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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방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누군가 주현아의 팔을 덥석 잡았다.

“잠시만요.”

차분한 저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팔이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주현아는 더 앞으로 걸어갈 수 없었다. 결국 걸음을 멈춘 주현아는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았다.

“대표님, 저는 이미 사직한 사람입니다. 만일 절 다시 스카우트하고 싶다면 집에 와서 이렇게 위층까지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정석적인 방법으로 해야죠. 대체 뭐 하시려는 겁니까?”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가 뭘 하려는 건지는 엊그제 이미 알게 된 것 아니었습니까?”

그가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얼굴을 보고 다시 한번 말하기를 원하는 겁니까?”

다급해진 주현아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얼른 대답해 버렸다.

“아닙니다.”

주현아의 다급한 대답은 오히려 배주한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몇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섰다.

“왜 이렇게 저항하는 거죠?”

참 웃겨. 왜 이렇게 저항하냐니?

주현아는 마지못해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세요?”

“모릅니다.”“...”“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음?”

주현아의 말에 배주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주현아 씨는 대체 어느 별에서 살고 있는 겁니까?”

그의 말에 주현아가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직 세수하지 않았음을 의식하고 재빨리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슨 뜻인지 잘 아시잖아요.”

“무슨 뜻인데요?”

배주한이 눈을 가늘게 뜨며 주현아를 응시했다.

“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세상이라니요?”

“모른 척하는 거예요? 아니면 정말 멍청한 거예요? 전 대표님께서 다 이해하셨을 거로 생각해요. 대표님께서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아예 다른 세계라고요. 일하는 양도, 스케일도, 가치관도 모두 다르다고요.”

배주한은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배주한이 이미 다 이해했을 거로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말을 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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