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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사실 이 펜은 특별할 거 없었다.

현아는 선물을 살 때 공정했다. 두 펜 다 같은 가격이었지만 설계가 달랐다.

비서가 가져간 펜은 진작에 망가졌다.

현아에 대해 다른 특별한 감정이 없었기에 현아가 선물한 펜은 비서에게 그저 일반 소모품이었다.

소모품이니 망가지거나 불편하면 버리면 그만이다.

하여 비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펜으로 바꿨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 비서는 대표님이 아직도 그 펜을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비서는 그 펜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

“대표님, 아직도 그 펜을 쓰시는 거예요? 저는 망가져서 바로 버렸는데. 현아 씨도 참. 프로젝트 성공해서 그렇게 많은 상여금을 받았는데 좋은 것 좀 사주지. 보세요. 모서리가 다 닳았네요. 새로 하나 사시지 그러세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라 말에 존중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말이 끝나자 주한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한가해요?”

“…”

비서는 혹시나 자기가 말이 너무 많이 해서 주한이 성가셔하는 줄 알고 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흘러도 주한은 계속 그 펜을 사용하고 어딜 가나 지니고 다녔다. 한번은 주한이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도 있었다.

“펜이 망가진 것 같은데 믿을만한 사람 찾아서 고쳐와요.”

비서는 낡아빠진 펜을 받아 들며 말할 엄두를 못 냈다. 고쳐줄 사람을 찾으며 비서는 뭔가 깨달았다. 마치 마음의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진 것처럼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서는 그때 자기가 이 펜을 별 볼 것 없는 것이라고 했을 때 주한이 왜 그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봤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말이 많아서 성가셔했던 게 아니라 눈치 없이 주한이 아끼는 물건을 함부로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로 찾아오는 예쁜 여자는 항상 있었다. 그 속엔 심지어 연예인도 있었다. 얼굴이 예쁜 것도 모자라 몸매도 죽여줬고 조건도 좋았다. 비서는 주한의 팔자가 참 좋다고 속으로 여러 번 감탄했다. 인성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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