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깨자마자 술이란 말을 들으니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녹주야, 태자 전하께 죽 올려드려!” 원경릉이 일어나 밖에 대고 소리치자 밖에서 녹주의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예!”우문호가 침대에서 내려와 원경릉을 껴안았다. “역시 우리 마누라밖에 없다니까. 내가 배고픈 거 바로 알고 죽도 준비해 주고.”“앞으로는 이렇게 많이 마시지 마요. 몸 상해!” 원경릉은 뒤에서 자신을 감싼 우문호의 손을 꽉 쥐고 머리를 우문호의 가슴팍에 기댔다. “애들이 봐, 애들은 본 대로 배운다고.”“알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 원경릉 앞으로 돌아와서 원경릉이 방금 쓴 걸 보고는 물었다. “이건 뭐야?”“자기가 술 마시고 한 얘기를 다 적을려고!” 원경릉이 방긋 웃었다. “관계 수리 시설이랑 길을 닦는 거랑. 북당의 미래 발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했어. 아마 자기가 하려는 건 이 두 가지 일이겠지.”“쓸 필요 없어. 내가 다 기억하는 걸!” 우문호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원경릉에게 미소를 띠었다.“자기한테 보여줄 거 아니야. 황조부랑 주 재상이 나더러 정기적으로 보고하라고 시키신 일이야!”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도 따라 웃었다. “어째서? 별장까지 가셔서도 정사를 내려놓지 못하시는 거야?”“평생 신경 써 오시던 건데 내려놓는다고 순간 놓아지겠어? 오해하지 마. 저분들이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 감독하시려는 거 아니니까. 그저 알고 싶으실 뿐이야.”우문호가 이어서 말했다. “내가 오해할 게 뭐가 있어? 언제든 당신한테 보고하라고 하시는 건 저분들이 궁중과 조정에 밀정을 남겨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오히려 저분들이 정사에 손을 놓으셨다는 말이지.”원경릉이 말했다. “사람을 통해 서신을 보냈어, 이틀 뒤에 나랑 할머니가 같이 별장에 다녀오기로. 주 재상 처방을 조절해야지.”녹주가 죽을 가져와서 우문호가 먹으며 물었다. “주 재상의 눈은 정말 좋아질 수 있을까?”“아직도 그 얘기, 추적을 관찰해야 한다니까!” 원경릉이 한
경단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빠, 화본에서 그거 유행 지난 지 꽤 오래 됐어요.”우문호가 놀라며 물었다. “유행이 이미 지났어? 그럼 지금 뭐가 유행인데?”경단이가 우문호를 자리에 앉히고 정색하며 말했다. “말씀드릴게요. 그건 아주 오래된 공식으로, 지금은 안 써요. 이 화본의 서생은 경성에 과거를 보러 갔다가 장원급제를 해서 관아에 들어갔죠. 하지만 출신이 가난하고 비천한 관계로 배경이 없어 사람들의 사냥감이 되었어요. 사람들의 속임수에 당하고 이용당하다가 배척당하기까지 해요. 나중에 여자가 그 사실을 알고 가산을 모두 팔아 경성으로 들어오죠. 물론 경성으로 오는 도중에 반드시 기연을 만나 특별한 능력을 배우게 되고요. 예를 들면 절세의 무공 같은거죠. 나중에 이 여자가 경성에 들어와 장원 급제를 도와 맞닥뜨리는 모든 적을 하나씩 다 죽이고 결국 두 사람을 해코지 한 모든 사람들은 다 진멸하겠죠. 그리고 대단원은 둘이 혼인하는 거예요. 제가 지금 막 그들이 혼인하는 부분을 보고 있으니 방해하지 마세요.”우문호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듯 원경릉을 바라봤다. “그...... 여자가 상경하는 도중에도 배울 수 있었던 절세무공을 당신은 이리 나리께 그렇게 오랜 시간 배웠잖아. 어디까지 배웠어?”원경릉이 우문호의 목에 손 날을 새우더니 웃으며 말했다. “자기에겐 이걸로 충분해!”우문호가 “아야!”하고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쓰러진 척을 하며 칠성이 다리 위에 누웠다. 칠성이는 포동포동한 손가락으로 우문호의 얼굴을 만지며 장난쳤다. “아빠는 아직도 엄마 못 이기네?”“못 이겨, 아빠는 평생 엄마의 적수가 못 돼!” 우문호가 일어나서 한 손으로 칠성이를 품에 안고, “물론 아빠가 다 양보해서 그런 거지. 진짜 능력은 아빠 손가락 하나로도 엄마를 납작 쿵으로 만들 수 있어.”칠성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도 손가락 하나로 아빠를 납작 쿵으로 만들 수 있어요. 아빠.”우문호가 칠성이를 내려놓고 무표정하게 말했
