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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증명할 수 없어

또 보름이 지났다. 오케스트라는 섣달 그믐날이 되어서야 마침내 쉬기 시작했다.

송재이는 일찍 일어나 물건을 사서 어머니의 묘소로 차를 몰고 갔다.

철이 들었는지 이제는 울지 않고 웃으며 엄마한테 좋은 말을 했다.

돌아오니 거리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기쁨에 겨워 새해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멀지 않은 곳에서 새 해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이웃들도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이렇게 떠들썩한 날에 송재이는 오히려 홀로 있었다. 작년에는 병실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기에 쓸쓸했지만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갑자기 도정원과 연우가 생각났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은 나의 가족일까?’

송재이는 알고 싶었으나 감히 증거를 찾지 못했다.

송재이는 집으로 돌아온 후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서는 설날 특집이 한창이었다.

그녀는 집안의 쓸쓸한 분위기를 깨려고 볼륨을 좀 높였으나 줄곧 딴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유은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유은정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다.

유은정은 송재이가 혼자 설 쇠는 것을 알고는 외로워할까 봐 집으로 초대했다.

송재이는 동정과 연민을 받고 싶지 않아 유은정의 성의를 거절했다.

“괜찮아, 설날 특집 보다가 일찍 씻고 잘 거야.”

유은정은 한참 동안 조용히 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심심하면 언제든지 놀러와. 우리 엄마 아빠 모두 너를 환영해.”

“그래!”

전화를 끊자 송재이의 웃음도 사라졌다.

그녀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고 했다.

무심코 텔레비전을 힐끗 보니 광고가 방송되고 있었다.

다섯 식구가 나란히 모여 떡국을 만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떡국! 송재이는 예전에 엄마에게서 떡국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었기에 솜씨가 좋았다.

도씨 부자를 찾아갈 핑계가 없었는데 마침 떡국을 만들어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저번에 도경욱이 입원했을 때도 가봤으니 억지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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