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제 방에 아직도 약 냄새가 엄청 심하잖아요.”운기가 씩 웃으며 말했다.“운기 씨, 이 약이 출시된다면 분명 전 세계 사람들이 놀라게 될 거예요!”서연이 흥분해하며 말했다.“그럼요.”운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참, 운기 씨께서 오늘 권투 시합에 참가하신다고 들었는데, 꼭 조심하셔야 해요. 전 운기 씨가 시합에서 이기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서연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운기는 앞으로 나가 서연을 품에 꼭 안았다. 지금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는 서연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건, 아마 운기밖에 없을 것이다.“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운기는 품에 안은 서연에게 말했다. 서연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운기를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변태!”운기는 피식 웃은 뒤 서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에, 서연의 향수 냄새가 운기의 두뇌를 마비시켰다.서연의 얼굴은 가까이에서 보아도 흠잡을 데 없이 정교했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운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서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서연 씨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요. 창양에서 말했듯이 전 서연 씨를 끝까지 책임질 겁니다.”운기는 확고한 말투로 말한 뒤 서연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운기의 심장은 고장이라도 난 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호르몬이 치솟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서연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운기가 자신에게 키스하도록 내버려두었다.운기는 10여 초가 지나서야 키스를 멈추었다.서연은 고개를 들어 운기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운기 씨는 여자친구가 있잖아요. 전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이 말을 듣자 운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것이 그와 서연의 사이를 가로막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지난번에도 서연은 이런 이유로 운기를 거절했었다. 만약 두 사람이 관계를 맺지
2억의 입장료가 바로 커트라인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권투 시합을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쓰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권투 시합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들이다.권투장에 들어가려면 차를 산 밑에 주차하고, 휴대폰과 디지털제품을 잠시 차에 두어야 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대그룹의 대표나 유명한 가문의 가주들이지만, 모두 순순히 규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 규칙은 백운각이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운기는 차를 밖에 주차시킨 뒤, 핸드폰을 차에 두고 금속탐지기의 검사를 거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그곳엔 사람들을 산꼭대기까지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에는 레이스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여자는 서른 살 정도 돼 보였지만, 여전히 탄력이 넘치는 몸매에 티 없이 맑은 피부를 가지고 있어 젊은 여자들보다 더 매력적이었다.“수원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혼자서 오셨어요?”여자가 먼저 운기에게 말을 걸었다.“전 수원에서 별로 유명하진 않아서 제가 누군지 모르실 겁니다.”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보통 사람이 아니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저랑 친구 하실 래요? 제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으니 편하게 누나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전 YH 인터내셜의 대표 배수아라고 합니다.”수아는 말하면서 가는 손을 내밀어 운기와 악수하려고 했다. 운기는 수아의 손을 보더니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전 임운기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악수를 하는 건 불편하니 가볍게 인사만 합시다.”운기는 안 그래도 주변에 여자들이 하도 많았기에, 더 많은 여자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하, 재밌는 분이시네요. 수원에서 저랑 친하게 지내려고 다가오는 사람만 봤었지, 절 거절한 사람은 운기 씨가 처음이에요.” 수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수아 씨처럼 사업을 성공한 여자분도 정말 드문 것 같네요.”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운기는 YH 인터내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YH 인터내셜은 국제적인 수출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커다란 권투장이 보였다. 외관은 체육관처럼 생겼기에, 들어가 보지 않는다면 분명 체육관으로 착각할 것이다.권투장 입구.“이게 누구야? 임운기 잖아?”운기와 수아가 들어가려고 할 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역시 강철이었다.운기는 강철의 주변을 힐끗 훑어보았는데, 강철의 곁에는 슈트를 입은 중년 남자가 서있었다. ‘이 남자가 주씨 가문의 가주인가 보네.’‘그리고 도복을 입은 두 사람은 아마 주씨 가문이 권투 시합을 위해 찾은 고수겠지.’운기는 도복을 입은 노인에게서 남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임운기, 이곳에서 네놈을 보게 되다니. 네까짓 게 지하 권투 시합에 참가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차라리 쫓겨나기 전에 제 발로 나가지 그래?”강철이 비웃었다.“왜? 나 같은 놈은 구경조차 하면 안 돼?”운기는 곧 말머리를 돌렸다.“주강철, 요즘은 왜 잠잠해진 거야? 날 죽이려면 계속 사람을 보내야지 왜 멈췄어? 혹시 내가 무서운 거야?”강철은 연속 두 번이나 킬러를 보내 운기를 죽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운기는 강철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철은 예상과 달리 잠잠해졌다.이 말을 들은 강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임운기, 요즘은 특별한 시기라 좀 바빴을 뿐이야. 오늘 시합이 끝나면 네놈도 죽게 될 거야.”강철이가 매섭게 말했다. 연속 두 번이나 킬러를 보내 운기를 죽이려 했으나 모두 실패해 버리자, 강철은 더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어제 윤서진이 주씨 가문에 도착한 후, 강철은 윤서진의 제자한테 엄청난 대가를 제시하여 운기를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어쩌지? 주씨 가문은 오늘 시합에서 지게 될 거거든!”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뭐라고? 우리 주씨 가문이 지게 될 거라고? 하하!”강철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옆에 있던 주국건도 재밌는 이야기라도 들은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강철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우리 주씨 가문은 오늘
