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남편이요?”“남편분께서 밤새 환자분 병실 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싸워서 남편분을 쫓아낸 게 아니었어요?”“잘못 보셨어요. 전 아직 싱글이에요.”간호사는 약간 난처해하며 말했다.“그럼 옆 병실 가족분인가 보네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호사를 따라 씻으러 갔다.어제 이신과 의사 선생님 모두 그녀더러 병원에서 이틀 더 요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 자신도 아이가 걱정되어 퇴원하지 않았다.그녀는 부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오혁과 장수영에게도 오늘 회의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병실에서 기획안에 대해 수정을 시작했다.하지만 회의에 대한 자료를 보내기는커녕 되려 장수영이 전화를 걸어왔다.“음... 유리 씨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준혁 씨를 말렸으면 해요. 아니면 이신 씨라도. 두 분 지금 회의장에서 싸움이 났는데 이번에 새로 개정된 규정은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성남지역만이 가장 제한적이며 화인 그룹과 버닝 스타가 서로 잘 협력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입니다.”장수영은 진심으로 조언해 주었다. 그녀의 스튜디오는 버닝 스타와 다른 라인이었고 이번에 쟁취하려는 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없었다.이것도 그녀가 신유리와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장수영이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혁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장수영이 말한 것과 같았고 그녀더러 이신을 설득하라고 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매우 아쉬웠다.신유리는 사실 서준혁과 이신 사이의 대립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미래 회사의 협력 초기 단계에서 그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겼다.홍란 입찰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버닝 스타의 큰 발전이었다. 부산 시장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게다가 화인 그룹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말할 것도 없었다.신유리는 머리가 아파 났다. 두 사람이 굳이 왜 이렇게 중요한 타이
차 안은 공기마저 조용했고 서준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뭘?” 신유리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더없이 덤덤했다.신유리는 이틀 동안 줄곧 병원에 입원해 있어 안색이 어두웠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냈는데 그녀가 입원해 있는 이틀 동안 병원에서 만든 것이다.“버닝 스타와 화인 그룹이 협력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어. 두 회사의 협력은 결코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해.”신유리가 서류를 서준혁한테 건네자 그는 힐끗 쳐다보고 시선을 돌렸다.차창의 보호 필름은 빛을 완벽히 차단했고 서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또박또박 내뱉었다. “지금 상황에서 화인 그룹은 버닝 스타와 협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그녀가 입원했을 때 장수영은 때때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략적인 뜻은 모두 이신과 서준혁의 대립으로 주최 측의 다른 사람들도 그 결과를 보고 그중에서 이간질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특히 한세형과 송지음은 거의 매번 서준혁과 이신의 불화를 일으켰다.처음에 신유리는 홍란 입찰회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그녀가 갑자기 홍란 입찰에 신경 쓰는 것도 송지음 때문이 아니었다.아무래도 사업장에서 몇 년 뒹굴던 사람이라 그녀는 이젠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홍란이 버닝 스타의 향후 발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화인 그룹에 대해서는 같은 성남 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화인 그룹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그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서준혁은 양미간을 찌푸린 채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피식거리더니 말했다.“퇴원하자마자 버닝 스타를 위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걸 봐서는 네가 언제 버닝 스타의 주식을 샀는지 의심해 봐도 되겠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정색하더니 말했다.“너도 손해 보는 건 없을 거야.”“손해 보고 말고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서준혁의 말투가 나른했고 그는 신유리의 손
신유리는 서준혁과 함께 왕 대표님과 신기철을 만나러 가겠다고 고집했고 그녀는 신기철이 그녀의 이름을 팔면서 서준혁을 모함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전에 누군가 그녀는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무슨 일이든 자신이 다 처리해야 한다고 했었지만 그녀는 단지 자신 때문에 남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서준혁도 포함이었다.그녀의 뼛속까지 강한 고집과 집요함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으니 이 성격을 바꿀 수 없었다.포시즌스 호텔에 차를 세웠더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밝았던 하늘은 이미 흐려져 있었다.신유리는 원래 오늘 날씨가 좋은 줄 알고 옷을 얇게 입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이 불어서 약간 쌀쌀했다.서준혁은 그녀의 어깨에 트렌치코트를 걸쳐주었다. 옷에는 아직 그의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었다. 그는 신유리의 뒤에 선 채 덤덤하게 말했다.“또 기절하면 이번엔 보름이나 입원해야 해.”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가 말했었다. 다시 태기를 건드리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준혁을 따라 들어갔다.어느 방문 앞을 지날 때 신유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지난번 신연이 바로 여기서 그녀에게 신기철의 영상을 보여주었던 게 생각났다.