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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어르신은 더 이상 앉아 있기 힘에 겨웠는지 집사의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곧바로 함께 일어나 어르신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떠들썩했다.

강현석이 처음 방문한 터라 식구들 모두 강현석과 도설혜의 혼인이 기정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요즘 영화가 상영됐다던데, 오후에 설혜와 함께 영화나 가보는 게 어떤가?”

서영옥은 눈웃음을 치며 강현석에게 제안했다.

“영화 한편 보고 나서 쇼핑도 좀 하고 시간 때맞춰 예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 얼마나 좋아.”

어머니의 부추김에 도설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현석 씨 오후에 바빠요. 영화 볼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와 데이트는 해야지.”

둘째 숙모도 흥분해서 끼어들었다.

“두 사람 벌써 연애한지도 4년이 되어가는데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말 많다고 귀찮아하지 말게. 설혜도 이제 혼기가 찼는데 더 미루다가 나이 들면 어떡하려고. 두 사람 결혼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하지만 한창 떠들던 그때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스쳤다. 그 시선에 놀란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강현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저 여자친구 없고, 도설혜 씨와 결혼할 마음도 없어요. 그리고 도설혜 씨가 늙던 노처녀가 되던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는 도설혜와 선을 그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도설혜는 지금껏 강현석이 자기와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대놓고 말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무안하게 한 적도 없었다.

그녀는 강 씨 가문 두 도련님의 어머니가 되면서 한순간 신분상승했고 그 명목으로 도 씨 가문에서 온갖 유세를 부리고 다녔는데 강현석의 말 한마디에 화려한 껍데기가 순간 벗겨진 기분이었다.

분하고 쪽팔려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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