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이 안이슬을 쳐다보자 그녀는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심재경이 물었다.“지금 나 관심해주는 거야?”안이슬이 대답했다.“나는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 대표님한테서 돈을 받았는데 당연히 고용주한테 최선을 다해야 하지.”안이슬이 자신을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고 선을 철저하게 긋는 모습은 비수가 되어 심재경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그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당신은 정말 직업정신이 투철한 베이비시터야. 내 딸을 잘 보살피는 것도 모자라 나한테도 이렇게 관심을 주다니, 당신의 말대로 하면 내가 당신의 급여를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해야 당신이 한 만큼 돌려받게 되는 거잖아?”안이슬은 비아냥거리는 심재경의 말투를 딱히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만약 대표님이 더 많은 급여를 준다고 하면 당연히 사양하지 않을 거야.”심재경의 말은 그녀를 자극하는 데 실패했다.윙윙--심재경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강세헌한테서 온 전화였다. 그는 뒤돌아 방으로 가서 방문을 잠근 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접니다.”그쪽에서는 임지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심재경은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확실하게 강세헌의 번호가 맞았다. 그런데 목소리가 왜 아니지?그는 휴대폰을 다시 귓가에 대면서 말했다.“여보세요?”“왜요, 제 목소리도 모르시겠어요?”임지훈이 물었다.심재경은 당연히 목소리를 알아들었다.“이거 강세헌 번호잖아요?”심재경이 묻자 임지훈이 대답했다.“대표님이 진원우랑 심 선생님의 일을 토론하는 것을 듣고 좋은 방법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어요. 제 휴대폰이 배터리가 다 되어서 대표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거고요.”심재경이 대답했다.“그렇군요. 근데 제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고 지금 저한테 해결방법을 제시하려는 거예요?”임지훈은 차갑게 한마디 했다.“선생님에 관한 일은 비밀도 아니잖아요?”“...”심재경은 자신의 사연을 모든 사람이 다 알
심재경이 정말로 화가 난 것을 보고 임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짜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을 못 하겠다. 지금 심재경은 분명히 화가 잔뜩 난 상태인데 또 심기를 건드릴만한 얘기를 했다면 정말 손절 당할지도 모른다.심재경은 끊어져 버린 전화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방법이 없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설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딱히 말할 게 없으니까 그냥 도망간 건가?‘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심재경은 휴대폰을 내려서 보면 볼수록 화가 치밀었다.원래 기분이 이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는데 임지훈 때문에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그는 짜증스레 머리를 헝클였다.침대 위에 버려진 휴대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의 미간은 더욱 세게 찌푸려졌다.‘또 무슨 속셈인가? 뾰족한 수는 없는데 쓸데없는 말은 많네?’심재경은 화가 난 상태로 전화를 받고 상대방이 소리도 내기 전에 먼저 말을 뱉었다.“임지훈, 내가 경고하는데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마. 나는 화를 낼 줄 모르는 줄 알아? 다음에 마주치면 내가 수술 메스로 당신의 살가죽을 도려낼 수 있어, 알아?”심재경은 숨도 쉬지 않고 말하고 나니 마음이 좀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인제야 상대방이 천천히 말을 건네왔다.“얘기 다 했어?”‘이 목소리는 임지훈이 아닌 것 같은데?’심재경은 다시 휴대폰 화면을 보았는데 강세헌의 이름이 확실했다.‘그래서 이번에는 강세헌이야?’심재경은 다급하게 해명했다.“임지훈 씨인 줄 알았어. 정말 약 올라. 기분 나쁜 말만 골라서 하는데 화가 안 나겠어?”강세헌은 뜨뜻미지근하게 한마디 했다.“네 일은 너 혼자 알아서 해. 괜히 계속 연아한테 전화하지 말고, 연아가 네 일까지 상관할 시간 없어.”“...”심재경은 얼굴이 구겨졌다. 강세헌의 말은 임지훈의 말보다 더 마음에 상처가 됐다.“야, 네가 지금 행복하다고 친구는 죽든 살든 상관없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너한테 전화한 것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기에 문을 두드릴 사람이 안이슬밖에 없었다.심재경은 바로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고는 걸어가서 방문을 열었다. 역시나 안이슬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얼굴에 아무 표정이 없었는데 정말 샛별이를 돌보기 위해서 돈 주고 고용한 평범한 베이비시터 같았다.말하는 말투도 딱딱했다.“음식을 좀 만들었어. 아직 식사를 안 했으면 가서 좀 먹어.”허허!심재경은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안이슬이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고 괴롭기 그지없었다.그는 소용돌이치는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배 안 고파. 별일 없으면 저 방해하지 마.”이렇게 말하고 그는 방문을 세게 닫았다.안이슬은 그의 태도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기분 나쁜 일이 있는 건가?안이슬도 심재경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돌아갔다.그녀가 뒤로 돈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심재경은 돌아가려는 그녀를 보고 마음속에 억눌러 왔던 불만이 참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안이슬, 내가 죽어야 나도 아픈 줄 아는 사람이란 걸 네가 알까?”안이슬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를 보았다.그녀는 아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심재경, 왜 그렇게 사람이 멍청해? 왜 굳이 결혼했었고 또 많은 사람한테 몹쓸 짓을 당한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말하며 안이슬은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아프다.상처를 드러낸 그녀는 마음이 아파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심재경은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는 차갑게 얘기를 계속했다.“명섭 씨가 죽은 후 나는 그 사람의 복수를 하기 위해 스파이로 들어갔는데 들켰어. 그래서 그 사람들이 더럽고 치사한 수단으로 나를 괴롭혔어. 처음부터 나는 죽을 각오를 하고 간 곳이지만, 다만...”그녀의 몸이 떨렸다.다면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졌다.“샛별이가 없다면 내가 어떻게 살 수가 있겠어?”심재경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나는
