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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이 말을 들은 수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팔을 감싸 안은 하얀 팔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나를 믿기는 한다는 얘기지?”

"물론이지.”

윤아는 수현의 눈에 스치는 웃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낌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따로 사는 건 어때?”

수현은 윤아의 여린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잠시 멍해 있었다.

"따로 산다고?”

"응,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불편하지 않아?”

윤아는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가 불편해? 집도 크고 방도 많고, 따로 살면 윤이랑 이는 어떡하고?”

따로 사는 건 사실 수현의 사심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는 하인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계속 드나드니 그들의 사적인 공간은 그들의 방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과 아이들 앞에서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혀 안고 싶어 하는 것마저 불편했다.

한 번, 두 번이면 그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횟수가 많아지자 수현은 애가 탔다. 분명히 자기 여자인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므로 자기 맘대로 애정표현도 못 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사실 이번 일이 없어도 수현은 설을 쇤 후에 그녀와 분가에 관해 얘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근데 급한 마음에 아직 설을 쇠지도 않았는데 이미 그녀에게 계획을 알려 주었다.

"내가 이제 말하는 내용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윤이랑 훈이를 많이 좋아하셔. 게다가 지금은 일도 별로 안 하시니까 시간이 있으면 윤이랑 훈이를 잘 돌볼 수 있을 거야.”

말이 여기까지 나왔는데 윤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윤이와 훈이를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맡기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이들을 위하는 건 알겠지만, 아이들 엄마로서 애들이 아직 이렇게 어린데 내 곁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더구나 그녀는 이전의 기억이 없으므로 이때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더 많은 기억을 갖지 않으면 앞으로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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