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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용준이 구하려는 사람

수려한 조경에 조용하고 아담한 마당으로 들어서자 맡기 좋은 훈향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어떤 특이한 약초 향인 것 같은데 맡으니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때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준은 그 소리를 듣더니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음침하던 두 눈동자에도 온화함이 번지고 있었다.

둘은 계속 피아노가 울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와중에 용준이 입을 열었다.

“이따 만날 여자애는 예서라고 해요. 지금 피아노를 치고 있으니까,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네요. 그건 발병을 안 했단 소리겠죠. 그런데 날 보면 안 돼요. 명의님이 먼저 들어가서 얘기 나눠보고, 어떻게 치료할 건지 방안을 세워서 나중에 저랑 따로 얘기합시다.”

용준은 예서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방문 앞까지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않고 문어귀에 지키고 있는 메이드를 남서훈과 함께 들여보냈다.

방 안에 있는 여자애는 허리춤까지 오는 긴 머리에 흰색 꽃무늬 치마를 입고 있었다.

문을 등진 채 피아노를 치고 있는 그녀의 새카만 눈동자는 왠지 텅 비어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은 흑색과 백색으로 엇갈린 피아노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거닐고 있었고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아름다운 음이 쏟아져나왔다.

“예서...”

메이드가 그녀를 부르려고 하자 남서훈은 손을 들어 메이드를 저지했다.

남서훈은 메이드와 나란히 서서 조용히 피아노곡을 듣고 있었다.

원래는 즐거운 음악이어야 할 텐데, 예서의 손에서 연주되는 그 곡은 아름다웠지만 뭔가에 억눌린 느낌이 들었다. 곡을 듣고 있자니 어떤 침울한 공간으로 이끌려 들어간 것처럼 숨마저 답답해져 왔다.

드디어 한 곡이 끝나고 예서의 손가락이 멈췄다.

가만히 앉아있는 그녀의 텅 빈 시선이 열린 창문을 지나 바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눈물이 갑자기 뚝뚝 손바닥 위로 떨어지며 부서졌다.

메이드가 이때 그녀를 불렀다.

“예서 아가씨. 손님이 오셨어요.”

그 말을 듣더니 예서는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고는 몸을 뒤로 돌았다.

말끔하고 청순한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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