“네.”운기는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주, 주씨 가문은 수원 8대 가문 중 하나라, 수원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가문이에요. 저 사람들과 원수를 맺으면 분명 운기 씨가 다치게 될 거예요.”수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주씨 가문 따윈 두렵지 않아요. 전 오늘 지하 권투 시합에서 그들을 혼내줄 생각이거든요.”운기가 두 손을 짊어지고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수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지. 고작 외지에서 온 주제에, 주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말이 돼?’수원 8대 가문 중 나머지 7개 가문조차도 주씨 가문을 이렇게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운기 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제가 한마디 충고를 드리죠. 지금이라도 빨리 강철 도련님을 찾아 사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강철 도련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잖아요. 지금은 체면보다 목숨이 더 중요해요.” 수아가 말했다.“수아 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전 사과할 생각 없어요.”운기는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수아는 처음 본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운기를 돕기 위해 설득하려고 나섰다.운기도 수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있기에, 당연히 이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좀 이따 시합에서 주씨 가문을 이기게 된다면, 수아도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어휴, 그래요.”운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수아는 고개를 저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보였다.‘정말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이야. 난 이미 충고를 했으니, 나머지는 운기 씨 판단에 달렸어.’‘차라리 운기 씨와 거리를 좀 둬야겠어. 주씨 가문이 괜히 나까지 해코지하면 어떡해.’곧이어 두 사람은 권투장 안으로 들어갔다. 권투장 안에는 수천 개의 좌석이 있었는데, 이때 이미 수백 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권투장 정중앙에 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보통 링보다 훨씬 컸다.그리고 링 바로 앞에는 8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8대 가문
운기가 계속해서 물었다.“참, 진미야. 내가 남궁 가문을 도와 시합에 나서겠다고 한건 어떻게 됐어?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어?”운기가 말을 마치자마자 남궁 정민이 다가왔다.“고작 이 꼴로 링에 올라가서 시합을 한다고? 넌 우리 남궁 가문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했나 봐?”남궁 정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혹시 문제라도 있나요? 아버님, 제가 나선다면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우승을 따낼 수 있을 겁니다.”운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우승을 따낸다고? 하하!”남궁 정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남궁 정훈도 비웃듯이 말했다.“진미야, 네가 좋아하던 놈이 고작 이런 놈이었어? 역시 농촌에서 10여 년 살아 그런지, 사람 보는 안목도 정말 엉망이네.”“아니에요! 운기 오빠는 정말 엄청난 고수에요!”진미는 발을 동동 굴렀다.“진미야, 넌 도대체 왜 저딴 놈 편을 드는 거야? 둘이 비슷한 수준이라 그런 거야?”남궁 정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말씀이 지나치시네요.”운기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 정훈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욕하는 건 상관없지만, 진미를 욕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왜?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 우리가 아직 지난번 교통사고에 대해 조사하는 중이니, 결과가 나오면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남궁 정훈이 매섭게 말했다.“큰 삼촌, 그건 운기 오빠가 한 일이 아니에요!”진미는 다급히 말한 뒤, 남궁 정민에게 달려가 말했다.“아빠, 정말 절 믿으셔야 해요. 교통사고는 운기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운기 오빠가 저희 대신 시합에 나선다면, 분명 주씨 가문을 이길 수 있을 거예요!”“남궁 정민, 네 딸은 아직도 저놈 편을 들고 있네. 정말 창피해 죽겠어.”남궁 정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궁 정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진미야, 그만 좀 해. 우린 이미 시합에 참가할 고수를 찾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저놈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남궁
