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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소희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서재는 아주 컸다. 들어오자마자 넓고 긴 창문이 있었고 정원의 잔디밭을 볼 수 있었다. 구택의 테이블은 창문의 옆에 있었고 맞은편에는 천장높이의 마호가니 책꽂이가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이때 구택은 책상 뒤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소희인 것을 보고 그는 살짝 의아해했다. 아마도 소희가 그를 찾으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아침에 그녀와 함께 외출할 때 입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옷깃에 단추 두 개를 풀었다. 도도한 분위기 가운데 약간의 나른함을 띠고 있었다.

"구택 씨."

소희는 문을 닫고 앞으로 나아가 답안지를 책상 위에 놓았다.

"이건 이번 달 유민이의 지식점 측험 답안지에요. 한번 보시죠."

구택은 답안지를 들고 앞뒷면 모두 체크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유민이는 잘 배웠고 소희 씨도 잘 가르쳐 줬네요."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소희는 살짝 웃으며 시계함을 건네주었다.

"이건 유민이가 구택 씨 드리라고 부탁했어요."

"뭐죠?"

구택은 받자마자 시계함을 열었다.

나무함이 열리는 순간 소희는 검은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구택의 얼굴을 향해 덮치는 것을 보았다. 피로 가득한 입에 튀어나온 이빨, 그리고 수상한 소리를 내는 인형이었다. 어젯밤 그녀가 본 공포영화 속의 도깨비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는 놀라며 생각지도 않고 달려가서 그것을 빼앗으려 했다.

구택도 깜짝 놀라며 손을 들어 나무상자를 던지려고 했지만 그 검은 얼굴의 괴물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약간 변하며 나무상자를 던지고 손을 뻗어 소희를 품에 안았다.

소희는 남자의 가슴에 엎드려 가슴이 두근거리며 고개를 돌려 나무상자를 바라보았다. 그 검은 얼굴의 괴물은 아직 웃고 있었지만 검은 연기는 이미 흩어졌다.

방안에는 3초 동안 침묵이 흘렀고 검은 얼굴 인형의 이상한 웃음소리만 울렸다.

이때 인형의 소리는 무섭지 않고 도리어 좀 웃겼다.

소희는 아직도 남자의 품 안에 있었다.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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