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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하필 사고뭉치 아이가 윤아의 말을 듣고 손뼉 치며 기뻐할 줄이야.

“좋아, 좋아요. 게으른 돼지엄마랑 게으른 돼지아빠.”

“...”

윤아는 침묵을 지켰다.

수현은 딸이 지어준 별명에 아무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듯 기뻐하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윤이 대단하네. 이렇게 어린데 벌써 별명 지어줄 줄도 알고.”

“...”

윤아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현이 딸아이 때문에 콩깍지가 지나치게 씌워져서 이런 듣기 싫은 호칭도 칭찬하는 것이 아닐까.

“아빠 이거 좋아해요?”

윤이의 관심이 순식간에 수현에게로 옮겨졌고 아이는 아빠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곁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는 윤아는 황당했지만 부녀가 노는 모습이 예쁘긴 했다. 윤이는 특히 아버지의 어깨에 엎드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를 좋아했으며 수현도 딸바보처럼 헤벌쭉해서 즐기고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저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에이, 고작 몇 개 듣기 싫은 별명을 지어준 것뿐인데. 다른 말썽꾸러기 아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긴 했다.

금방 이해심이 넓어진 윤아는 한참 서 있다가 그제야 수현의 재촉에 정신을 차렸다.

“먼저 내려가서 밥 먹어. 바보처럼 서 있지 말고.”

“이미 먹었어?”

“응.”

“오케이. 그럼 먼저 갈게.”

계단을 내려가기 전 윤아는 자신의 휴대폰도 잊지 않고 챙겼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자 도우미가 주방으로 데리고 간 후 미리 준비한 음식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 식사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꺼내든 윤아는 마침 주현아가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

“윤아야, 너 너무 잘 자더라. 더 이상 있을 수 없어서 먼저 갈게. 일어나면 연락해. 쪽.”

메시지를 확인한 윤아는 이 메시지를 보낼 때 주현아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짐작이 가는 것 같았다. 윤아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답장을 보냈다.

“나 깼어.”

답장을 보낸 윤아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주현아는 빠르게 연락을 받았다.

“빨리 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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