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반응과 속도, 지구력 테스트는 파란만장한 가운데 막을 내리게 되었다.윤도훈은 360점의 총점으로 총 20위를 차지했다.사실 방어력의 테스트를 제외하고 기타 항목은 모두 아주 평범하여 중등 수준밖에 되지않았다.그러나 방어력 테스트에서 얻은 120점으로 전체 순위를 끌어올렸다.그리고 고향기의 순위는 아무런 서스펜스도 없이 10위권에 들었다.다시 말하면 고씨 가문은 이번에 마침내 고대 무술 연합회 자격을 지켜냈다는 것이다.마지막 지구력 테스트가 끝난 후 무대 위의 백장미 장로가 매 사람의 순위와 도태될 선수명단을 선포한 후 고향기와 고연은 모두 기뻐해 마지 못했다.“고도훈, 고마워! 진심으로...”고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윤도훈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말했다.“흥, 제법 쓸모가 있었어.”고향기도 입술을 깨물고 윤도훈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도 헛수고한 게 아니잖아?”윤도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매우 침착한 것이 고연과 고향기의 마음을 전혀 헤아릴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때 무대 위에 있던 백장미 장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다행히도 이번에 자격을 박탈당한 가문이 없습니다.”백장미 장로는 윤도훈 고향기 그리고 고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확실히 어느 가문이 고대 무술 연합회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면 그건 의심할 여지 없이 고씨 가문일 것이다.이윽고 백장미 장로는 별 가치가 없는 총괄을 했다.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본론으로 돌아와 가치있는 말을 뱉는 듯했다.“내일이면 이번 청황대회의 개인 랭킹 시련이 진행될 것입니다. 시련의 룰은 오늘 점심에 모두에게 알렸으니 거듭 강조할 것이 있습니다. 개인 랭킹 시련은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것이며 하란파 신약 산골짜기에 들어가 약초를 채집하여 채집한 약초의 수량과 질에 따라 순위를 매길 것입니다. 앞서 말하는 데 기회와 위기가 병존하는 시련이 될 것입니다.이전의 각종 시련에도 경쟁이 있었지만, 선수들 사이에는 진정한 싸움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지 않
한편, 도운시이원은 한창 자신의 지하 권투장내에서 훈이와 함께 권투를 하고 있다.펑-개인의 무력을 얕잡아 보았던 이원은 지금 보호구를 들고 있는 훈이의 팔을 세게 쓸고 있다.윤도훈은 전에 훈이 등 이원의 심복수하들을 위해 맞춤형 수련공법을 만들어 주었고지금의 훈이 실력은 화경 경지에 이르렀다.만약 지금 NC 조직의 늑대를 다시 만난다면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불확실하다.그러나 이때 그는 여전히 이원에게 차여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역시 형님! 암력까지 되신 겁니까? 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공법이라면 우리에게가르쳐주신 것보다 훨씬 고급질 게 아닙니까?”훈이는 이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아첨했다.이원은 최근 약간 무치를 향해 발전하는 기미가 보인다. 게다가 자질이 확실히 좋고 윤도훈이 준 담금질단, 통락단 등 보조수련의 단약까지 더해지니 이미 암력 고수가 되었다.이원은 입을 삐죽거렸는데.“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우리 매형이야. 하지만 너희들에게 가르쳐준 것과 별반 다른 점은 없을 거야. 네가 요즘 하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아 실력이 늘지 않은 거야.”이원이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다.무엇보다도 훈이는 허구한 날 무술만 연마할 수 없고 수하에 부하들까지 챙겨야 하니 그럴 틈이 없었다.“그리고 아부 좀 작작 해! 암력 밖에 안된 내가 널 찰 수나 있겠어?”“녀석...”이원은 훈이를 가리키며 웃으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자 훈이는 계속 웃으며 아첨을 떨었다.“우리 형님이잖아요.”바로 이때 이원이 옆에 벗어놓은 옷에서 휴대폰이 울리자 훈이가 그를 도와 가져왔다.뜻밖에도 남미숙이 전화를 걸어왔다.얼굴에 의심이 스쳐 지나가자 훈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상대방이 떠난후 전화를 받았다.“할머니?”비록 자기 일가와 남미숙 사이에 많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이 엄격한 이원은 여전히 공손하게 남미숙을 불렀다.“원아, 저녁에 할머니랑 밥 한 끼 먹을까?”남미숙의 말투는 자상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다.