그들은 아직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를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뒤를 따라 눈을 내리깐 채 마음속으로 잠시 후 신기철을 보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신기철에 대해 신유리는 생각이 많았다.적어도 부산시장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여전히 신기철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생각이 많은 그녀는 발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이를 눈치챈 서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지금이라도 가도 돼.”신유리는 그를 보는 순간 쓸데없는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잠시 후 그녀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일은 해결해야지.”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문이 막힌 듯 코웃음을 치며 돌
그는 신기철을 보고 한 말인데 다만 이 말에 신기철이 어떻게 대답하란 말인가?서준혁은 신기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무심코 말했다.“하지만 신기철 씨를 보니 확실히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게 아니면 딸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문안조차 오지 않을 리 없겠죠.”서준혁의 말에 신기철은 어리둥절해졌다.하지만 그도 반응이 빨라서 이내 놀란척하며 가슴 아픈 표정을 지으며 신유리에게 물었다.“뭐? 유리야, 입원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전화를 몇 통이나 치고 문자를 몇 개나 남겨도 말이 없길래 몰랐어.”그러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지금은 좀 어때? 다시 가서 검사 안 해도 되겠어?” 서준혁은 입가에 의미 모를 웃음을 지은 채 비아냥거렸다.“그날 당신이 좀만 더 심하게 손을 썼더라면 지금쯤 병원에 가서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서준혁은 워낙 입이 독한 데다가 신기철에 대한 비웃음을 아끼지 않았다.신기철은 자신이 신유리에게 손을 댄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서준혁이 그를 도와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신기철은 안색이 정말 안 좋아 보였다. 다만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아까 말을 꺼냈던 고상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 지금 무슨 뜻입니까? 기철이가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기철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당신은 모릅니까?”고상민은 신기철보다 더 흥분했다. 서준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상민을 빤히 쳐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려는데 미세한 터치를 느꼈다.신유리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실수로 그의 손과 잠시 얽혔었다.그러고 나서 천천히 신기철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마치 머리가 복잡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신과 우리 엄마가 이혼한 후로 우리는 10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고 당신도 아무 소식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잖아요. 당신은 늘 저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전 그 10년 동안처럼 지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신기철은 마지막 한마디를 뱉을 때 마치 다른 뜻이 있는 것처럼 유난히 또박또박 말했다.신유리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그는 그저 한숨만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상민은 보다 못해 손을 뻗어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높은 소리로 말했다.“유리야, 기철이 딸로서 기철이 마음을 정말로 모르겠니? 기철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다 너를 위해서지. 그가 성남시에서 여자 친구 찾은 걸 우리가 모르는 줄 아니?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그러는데 오히려 너는 다른 사람 편이나 들면서 아버지와 관계나 끊으려 하다니.”고상민은 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져서 신유리를 보며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신유리는 주먹을 움켜쥐더니 흔들리는 눈동자로 신기철을 바라보았다.신기철은 송지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즉, 그는 성남시로 조사 하러 간 것이다.하지만 서준혁을 조사하러 갔는지 아니면 그녀를 조사하러 갔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상민은 여전히 한숨을 내쉬며 옆사람과 한탄했다.“세상에 자식 걱정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부모 속도 모르고 되레 원망이나 하다니.”그는 마치 신유리가 오히려 신기철에게 미안한 짓을 한 것처럼 말했다.게다가 신유리의 처지에 조금이나마 안타까워하던 두 여인도 서로 바라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왕서원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분위기 좋던 식사 자리도 어색해졌으니 말이다.그러나 서준혁과 신유리 탓을 할 수도 없어 그저 구석에 앉아 있는 신기철과 고상민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신 대표님, 자식들도 알아서 잘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기철은 갑작스런 왕서원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급히 사과했다.“왕 대표님께서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도 제 딸이다 보니 부모로서 어찌 상관 안 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결심한 듯 술잔을 내려놓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끝까지 자애로운 아버지 연기를 할 뿐이다.왕서원 덕분에 분위기는 그나마
