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너무 좋아!”이영민은 말하면서 옆에 서 있는 아내를 바라보았다.“당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원미연은 환하게 웃으며 촛불을 켠 케이크를 들고 이영민을 바라봤다.그는 천천히 일어나 케이크와 타고 있는 촛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소원을 빌 필요 없어, 내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어!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너희들이 모두 돌아와 평안하고 우리 가족이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야.”원미연은 웃었고, 두 아이는 케이크를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좋아, 케이크 먹어!”이영민은 촛불을 불어 끄고 뽑아낸 뒤 케이크를 작게 잘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아이들은 케이크를 하나씩 나누어 먹으며 즐거워했고 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앉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그들은 잡혀간 것이 아닌가? 비록 구원을 받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납치되었을 뿐 좌우간 협박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서한 씨가 구해줬어.”원미연은 또박또박 말을 했다.“서한 씨?”“서한 씨가 우리를 데려다주었어.”원미연은 다시 말했다.“저기 있어.”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만약 마음의 준비가 없었다면 언뜻 보았을 때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서한은 창밖에 서 있었다. 혼자 들어가 그들 일가를 방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붓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이제는 그들이 함께 자기 쪽을 바라보자 서한은 손을 들어 흔들며 인사했다.그러나 이영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들이 당신을 학대했어?”서한은 긴장해서 하며 원미연의 몸을 위아래로 검사하려 했다.방금 아이를 안을 때도 그들의 몸에 무슨 상처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으나 어떤 상처는 감추어진 것이기에 쉽게 발견될 수 없었으니 두려웠다.원미연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아니, 우리를 잘 대해줬어. 그저 당신이 보고 싶었어!”아내의 말을 들은 이영민은 다시 꼭 안았다.“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상처를 받은 거야. 다 내 탓이야.”“아니, 당신 탓이 아니야.”고
문밖에서 서한은 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며 이영민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서한은 담배를 집어 들고 턱으로 방안을 가리키며 물었다.“가족들과 더 있어야죠?”서한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는 이영민은 오히려 되물었다.“무슨 요구가 있어요?”“네?”눈살을 찌푸리며 서한은 궁금해 물었다.“당신들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내고 돌려보내는 것은 요구가 있겠죠. 말해보세요.”사실, 이영민은 그들이 가족을 돌려보내는 것은 분명히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어떤 요구이든 이영민은 기꺼이 할 것이다. 가족이 평안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요구 없어요.”손을 내저으며 서한이 말했다. 이영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이렇게 큰 은혜를 보답 없이 베풀다니!’믿을 수 없다는 듯 서한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정말 당신에게 뭘 시킨다면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인질을 손에 쥐는 것이 돌려보내는 것보다 더 믿음이 있죠. 대표님은 그저 돌려보내고 또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했을 뿐 당신에게 무엇을 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서한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자 이영민은 깜짝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왜죠?”“왜냐하면... 다들 처자식이 있어서죠.”서한은 잠시 후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이영민은 말문이 막혔다.김서진의 말이 맞다. 모두 아내와 아이가 있고 혈육 지친이 있다. 특히 한소은은 임신한 채로 납치되어 그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도 그 고통을 겪도록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영민은 악의가 없이 무고하게 연루되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김서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김서진에게는 한 마디에 불과하지만, 이영민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납치된 후 그는 협박과 위협에 익숙해져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냈다고 해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
김서한이 이미 그들의 은신처를 알아냈기에 의사의 존재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떻게 그곳에서 사람을 구해내는가에 있다.“어쨌든 고마워요.”이영민은 감개무량하게 말하면서 방안을 돌아보았다. 원미연과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으며 서로의 얼굴에 크림을 발라 주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고민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납치되었기에 놀라움과 상처가 있겠지만 이제 가족이 다시 모이고 혈육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천만에요. 말했지만 모두 가족이 있고 아내와 아이가 있어요. 우리는 당신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요.”서한은 손을 들어 이영민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일어나 담배를 꺼버렸다.“그만 갈게요.”서한이 정말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보더니 이영민은 급히 그를 불러서 말했다.“대표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어요.”“무슨 일이 있어요?”망설이다가 이영민은 천천히 말했다.“한소은 씨는 이미 아이를 낳았어요.”서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니, 아직 출산 예정일이 안 된 것 같은데요?”한소은과 오이연의 출산 예정일이 비슷한 거로 기억했지만 오이연은 아직 출산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한소은은 벌써 아이를 낳았다니?김서진이 이 소식을 아는지 모르지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네, 예정일 전에 조산했어요.”이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한에게 말했다.“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어요. 오누이 쌍둥이이고 건강해요.”마지막 말에 서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불과 몇 초 사이에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한소은은 이미 아이를 낳았고, 이젠 아이를 포함하여 세 명의 인질이 상대의 손에 있다고 생각되니 더욱 골치가 아팠다.임신부를 구출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갓난아기보다는 훨씬 수월했다.‘아, 난이도가 곱절로 커졌어.’“다른 소식은?”서한이 물었다.“없어요.”이영민은 두 손을 흔들었다.“이건 보증할 수 있어요. 제가 몰래 애들을 검사해 봤는데 다 건강해요. 상대방은 경계심이 대단해요. 나 말고도 다른