우문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갑자기 원경릉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원 선생, 나 내일부터 매일 태부 집에 가서 한 시간씩 있다가 올게.”“태부 집에 가서 뭐 하게?”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살짝 의기소침해져 말했다. “역시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애들이 뭐라고 했는데 또 못 알아들으면 안 되잖아. 이번엔 이매망량이었지만 다음은 무슨 알아듣기 어려운 걸 꺼낼지 모르니까.”원경릉은 그 말에 조금 감동했다. 우문호가 이렇게 자식들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하려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사실 부모가 아무리 따라잡으려고 노력해도 결국 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날이 오고야 만다.원경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빠서 다닐 수 있겠어? 매일 한 시진씩 내는 건데. 태부가 알겠다고 한 뒤에는 빠질 수 없어. 어르신이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알잖아.”“괜찮아. 아무리 바빠도 애들이 더 중요하니깐.”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갈길을 따라 걸으며 말을 이었다. “난 이제 한가해져서 걔들과 같이 있고 싶은데, 걔들이 우리랑 있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는 게 걱정이야.”“알았어, 난 당신 항상 응원해!” 원경릉이 온화하게 웃었다.우문호는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으로, 매일 태부를 찾아가 한 시간씩 공부하는 것 외에도 화본을 읽기 시작했다.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 머리가 띵하고 혼미해졌지만 계속 읽어 나가다 보니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2~3권정도 다 본 뒤 경단이와 서로 줄거리에 대해 의견을 내세우며 토론했다. 그 둘은 줄거리를 가지고 얼굴이 다 시뻘게지도록 싸워댔지만 금방 의견이 통일되며 토론하는 나날이 계속 이어졌다.나중에는 다른 아이들도 토론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해서 쌍둥이도 곁에 앉아 들으며 재밌어 하는 게 부자가 정말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원경릉은 이 모습에 기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문호가 이번에 아바마마의 중년 ‘모반’에 무엇인가를 느
태상황은 원경릉의 할머니를 불러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원경릉에게 대흥국에서 오신 노부인은 박식하고 말투와 태도가 예의 발랐기에 그녀와 얘기하고 있으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 같이 편했다. 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늘 긴장하고 있어서 내천(川) 자로 깊은 주름이 패인 태상황의 얼굴을 보고 또 보며, “봄바람이 마음에 불어온다고요?”태상황이 한줄기 미소를 보였다. “맞아!”원경릉은 태상황과 우문호 둘이 갑자기 고상해진 게 영 낯설었다. 요즘 우문호는 집에서 말투도 부드럽고 따듯한 게 아주 우아 그 자체였다.원경릉이 말했다. “노인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은 점이 있죠.”할머니도 자신의 친구가 있고 자신의 사교권이 있어야 했다.하지만 이어진 태상황의 물음을 듣고 원경릉의 몰골이 순식간에 헬숙해졌다. “너 노부인의 아명이 뭔지 알아?”“아...... 명이요?” 원경릉은 하마터면 너무 놀라 사레가 들릴 뻔했다.“응, 이름말이야. 과인이 계속 노부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게 호칭 자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잖아.”“할머니께서는 이미 나이가 들으셨어요. 적어도 태상황 폐하보다는 많으시죠!” 원경릉은 ‘천벌을 받으시려고. 태상황 폐하께서 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태상황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했다. “어디가 늙었다는 거야? 그렇게 안 늙어 보여. 내가 보기엔 그냥 여동생 같아.”원경릉은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노부인 아명이 뭐야?” 태상황이 꿋꿋하게 물었다.원경릉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일부러 영어 이름을 아무렇게나 지었다. “할머니께서는 주디라고 합니다!”왜인지 모르지만 태상황에게는 할머니의 본명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다.“주딩? 주딩이? 왜 그런 이름으로 지었어?” 태상황이 미간을 찡그렸으나 곧 고개를 갸웃거리고 생각하더니 과찬의 평가를 내렸다. “이 얼마나 겸손한 이름이야. 입은 화를 부르는 뿌리임을 잊지 말라고 강렬하게 표현했군. 그런 뜻 맞지?”원경릉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이 말에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할
