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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뭐가 어려워? 너희들은 혼인신고까지 하였잖아, 태윤이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네가 먼저 밀어붙이면 되지 뭐. 할머니는 빨리 증손주 안아보고 싶구나."

"할머니, 이건 할머니께서 조급해하셔도 별 방법이 없는거예요, 제가 태윤의 엄숙한 얼굴을 보면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어요."

"…."

태윤은 그의 할아버지를 닮아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전씨 할머니도 젊었을 때 남편에게 꽂혀 몇 년을 쫓아다녔었다, 온갖 방법을 다 해서야 겨우 남편을 얻었던것이다.

"할머니, 저와 태윤씨의 일에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시간이 흐르면 차차 좋아지겠죠 뭐."

전씨 할머니는 속으로 되뇌였다.

‘내가 걱정 안 하게 생겼느냐, 내가 마음에 들어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이고, 어떻게 성사시킨 혼사인데.... 만약 예정이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난 죽을 때까지 자책할게 될 거야.’

"그래, 마음 편한 대로 해, 할머니가 너 대신 가게 치워줄 테니 넌 일이나 봐."

할머니는 집에서도 한가할 새 없이 바삐 움직이는 분으로서, 늘 원예사들의 화초 손질을 도와주셨다. 전에는 바깥 정원의 밭까지 손질하려 하셨는데, 가족들의 거듭된 권유로 그만두셨고, 또 자기 회사에 청소부로 들어가려고 하셨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태윤의 어두운 낯색에 생각을 접게 되셨다.

할머니는 가게에 처음 놀러 오셨지만, 반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한가하게 보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 예정은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책 정돈을 할머니에게 부탁하고는, 자기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

먼지털이로 책장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던 할머니는 문득 일에 몰두하는 예정이가 너무 이뻐 보여서 휴대폰을 꺼내 책장 뒤에 숨어서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는 바로 보배 손자한테 보냈다.

물론 태윤은 답장을 보낼 리가 없었다.

전씨 할머니는 그가 답장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가 동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정은 한 권의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놀라운 새로운 발견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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