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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주현아는 대표인 배주한보다 말발이 현저히 딸리는 사람이었다. 배주한의 몇 마디 물음에 주현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그녀는 논리를 벗어난 말인 줄 알면서도 태연 한 척 대뜸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저와 함께하면 평범한 삶이 안 되는 겁니까?”

배주한이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덧붙였다.

“저와 함께한다면 오히려 다른 선택지가 많아질 뿐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고, 그것이 지겹다면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도 되죠. 두 가지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데 더 좋은 것 아닙니까?”

주현아는 그가 어떻게 자수성가한 건지 확실히 잘 알 수 있었다. 배주한은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과시할 만한 점을 잘 드러내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주현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배주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

“제 말이 틀렸나요? 현아 씨의 인생은 저의 재산 유무에 따라 바뀌지 않아요. 전적으로 주현아 씨의 선택과 계획에 달린 일이죠. 우리는 단지 함께 살게 될 뿐이죠. 그렇지 않나요?”

주현아는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주현아는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배주한이 다가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의 특유의 박하향이 코를 감쌌다.

“어떤가요? 고려해 보실래요?”

주현아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뒤로 물러설수록 배주한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침내 등이 차갑고 단단한 벽에 부딪혀 더 물러설 수 없게 되었을 때야 주현아는 물러서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하며 눈앞의 배주한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퇴사 직전까지 상사로 대했던 배주한이 어떻게 갑자기... 자신을 고려해 보겠느냐고는 말까지 하는 걸까.

지금 이거 현실이 맞긴 한 걸까?

아니면 혹시 퇴사 후에 정신에 이상이 생겨 환각이 생긴 건가?

이리저리 생각하던 주현아는 배주한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 대표님, 혹시 갑자기 직원을 잃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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