남미숙이 자신의 가족, 특히 자신의 누나와 매형에게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원은 남미숙에게 화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여전히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다.한편, 이씨 가문 고택 안에서.“엄마, 어떻게 됐어요? 이원 그놈이 온다고 했어요?”이천강과 이은정이 옆에서 잔뜩 기대한 얼굴로 물었다.남미숙의 얼굴에 음흉한 웃음기가 떠올랐다.“온다고 했어. 할머니가 직접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오지 않을 리가 있겠어? 천수네 일가가 워낙 가족을 중요시 여기잖아. 나만 먼저 나서서 화해하자고 하면 그들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하하, 그럼 됐어요!”이천강이 웃으며 말했다.손뼉을 치며 이은정은 비아냥거렸다.“바로 아니에요? 매번 두어 마디에 쉽게 넘어오잖아요.”남미숙은 몇 번 냉소하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비열하고 무정한 이들과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남미숙 자신도 이천수네 일가가 가족을 중요시 여긴다는 걸 잘 알고 있으나 그녀는 이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았거니와 유지하려고조차 애를 쓰지 않았다.도리어 그들의 감정을 이용하여 번마다 상해하고 기만하고 말이다.윤도훈의 실력이 강대하고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이씨 가문의 고수들을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거리낌 없이 이천수네 일가는 겨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건 바로 이천수네 일가, 윤도훈까지 그녀를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때 남미숙은 무엇인가 떠오른 듯 눈동자를 굴렀다.“안 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계획도 세워야겠어.”이윽고 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엄마?”전화는 거의 걸자마자 연결되었고, 전화 너머에서 이천수의 목소리가 울렸다.“천수야, 저녁에 집으로 와. 엄마랑 같이 밥 먹자.”남미숙이 말했다.“엄마, 지금 이게...”이천수는 2초 동안 침묵한 후에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을 띠고 물었다.“사람이 나이가 들다 보니 마음도 약해지더구나. 넌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인데, 설마 죽을 때까지 남으로 지내려
“지현아,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엄마야. 시간도 흐르고 생각도 달라졌을 수 있고 화해하자고 먼저 선뜻 손 내밀어 줄 수도 있잖아.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고.”이천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충고했다.“엄마가 먼저 화해하자고 그러시는데 우리 그냥 집으로 가서 밥 먹자. 선물도 좀 챙기고 같이 가자.”하지만 서지현은 콧방귀를 뀌며 거절했다.“싫어. 우리 쫓아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화해하자고? 우리가 무슨 부르면 가고 가라면 가는 종이야?”“연세도 많으신데, 그냥 네가 양보 좀 해.”이천수는 계속 설득했고 서지현은 단호했다.“안 가. 갈 테면 너 혼자 가.”그동안 남미숙이 했던 일로 이미 상처받은 대로 받은 그녀라 쉽게 용서가 되지 않았다.이천수는 입을 놀리다가 아내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나 혼자 갈게.”“참, 너 연희네하고 원이한테 말하지 마. 일단 엄마 태도도 좀 살펴보고 상황 봐가면서 알리려고 그래.”서진현의 표현을 보고 이천수는 갑자기 남미숙의 전화에서 한 염려가 옳다고 생각했다.자기 자식과 사위한테 알려서는 안 된다고.“상황이 나쁘면 나빴지 절대 좋을 리가 없을 거야.”서지현은 냉소하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이씨 호텔은 이씨 가문 소유의 산업이다.남미숙은 특별히 이원을 여기로 오게 하였고 그 목적은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그날 저녁 6시가 가까워졌을 때 이원은 혼자 이곳에 왔고 단 한 명도 수하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비록 마음속으로 남미숙의 초청에 대해 일부 의혹이 존재하지만 이원은 여하튼 남미숙이 그를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이때 이수혁 등이 호텔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원 도련님, 오셨습니까?”이수혁은 이원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상대방을 만나자 이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너야?”이수혁은 둘째 삼촌 이천강의 심복으로서 그가 이곳에서 자기를 마주하고 있음에 이원은 반갑지