태상황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어허, 너 노부인이랑 상당히 닮았어. 특히 그 코, 콧날이 높고 콧방울이 동그래 가지고 윤기가 도는 게 아주 똑같다고!”원경릉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별장을 나올 때 마차에서 할머니와 수다를 떨며 일부러 물어봤었다. “맞아요, 황조부랑 말이 잘 통하시는 거 같던데, 할머니...... 황조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구로 생각하시는 거죠?”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의 손등을 쳤다. “우리 손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그냥요!” 원경릉이 뜨끔해져 바로 답했다. 할머니가 지혜로운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더욱 깊어진 미소를 띠었다. “왜? 너 원래 이 할미가 황혼연애 하는 걸 장려하지 않았어? 그냥 입에 발린 소리였나?”원경릉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입에 발린 소리라뇨? 할머니꼐서 누군가를 만나 연애하시는 걸 제가 얼마나 응원하고 있는데요.”“하지만 태상황은 안된다는 말이지?” 할머니가 물었다.그러자 원경릉이 당황하며 고심히 생각했다. ‘왜 태상황은 안되지?’ 원경릉은 사실 자신의 이런 복잡한 심경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단지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한 건 사실이었다.할머니가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냥 장난친 것이다. 나와 태상황 폐하는 그저 말이 통하는 ㅊ친구 사이다. 태상황 폐하께서 하는 말이 판에 박힌 딱딱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아는 게 많고 일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시거든. 태상황 폐하는 어의나 의사들처럼 경직된 사람이 아니야, 가끔 농담을 해서 사람을 즐겁게 할 줄 알지. 친구로 분명 괜찮은 분이란다.”원경릉은 의아했다. “황조부가 농담을 할 줄 안다고요? 무슨 말로 사람을 웃겨요?”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혈압을 내려서 몸조리할 수 있는 처방을 드렸는데 그 처방이 좀 쓰거든. 태상황 폐하께서 내가 간 뒤에 농담으로 사람을 시켜 약을 전부 다바오한테 줬다더라, 재밌지 않아?”원경릉은
관계수리 시설 확충은 신임 재상의 도움 아래 마침내 조정을 통과했다.회왕은 호부상서 직으로 승진해 북당의 재신이 되었으나 우문호는 최근 계속 회왕을 괴롭혔다. 비록 관계 시설 확충 안건은 통과됐지만 돈을 얼마나 지출하는지는 공부와 합의해서 예산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문호는 조금이라도 예산을 더 확보해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었다.그리고 치수라고 하면 적임자가 하나 있는데 바로 왕강이였다!왕강은 천문지리에 정통하고, 수리 시설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고금의 지식에도 밝은 인재로 명원제도 여러 차례 조정에 합류할 것을 권했다. 하도 고사하는 바람에 처음엔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번에 우문호가 부르니 바로 짐을 챙겨서 왔다.우문호는 왕강을 위해 공부 시랑 직을 준비하고 왕강과 공부 상서가 전면적으로 나서 회강의 수리 시설 보수를 총괄하도록 했다.왕강을 공부 시랑으로 발탁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6부 중에서 공부가 가장 괄시받고 있었기 때문인데, 공부의 일은 대부분 무식쟁이에 흙투성이 인부들과 진행하는 것으로 선비들은 줄곧 이들을 무시했었다.하지만 왕강은 아주 기꺼운 마음이었는데, 공부야 말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하는 관공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점도 우문호가 왕강을 부른 이유 중 하나로, 우문호의 부름에 왕강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왔다.왕강은 전에 원경릉과 태양의 흑점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회강 지부로 가기 전에 원경릉을 찾아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했다.태양에는 여전히 흑점이 있었는데 이 흑점은 북당에 어떤 영향이 주는지에 관해서였다.사실 왕강은 흑점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고 싶었다.원경릉은 전에 왕강과 태양의 흑점에 대해 논의했던 기억을 되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강은 이미 오랜 시간 관찰을 지속해 아마도 북당 전체를 통틀어 처음으로 잦은 흑점들을 발견한 사람일 것이다. 원경릉은 왕강의 질문에 이렇다 할 답안을 바로 제시할 수 없었다. 태양 흑점 활동이 빈번한 것이