“네 손으로 독용을 죽였다고?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넌 분명 교활한 수단을 써서 독용을 죽인 걸 거야!”우빈은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내가 굳이 너한테 설명해 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이때 옆에 서 있던 마른 몸매의 남자가 다가왔다.“네가 독용을 죽인 거야? 독용은 내 사촌 동생이야! 지금 당장 네놈을 죽여 독용을 위해 복수해 줄 거야!”남자가 노발대발했다. 공손 무일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앞으로 나가 남자를 막았다.“칠 법사님, 진정, 진정하세요. 아무리 화가 나셔도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절대 안 됩니다.”“저놈은 시합이 끝나고 산에서 내려간 다음 죽여도 되잖아요.”남자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네놈한텐 이제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좀 이따 시합이 끝난 다음 내가 직접 널 죽일 거야! 넌 우리 공손 가문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남자는 운기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날 죽인다고? 미안하지만, 너 정도는 내가 한 손으로도 죽일 수 있어.”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뭐? 한 손으로 날 죽인다고? 하하!”공손 무일, 우빈과 남자는 운기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정말 건방진 녀석이네. 넌 수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본데, 시합이 끝난 후 내가 똑똑히 보여 주지.”남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운기에게 말했다.“오늘 네가 시합에 참가한다면 시합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진 못할 거야.”운기는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이곳에서 함부로 손을 쓸 순 없었기에, 우빈은 떠나는 운기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운기가 떠난 후.우빈은 계속 앞으로 가다가 마침 앞에 있었던 남궁 가문의 사람들을 만났다.“너 진미 맞지? 왜 모자랑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망가진 네 얼굴을 보고 놀랄까 봐 그래?”우빈은 진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진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남궁 진미, 앞으로 저녁엔 될수록 외출하지 마. 지나가던 사람이 널 귀신으로 보고 기절이라도 하면 어떡해!”“하하!”우빈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우빈은 이전에 파티에서 받았던 모욕을 모두 진미에게 되돌려주려고 했다.진미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 망가진 얼굴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얼굴 때문에 비웃음을 당하고 괴물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진미는 이렇게 평생 비웃음을 받을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공손 우빈, 넌 예전에 진미를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남궁 정민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미의 아버지로서, 그는 자신의 딸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궁 정민은 곧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천과 모자를 주워 진미에게 씌워주었다.“남궁 가주님, 이 교통사고는 분명 임운기가 계획한 것인데 진미는 왜 아직도 그놈 편을 드는 걸까요?”우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남궁 정민은 말문이 막혔다. 그도 이 사고가 운기가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빌어먹을 임운기, 증거를 찾은 후 진미의 앞에서 죽여버릴 거야!”남궁 정민이 매섭게 말했다. 그는 진미가 받은 모든 상처들이 운기의 탓이라고 생각했다.“남궁 가주님, 우선 오늘 시합이나 걱정하셔야겠어요. 남궁 가문은 저희 공손 가문의 도움 없이 정말 주씨 가문을 이길 수 있을까요? 하하.”우빈은 큰소리로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운기는 방금 전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우빈을 죽이고 싶었지만, 백운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부로 무력을 행사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운기는 진미가 있는 방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미야, 걱정 마. 내가 반드시 저 개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네 얼굴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거야.”그동안 운기는 줄곧 단약을 만들고 있었기에, 단약을 만드는 숙련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수아 씨, 이런 건방진 놈은 멀리하시는 게 좋아요. 괜히 수아 씨한테도 불통이 튈 수도 있잖아요.”“맞아요. 수아 씨, 이런 사람은 정말 멀리하셔야 해요.”수아의 친구들이 잇달아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곧 운기와 거리를 두기 위해 자리를 조금씩 옮겼다.수아는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나도 운기 씨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을 줄은 몰랐다고.’수아는 운기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운기가 이미 자리에 앉은 이상, 자리를 옮겨달라고 말할 순 없었다.이때 지하 권투 시합에 참가하기로 한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권투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원에서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수원의 대부분 상류층의 사람들은 모두 이 자리에 모였다. 그만큼 백운각의 영향이 컸다.“백운각 가주님이 오셨습니다.”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한 무리의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채 천천히 권투장 안으로 들어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백운각 가주를 환영하였다.하지만 운기는 여전히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그는 전혀 일어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 이 상황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운기밖에 없었을 것이다.“임운기 씨, 지금 자리에서 안 일어나면 권투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죽게 될지도 몰라요!”수아의 친구가 말했다. 그러자 수아도 덩달아 말했다.“운기 씨, 빨리 일어나세요. 백운각 가주님은 8대 가문마저 일어서서 환영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가지신 분이에요.”“제가 고작 백운각 가주 한 사람을 위해 일어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지금 백운각 가주님을 무시하는 거예요? 하하, 정말 미친 거예요?”“정말 건방진 놈이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봐.”수아의 친구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은 듯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수아도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그저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운기는 그들이 비웃는 소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