“이원 도련님, 죄송합니다! 어르신과 둘째 어르신의 목숨을 위해 희생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말하면서 이수혁은 갑자기 이원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다섯 손가락을 굽혀 이원의 어깨로 곧장 달려가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이원은 안색이 변하자, 상황을 보고 상대방을 향해 주먹으로 때렸다.펑-찰칵-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먹과 발톱이 부딪혔고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바삭한 소리도 났다.이수혁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에 고통과 공포의 빛이 떠올랐고 발밑은 버둥버둥 뒤로 물러났다.그는 이번에 이원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잡으려고 했을 뿐이다.그리고 그가 보기엔 이원은 일반인이므로 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다.단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그러나 닥치는 대로 다가온 듯한 이원의 주먹이 그토록 힘이 세고 위력이 맹렬할 줄은 몰랐다.“이원 도련님, 혹시 암력 고수이십니까?”이수혁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이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두 눈에 짙은 격노의 빛을 띠었다.“이수혁, 너 지금 이게 무슨 뜻이야? 뭘 하고 싶다는 거지?”이수혁은 눈빛을 몇 번 반짝이다가 손가락이 부러져 오는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다시 이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단번에 이원을 이기겠다는 기세로 말이다.이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교전하였다.한편, 같은 시각.이씨 가문 고택의 한 거실에서 이천수가 이곳에 왔을 때 남미숙과 이천강 그리고 이은정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천강 부녀가 있는 것을 보고 이천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엄마, 천수도 있었어요?”이천수는 남미숙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 후 의심스럽게 물었다.“천수야, 왔어.”남미숙은 자신의 큰아들을 보면서 다소 혼탁한 두 눈에 망설임과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바로 이런 감정을 억눌렀다.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면서.“하하, 형님, 저도 당연히 있어야죠.”“형님이 끌려가는 걸 직접 봐야 마음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천수를 한 번 보고 코브라는 남미숙을 향해 냉소하였다.“약속 지켰네요? 그 이원 도련님은 언제 오나요? 같이 데려갈게요.”남미숙은 시간을 한번 보고 이천강을 향해 눈짓을 하였고 그는 바로 이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혁아, 어떻게 됐어?”이때 이씨 호텔내에서 이수혁은 오른손을 약간 떨면서 이미 룸에서 뛰쳐나온 이원을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만 실패했습니다.”“이원은 이미 암력 고수가 되어 있었고 쉽게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이수혁 역시 암력의 고수고 실력으로 말하자면 그는 이원보다 좀 더 강하다.필경 착실하게 한걸음 씩 연습하여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반대로 이원은 암력에 진입한 시간이 아직 짧아 전투 기교 같은 것도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그러나 상대를 이기는 것과 살아서 잡는 것은 완전히 두 가지 개념이다.“뭐라고? 이원이 암력고수라고? 그럴 리가 있나어?”이천강은 그 말을 듣고 목소리가 갑자기 몇 옥타브 높아져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저도 믿기지 않으나 사실입니다.”이수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깊은숨을 들이쉬며 이천강이 계속 의아해했다.“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걔가 어떻게 언제 암력 고수가 됐지?”전화를 끊은 후 남미숙과 이은정의 안색은 한동안 변화무쌍했다.“아빠, 아저씨 실패했데요?”이은정이 놀라서 물었다.남미숙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천강은 침을 삼키며 겨우 입을 열었다.“이수혁이 그러는데 원이 그놈 암력 고수래요. 그래서 이길 수 없다고.”“말도 안 돼. 원이는 평범한 사람이야. 이수혁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이수혁한테 매수된 거 아니야?”남미숙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천수는 눈빛을 몇 번 반짝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저한테 충성을 다하는 수혁인데, 절대 저를 배신할리가 없어요.”이때 코브라가 콧방귀를 뀌며 음산한 말투로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이원 도련님 못 잡고 지금 저를 가지고
“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