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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7화

전태윤은 할머니 손에서 빨간 종이를 건네받았다.

“고를 거 없어요. 제일 가까운 날로 하면 돼요.”

그는 이미 하예정에게 줄 예물을 다 준비했는데 집안 어르신들이 자꾸 더 보태다 보니 여태껏 그녀에게 정식으로 못 주고 있다.

전태윤은 결국 할머니가 골라주신 몇몇 날짜를 다 본 후 제일 가까운 날로 정했다.

예물을 주면 결혼식도 슬슬 준비해야 한다.

그는 하예정에게 가장 성대한, 관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을 뛰어넘는 그런 웨딩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하예정이 그의 아내라는 걸 모든 이에게 알리고 싶었고 전태윤은 이젠 임자 있는 몸이니 다른 여자들은 더 이상 들러붙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다. 그는 밖에서 자신에게 대시하는 여자들이 썩 반갑지 않았다.

“예정이랑 요즘 잘 지내?”

할머니는 무심한 척 질문을 건넸다.

“네, 저희 아주 잘 지내요. 예정이가 그냥 좀 바빠서 저를 자꾸 소홀히 하네요. 제가 하루가 멀다 하게 예정의 앞에서 알짱대지 않으면 아마 남편이 있다는 사실도 새까맣게 잊을걸요.”

“할머니는 몰라요. 예정이는 출장 가면 진짜 몇 날 며칠을 전화도 안 하고 문자도 없어요. 아예 일에만 푹 빠져 산다니까요. 예전의 저보다 더 일 중독이에요.”

“예정이가 출장만 가면 할머니 손자는 외롭게 독수공방해야 해요. 긴 밤, 잠도 안 오고 하루가 다 지나도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으니 입맛도 안 난다고요.”

전태윤은 말을 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가여웠다.

할머니는 피식 웃으시며 그가 전에 했던 말로 비꼬았다.

“아이고, 예전에 누가 아내 따위 필요 없다고 했었나. 그 말 한 사람 지금쯤 껌딱지처럼 아내한테 달라붙고 싶어 하는데, 꼴이 참 우습지 그래.”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언제적 얘기를 아직도 하시는 거예요. 저 그만 놀려요.”

“이 할미는 놀릴 수 있을 때까지 놀릴 거다, 하하. 네가 전에 했던 말과 상반되게 나오는 게 난 제일 웃겨.”

전태윤은 속절없이 할머니를 쳐다봤다.

이 세상에 감히 그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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