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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심재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또 물었다.

“샛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안이슬이 대답했다.

“샛별이에게는 미안해.”

거절이었다.

안이슬은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더는 심재경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더는 심재경과 엮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술잔을 천천히 흔들면서 말했다.

“나 진짜 명섭 씨 사랑했어.”

심재경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안이슬이 진심으로 양명섭을 사랑했다는 말은 그도 의심치 않았다. 양명섭은 평생을 맡겨도 될 좋은 남자였으니 말이다.

예전의 그도 두 사람을 축복했었지만 지금 양명섭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 사람과 함께한 날이 길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듬직했고 안정감 있었어. 내가 살아왔던 가장 행복한 날들이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명섭 씨에게 엄청 미안해. 명섭 씨는 나 때문에 죽은 거야. 만약 그날 내가 명섭 씨와 싸우지 않았다면 명섭 씨는 굳이 나를 피하려고 그렇게 위험한 일에 출동하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명섭 씨도 죽을 일이 없었겠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죽게 되어 있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심재경이 말했다.

안이슬이 고개를 들며 그를 바라봤다.

“정말이야?”

심재경은 확실하게 대답했다.

“응.”

안이슬은 심재경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유리잔에 있던 술을 또 쭉 들이키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

술을 마시니 확실히 얘기를 꺼내기가 편해졌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술을 마신 후에 모두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 엄청 재수 없는 년이야...”

심재경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심재경은 줄곧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안이슬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자기가 안이슬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과거의 자신이 확고한 마음과 능력을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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