우문호가 말했다. “사시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옮겨도 돼요.”황귀비는 이게 우문호의 효심인 것을 잘 알았기에 뿌듯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바라봤다. “그럴 필요 없어. 어마마마는 여기가 좋다.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이나 잘 보고 오려무나!”“알겠습니다!” 우문호가 대답했다.우문호가 안에서 황귀비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어서방으로 가면서 원경릉에게 장문전에 남아서 황귀비와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반면 황귀비의 안정되고 평온한 나날에 비해 명원제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부자 지간에 전에 황귀비 일로 의견이 맞지 않았던 적이 있긴 했지만 결국 싸움은 일어나지 않아서 불쾌했던 기분도 다 사라졌다.명원제는 태자에게 일찍 갔다 와서 태자비의 출산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알겠습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몸 건강하세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십니다.” 우문호가 걱정하자 명원제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짐이 보위에 오른 뒤로 네 황조부가 늘 등 뒤에서 지시를 해주셨는데, 지금 태상황 폐하께서 궁에 안 계시는 것에 짐이 아직 적응이 안되는구나. 짐이 전에 사람을 보내 회강 일에 대한 지시를 구할 때도, 아예 듣지도 않으시고 앞으로 다시는 묻지 말라고 하시더군.”“그건 황조부께서 아바마마를 완전히 신임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문호가 위로했다.“신임인지 실망인지 짐은 아직 구분이 안된다. 허나 짐은 태상황 폐하를 실망시켜 드릴 수 없지. 넌 출장 가서 이 일을 합당하게 잘 해결하고 오너라, 북당의 농경이 계속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매년 천재지변이 끝이 없었기 때문인데 물을 다스릴 수 있다면 농경 발전을 촉진할 수 있으니 이는 향후 몇 년간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 될 거야.”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가 답했다. “소신 알겠습니다. 반드시 잘 해내겠습니다.”명원제가 우문호를 보고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가거라, 어서 가봐!”우문호가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소신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어서방에서 나와 목여
희열은 일찌감치 철이 들어서 괜찮았지만, 요부인은 희성이가 걱정이었다.희성이 복도에 앉아 요부인 다리를 베고 눕자 갈팡질팡한 불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희성이가 요부인의 손목을 잡고 간절하게 물어봤다. “엄마는 훼천 삼촌한테 시집가서 아기 낳으면, 그때는 희성이 필요없겠죠?”요 부인은 가슴이 저릿해져 희성이를 끌어 안았다. “이 바보야, 엄마한테 네가 어떻게 필요가 없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엄마의 사랑이고 보물이야.”희성이가 소심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그럼 훼천 삼촌은 우리한테 잘해줄까요?”요 부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만약 너희한테 제대로 못해준다면 엄마는 시집 안 가!”“엄마, 시집 안 가면 안돼요. 황조부께서 성지를 내리셨잖아요.” 희성이가 볼 멘 소리로 말하자 요 부인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희성이가 싫으면 엄마가 네 황조부에게 가서 직접 얘기할거야. 이 혼사는 굳이 안 해도 돼.”희성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전 엄마가 혼인했으면 좋겠어요. 언니 말이 맞아요. 우리가 나중에 다 시집가면 엄마 혼자 외롭잖아요. 그럴 때 훼천 삼촌이 곁에 있으면 우리도 안심이에요.”요 부인이 희성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난 외롭지 않아. 정화군주를 도와서 애들을 돌보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들이 원하지 않으면 엄마도 억지로 혼일 할 필요 없어.”희성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였다. “희성이는 원해요. 훼천 삼촌이 엄마한테 잘 하잖아요. 다섯째 숙모가 그러는데 이 세상에 훼천 삼촌보다 엄마한테 더 잘하는 사람 없데요.”담장 저편에 훼천이 담벼락에 귀를 대고 듣다가 세 모녀가 주고받는 얘기를 듣고 안심하더니 살금살금 자리를 떴다.이렇게 혼사가 결정되었다.전에 요 부인이 원경릉을 위해 신생아 옷을 준비해 준 것처럼, 이번에는 원경릉이 요 부인의 혼수를 준비할 차례였기에 미색에게 혼사를 얘기하자, 혼수는 자고로 돈이 제일 중요하다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