남자는 몸집이 크고 얼굴은 차갑고 진중해 보였으며, 여자는 남다른 몸매에 청초한 외모를 가졌다. 눈가에 세월의 흔적이 조금 잡혔지만, 오히려 더 친절하고 인자해 보였다.“당신들은...”전정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을 지그시 쳐다보았다.이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전설로 불렸었다.전정해의 두 눈이 점점 커지더니 거의 경악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강현석? 도예나?”강현석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고 도예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우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두 사람을 확인한 전정해는 갑자기 손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당신들이 왜 이곳에? 뭐 강연이 도와달라고 했나?”전정해가 말을 이었다.“당신들이 애지중지 키운 딸이 남자 하나 때문에 제 어머니를 저주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아는지 모르겠네.”강연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허튼소리 하지 마!”강현석과 도예나는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했고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저주라는 건, 내 아내에게 칩이 심어졌다고 한 사실을 말하는 건가?”강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그건 잘못 들은 게 아니라 정말 사실인데.”전정해의 얼굴이 확연하게 굳어졌다.“그럴 리가! 이미 말을 맞추고 날 속이려는 게 아니야?”이어 미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전정해가 말했다.“다들 조금만 더 솔직해지는 게 어떤가요? 이런 연기를 해서 나한테 얻으려는 게 뭔지 난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서안의 몸에 심어놓은 칩 조종권을 넘기라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겨우 이딴 연기로 날 속이고 서안을 풀어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전정해. 당신은 정말 불쌍하고 딱한 사람이네요.”강현석이 연민을 담아 말했다.“칩은 15년 전이나 유행했지, 해결 방법은 진작 나왔어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할 뿐이지.”“또한 내 아내가 이 산증인이죠. 십몇 년 전에 칩이 심어졌으나 3년 만에 칩에서 벗어났어요. 그것도 이제 십 년 전의 일이 되겠군요.”“현재의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데
전서안이 평온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왔다.덤덤하게 전정해를 훑은 서안은 자연스럽게 강연의 옆자리에 섰다.마치 전정해는 무시해도 되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듯 행동했다.이런 서안을 보며 전정해는 순식간에 눈을 붉혔다. 그동안 겨우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뚝 끊기고 그대로 무너져버렸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전정해가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강연이 코끝을 찡그리며 역겹다는 얼굴로 말했다.“서안에게 심어진 칩은 이미 제 부모님이 꺼내줬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왜 아직도 믿지 못하는 거죠? 이제는 믿는 건가요?”강현석의 얼굴은 굳어있었으나 도예나를 향해서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당신이 당한 겁니다. 이만 모든 걸 내려놓으시죠.”“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전정해는 미친것처럼 서안을 향해 덮치려 했으나 묶인 몸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아아 이제 알겠어!”전정해가 또 미친 듯이 웃었다.“이 모든 게 가짜구나? 서안이 조종에서 벗어났다고 날 착각하게 만들어 자유로워지도록 하려는 거구만?”그 말에 강연은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서안을 비롯한 사람들은 산전수전을 많이 겪어봤으므로 아직 평정심을 유지하고 덤덤한 자태를 보였다.“못 믿겠으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보시던가요. 당신은 서안을 조종할 수 없을 겁니다.”도예나가 입을 열었다.“칩의 주인으로 당신도 어느 정도 감지를 할 수 있을 텐데요.”직접 겪어본 피해자로서 도예나는 제어 당하는 기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껍데기가 되어 시체처럼 움직였다.그리고 조종자와 행동자는 감응이 존재했다. 현재 전정해는 서안이 자신의 조종에서 벗어났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전정해는 믿고 싶지 않아 했다.그래서 도예나는 일부러 전정해를 자극해 최선을 다해 마지막 발악을 하게 했다.예상대로 전정해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목에 핏줄을 세운 채로 두 눈을 커다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