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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5화

원경릉이 문을 열자 집사가 장문전 복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길래 얼굴이 하얘져서 물었다. “마마께서는?”

집사가 목 멘 소리로 답했다. “장문전 안에서 쉬고 계세요. 태자비 마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원경릉은 연일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피곤이 쌓여서 호비가 말한 것처럼 숨쉬기가 약간 곤란했기에 숨을 헐떡였다.

장문전에 발을 들이자 썩어서 곰팡이가 핀 듯한 냄새가 진동했다. 장문전은 가구가 많지 않지만 있는 가구마다 이미 곰팡이가 잔뜩 슬어서 노비들이 한참을 닦아내도 여전히 얼룩덜룩할 정도였다.

원경릉이 참담한 기분으로 침전에 들어가니 이곳 또한 곰팡이 냄새가 잔뜩 났다. 황귀비는 막 펼쳐 놓은 침상 앞에 앉아 직접 옷서랍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 작은 옷들은 뱃속의 아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침전으로 옮겼으니 잘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황귀비는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왔어?” 마치 불쾌한 일따위 없었다는 말투였다.

“나가요, 마마는 여기 계시면 안돼요!” 원경릉이 기침을 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공기가 음습하기에 기침이 계속 나왔다.

“괜찮아!” 황귀비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자, 눈가의 주름이 올라갔지만 그다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종의 고요하고 우아한 느낌을 줬다. “조금만 정리하면 돼. 너야 말로 오면 안돼!”

원경릉이 거의 울기 직전으로 물었다. “저 때문에 이런 일을 겪으시는데 제가 어떻게 두 눈 멀쩡히 뜨고 이런 꼴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

황귀비가 침대를 두드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앉아서 얘기해, 흥분하지 말고.”

원경릉이 앉아서 숨을 몰아쉬는데 곰팡이 냄새가 또 코를 찌르고 들어와 너무 괴로웠다. “정말 여기 있으면 안 될것 같아요. 너무 썩었어요. 이 집은 언제 무너질지도 알 수 없는 정도라고요!”

“응, 알았어!” 황귀비가 미소를 지은 채 태자비의 손등을 두드렸다. “그럼 나도 이 전각이랑 생사를 함께 하는 셈 치지 뭐.”

황귀비가 원경릉의 손등을 두드린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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