임상언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시원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는 떠도는 영혼 같은 나날을 보냈다. 대사관에서 돌아온 오늘까지도 머리는 여전히 멍해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잡혀서 당황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협박당하다가 나중에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아들을 구하려고 애쓰다 보니 아들의 모습을 잊을 지경이었다.보스가 죽었으니 아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길이 더는 없게 되었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낼 수 없으니 정말 쓸모가 없었다.휴대전화를 켜놓고 아들 사진과 몰래 저장해뒀던 동영상들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옷을 입고 나오자 김서진은 거실에 앉아 있었고 서한은 무언가를 보고하는 듯 서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두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임상언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새로운 소식이 있어요?”김서진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직은 새로운 진전이라고 할 수도 없다.새로운 소식이 없자 마음이 갑갑해진 임상언은 물컵을 들고 돌아서며 말했다.“그럼,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나요?”임상언은 상심해 했다. 예전에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쩔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이 쓸모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김서진조차도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서진과 서한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임상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는 한소은과 내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별수가 없어요. 심지어 인질을 잡고 있어 욕도 못 해요.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임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들이 이렇게 하는 걸 국가도 알면서 다른 방도가 없나요?”“이건 당신과 나의 사적인 일이 아니에요.”김서진은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너무 커요. 당신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잖아요!”“알아요! 그런데 그들은 왜 제 아들을 괴롭히는 거죠? 예전에 투자를 협박하고 일을 시키기 위해서라면 이미 했어요!
임상언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전에는 김서진을 믿을 수 있었고 그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오늘 대사관에서 일어난 일은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또한, 지금의 행동이 아들을 구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었다.“임 대표님, 말을 가려서 하세요!”서한은 참지 못하고 질책했다. 임상언은 화가 치밀어 누구의 말도 듣지 못하고는 서한을 흘겨보았다.“당신은 또 무슨 자격으로 나를 지적해요? 내가 예전에 당신에게 숨긴 것이 있고 미안한 일을 했지만 당신들은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전혀 모를 거예요! 한소은을 못 본 지 불과 며칠이지만 난 이미 몇 달째 아들을 못 봤어요.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요...”임상언은 천천히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꼭 감싸 안고 고통스러워했다.임상언은 임남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의심했지만 말이 씨앗이 될까 봐 감히 말하지 못했다.서한은 욕을 몇 마디 하려고 했으나 김서진이 손을 들어서 막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일시에 많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욕을 할 수가 없었다.사실, 김서진도 슬펐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데다 스트레스까지 겹쳤기 때문에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을 뿐이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지만 임상언의 심정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며 울다가, 모든 감정이 다 풀린 듯 코를 훌쩍이며 일어나더니 힘이 빠진 모습으로 뒤쪽 테이블에 기대어 일어섰다.“죄송해요.”임상언은 고개를 떨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임 대표님, 우리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방금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떻게 우리 대표님이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희 대표님과 사모님의 애정을 설마 모르세요? 우리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세요?”서한은 못다 한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임상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상언도 자신이 한 말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더욱이 자신의 말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방금은 정말 통제할