그는 신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보기 드문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빛을 맞받아치며 물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이신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약간 냉담한 태도로 한마디 뱉었다. “너 술 마셨어?”신유리는 그가 오해한 것을 알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신은 그녀의 해명을 듣고 나서도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턱에 잔뜩 힘이 들어간 꿀이 떨어지던 눈빛마저 더욱 엄숙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입을 연 그는 허탈감과 탄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런 자리에 가지 마, 설마 네 아이가 앞으로 술고래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신기철도 있으니 안전하지 않아.” 이신이 부산시에 온 날 신유리는 그에게 신기철에 관한 일을 말했었다. 어쨌든 이 일을 숨길 수도 없었고 이신은 그녀의 현재 대표님으로서 상황을 알 권리가 있는 데다가 만약 신기철과 이연지가 소란을 피우면 이신이 아무것도 모르면 번거로울 수 있다. 신유리는 그의 눈에 담긴 관심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갈게.”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옅은 술 냄새가 풍겨왔다. 이석민은 서준혁의 뒤에서 작은 소리로 신유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리 씨, 언제 돌아왔어요?”신유리가 뒤돌아보니 서준혁이 한눈에 보였다. 초겨울에 그는 외투를 입지 않고 얇은 셔츠 한 벌만 입고 있었는데 셔츠 넥라인이 풀려 있어 쇄골이 보일 듯 말 듯했다. 그는 술만 마시면 피부가 핑크빛을 띠고 새까만 눈동자는 투명해져서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손에 외투를 아무렇게나 들고 고고한 자태로 신유리를 내려다보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신유리는 순간 멈칫했고 이석민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자꾸 대표님께 술을 권하다 보니 거절하지 못하고.”“술을 마셨으면 어서 방으로 돌아가 쉬시는 게 좋겠어요.”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신은 그녀의
전화 너머로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자 송지음은 더는 참다못해 소리 질렀다. “나보고 어쩌라고? 누가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줄 알아? 그것만 아니었으면...”그녀는 하려던 말을 그만 삼켜버렸다. 서준혁과 헤어진 이유에 대해 그녀는 가족에게 말다툼 때문이라고만 했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만약 송지음의 부모님이 알게 된다면... 송지음은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됐어. 다녀와서 다시 얘기해.” 그러나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또 집에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고 보지도 않고 짜증 냈다. “좀 귀찮게 굴지 마.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경희영의 목소리에 그만 말이 끊겼다.“ 돌아와서 뭐 해? 세형 씨와 관련된 일은 다 처리하고 돌아오는 거야? 이번에도 제대로 일 처리 못하면 그만 꺼져!” “전...”송지음은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애초에 경희영이 그녀를 사탕 발린 말로 꼬실 때는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 이제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그녀가 쓸모없다고 여겨져 이렇게 헌신짝 취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경희영에게 의지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막연해졌다. 장수영과 오혁은 신유리와 잠깐 얘기를 나누다 갔다. 신유리는 갑자기 한 가지 일이 떠올라 장수영에게 물었다. “태지연과 왕서원 왕 대표님은 무슨 사이죠?”“왕 대표님은 태지연의 외삼촌인데 왜요?”신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연과 친한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그날 밥 먹을 때 만났었거든요.”장수영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왕 대표님께서 신연 씨를 엄청 좋아해요. 신연 씨와 같은 천재를 보기 드물다고.”“천재?”“몰랐어요? 신연 씨는 예전부터 똑똑했어요. 열여섯 살에 이미 박사까지 합격했고 지금은 박사후 연구원을 하면서 진 씨네 회사에 다니고 있
신유리는 밖에 얼마간 있지 않았고 서준혁은 신연의 경계심이 유별나 거의 매번 조금씩 검색해야한다고 알려주었다.하지만 그이 점은 신유리도 마찬가지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었다.예를 들자면 신연과 신기철 사이의 미묘한 관계 같은 것 말이다.그녀는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때마침 입구 앞에서 송지음과 마주쳤다.송지음을 발견한 신유리의 발걸음을 바로 멈췄고 표정은 금세 굳어졌다.이런 신유리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지음은 신유리를 보자마자 바로 그녀를 불러 세우며 입을 열었다.“버닝스타에게는 절대로 기회가 없을 거예요.”송지음은 목소리가 크진 않지만 몹시 단호했고 초겨울의 햇볕 아래 그녀의 얼굴은 혈색이 없어 평소보다 더 창백해보였고 눈에는 피로가 가득 쌓여 초췌해보이기 그지없었다.신유리는 송지음을 슥 훑어보더니 예전보다 더 깔끔해진 그녀의 차림새를 발견하고 눈빛은 조롱하듯 차가워졌다.그런 신유리의 시선에 송지음의 심장은 급격히 뛰었지만 표정은 애써 담담한척 하며 고개를 들어 신유리에게 똑똑히 경고했다.“자기 분수를 잘 아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제가 있는 한 홍란에서 버닝스타에게 기회 따윈 주지 않을 거니까 그런 줄 알아요.”말을 마친 송지음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님처럼 몸을 돌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와 함께 당당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신유리는 송지음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고는 아무 표정 없이 오혁을 찾으러 떠났다.점심 쯤, 오혁은 부선생이 신유리에게 줄 물건이 있다면서 사무실에 한번 다녀오라고 말해줬다.다른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혁의 모습에 신유리는 그를 방해하기 싫었다.그래서 신유리는 핸드폰을 들어 연우진에게 전화를 걸어 신연에 관한 일들을 물어보려고 생각 했다.그러나 핸드폰을 딱 열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신기철에게 온 장문의 사과 문자였고 내용은 자기가 너무 격분해서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 같다는 말과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의 말들 천지였다.이런 문자를 적지 않게 받아본 신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