“뭐가 시작됐어요?”서한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번쩍 들고 물었다. “말 똑바로 하세요!”놀라서인지 아니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임상언은 멍하니 그 자리에서 이 말만 되풀이했다.“임상언, 무슨 말씀이세요?”서한은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의 턱을 내려쳤다. 이 한방에 임상언은 완전히 깨어났다. 임상언은 자신의 턱을 감싸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부릅뜨고 서한을 바라보았다. 2초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김서진을 보더니 문득 일어나 그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그들은 한소은을 약으로 사용할 거예요. 한소은의 몸을 용기로 만들려 하니 출산한 후 건강을 회복하면 실험을 진행할 거예요. 당신은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해요!”임상언의 말은 김서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약인이라뇨, 용기라뇨! R10은 이미 개발되지 않았어요? 성공했잖아요! 그들이 한소은을 붙잡아 간 것은 한소은이 그들을 도와 R10을 시험해 보고 실험이 확실히 성공적임을 확신시키기 위해서가 아닌가요?”옆에 있던 서한이 다급하게 캐물었다. 그들은 줄곧 한소은을 잡아간 이유가 만일의 실수가 없기를 담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의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임상언은 아직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고, 그들도 약인과 용기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네, 주효영이 저한테 말했어요. 대충 말하자면 그들은 한소은의 몸을 R10의 약인으로 만들어 R10을 그녀에게 사용하고, 그녀의 몸에서 여과하여 약 효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자고 했어요. 마지막에는... 대략 이런 의미죠!”임상언은 아직 확실하지 않기에 띄엄띄엄 말했다. 필경 모두 주효영의 말이었다. 주효영은 고의로 신비한 척 거짓말과 진실을 섞어 말했기에 임상언도 그의 말에서 진실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몸을 용기로 만들어 몸으로 거른다고요?”김서진은 애써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였으나 소파를 꽉 잡은 손에는 핏줄이
“고지호 교수님 쪽은 어떻게 됐어요?”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김서진이 물었다.“고지호 교수님?”임상언은 앞서 자신을 잡아간 장소가 어딘지는 몰랐지만, 그는 총책임자를 고지호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나를 또 그곳에 보내려고요? 아니, 안 갈래요!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붙잡아요?”“잡는 게 아니에요!”서한은 김서진을 보며 말했다.“고지호 교수님께서 그쪽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마 하루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니 끝나는 대로 답장을 드릴 겁니다.”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김서진은 말했다.“알겠어요.”“무슨 뜻이에요?”임상언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호흡하고 나서야 김서진은 임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상언, 당신이 매우 급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한소은과 두 아이가 모두 그들의 손에 있고 게다가 그들은 한소은을 가지고 실험을 하려고 해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라도...”순간 김서진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그의 이마에는 힘줄이 솟았다.“아니요, 최악의 경우는 없어요! 그들은 모두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김서진은 갑자기 두 눈을 뜨고 임상언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전에 우리 모두 냉정해야 해요! 당신이든 나든 당황해서는 안 돼요. 만약 우리 자신이 먼저 당황하면 그들의 함정에 넘어가기 쉬워요!”“지금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요! 우리 모두 침착해야 해요! 아시겠어요?”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방금 한바탕 울고 난 후 좀 냉정해졌는지 임상언은 차분하게 말했다.“알겠어요...”“죄송해요...”“이 시점에서 누가 옳은지 그른지 더는 논쟁하지 마세요, 아무 의미도 없어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모두 구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죠!”그러자 임상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도 빨리 구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울 뿐 방법이 없었고 김서진을 원망하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신분을 알고 있기에 정
새벽에 김서진은 눈을 번쩍 뜨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한소은이 떠난 후부터 김서진은 이미 오랫동안 온전한 잠을 자지 못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또 말할 수도 없었기에 걱정이 태산과 같았지만 드러내지 못하였고 또 히스테리를 풀 수도 없었다. 한소은을 구하기 위해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고 정신을 차려야 했다. 본래는 많이 안정되었으나 어제 임상언의 말을 들으니 마치 폭탄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터졌다.어젯밤 꿈에서 한소은은 큰 상자, 큰 물독에 갇혀 있으면서 꼼짝도 못 한 채 주사약을 투여받았다. 실험 품이 되다 보니 몸은 빠르게 팽창하고 부식되었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귓가에 울리면서 김서진은 잠에서 깨어났다.깨어나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마음속의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들고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모든 것이 꿈일 뿐, 사실이 아니야! 소은이는 멀쩡할 거야! 적어도 현재, 아직은 멀쩡할 거야!’한쪽에서는 휴대전화가 진동하여 캐비닛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서한이 걸어온 전화였다.“여보세요?”“대표님, 아침 일찍 이영민 의사 일가족을 모두 보내드렸어요. 지시하신 대로 안전하게 출국시켰어요.”서한이 말했습니다.“네.”김서진은 관자놀이를 주물렀지만, 여전히 어질어질했다. 잠을 설친 데다 악몽까지 겹쳐 머리가 맑지 못한 그는 그저 한마디 대꾸를 하였다.“그리고...”잠시 머뭇거리자 서한은 할 말이 있는 듯했다.“네?”“이영민 의사가 안 갔어요. 대표님을 만나 뵙자고 해요.”머뭇머뭇, 서한이 말했다. 김서진은 관자놀이의 누르며 물었다.“왜요?”“할 말이 더 있다고 했어요.”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 김서진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어디에 있어요?”“항구에서 그는 가지 않으려고 배에 타지 않았고 혼자 남았어요.”서한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그들을 떠나보냈지만 이대로 도망갈 수 없다며 폐를 끼치더라도 반드시 남아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영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