안이슬은 지금 심재경의 머리가 아직 이성적이지 못하여 자신의 말을 잘 곱씹어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아마도 하룻밤이 지나면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심재경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네.”안이슬이 되물었다.“너는 나를 잘 알아? 네가 나를 잘 안다면 이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나는 단지 샛별의 베이비시터로 남고 너는 그냥 내 고용주로 있는 게 좋지 않아? 굳이 우리 사이를 이렇게 어색하게 할 필요 없잖아...”심재경이 말했다.“알았어...”안이슬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네가 뭘 알아?”심재경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곧 알게 될 거야.”말하고 그는 문을 닫았는데 방문이 다시 열리지 않았다.안이슬은 멈칫하다가 더 생각하지 않았다.심재경의 순애보는 확실히 마음을 동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드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안이슬과 심재경은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가 없었다.이미 금이 간 옥은 아무리 비싼 금속으로 도금을 해도 그 금을 감출 수가 없다.금이 간 자리는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다.심재경이 지금 집착하는 이유가 아마 그들의 감정이 끝까지 제대로 끝맺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시 시작한다고 꼭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심재경은 양명섭의 존재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안이슬의 과거를 정말 개의치 않을 수 있는가?안이슬의 얼굴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다 무시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지금 모습을 보면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심재경은 더 고달플 것이다.설사 사랑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 유지할 수 없을 게 아닌가?안이슬은 눈을 감고 한참 있다가 주방으로 갔는데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이미 다 식었다. 두 사람의 관계처럼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강제적인 방식으로 다시 만난다고 해도 처음과 같은 느낌은 아닐 것이다.그렇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
단기문은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됐어, 끊을게.”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방으로 가서 샛별을 안아 들었다. 안이슬은 따라 들어와서 그가 샛별이를 안아 드는 것을 빤히 보고만 있었다.그녀는 두 손을 주먹 쥐고 애써 참고 있었다. 안이슬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샛별이를 어디 데리고 가는 지 알려줄 수 있어요? 심재경이 뭐 하려는 거예요?”단기문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 말했다.“좀 물러서지 그랬어요?”“...”“참나, 걱정하지 마세요. 샛별이를 잘 보살필게요.”말하고 그는 샛별이를 안고 방을 나섰다.안이슬이 따라 나오면서 말했다.“제가 같이 갈게요. 제가 샛별이를 보살펴 줄게요.”“당신은 나 따라오면 안 돼요.”단기문이 말했다.“당신이 오면 심재경은 계획을 실행할 수가 없잖아요.”“심재경의 계획?”안이슬은 가슴이 철렁했다.“뭐 하려는 거예요? 심재경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예요?”단기문이 말했다.“그래요. 두 사람 모두 머리가 어떻게 된 거죠. 세상에 풀리지 않는 일이 뭐가 있다고 굳이 이 난리를 피우는 거예요?”안이슬은 고개를 떨궜다.“참, 저도 한마디 하는데요. 당신이 고개만 끄덕이면 샛별이는 완전한 가족이 생기는 건데 도대체 뭘 망설이는 거예요? 당신이 정말 샛별이를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그럼 샛별이를 위해서 좀 참아주면 안 되는 거예요?”단기문의 말에 안이슬이 대답했다.“저는 참는 거 없어요. 참아도 심재경이 참는 거겠죠.”“재경이는 다 감당하겠다잖아요. 그냥 감당해 볼 기회 한 번 주면 안 돼요?”안이슬은 고개를 돌렸다.이제 알겠다. 심재경은 지금 샛별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건가?“샛별이 돌보기 쉽지 않아요. 울리지 않았으면 해요.”안이슬은 다정하게 샛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단기문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두 사람 다 고집불통이네요.”단기문은 여전히 안이슬한테 불만이었다. 그녀가 아이를 위해서라도 심재경과 잘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이슬이 왜 싫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
심재경은 여자를 하나 데리고 들어왔다. 그 여자는 깊은 웨이브를 한 머리에 딱 붙는 검은 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새하얀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움직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속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안이슬은 한 번 보더니 바로 시선을 옮겼다.심재경이 말했다.“네가 몇 명의 남자랑 잤다면 나도 그만한 여자와 잤어. 앞으로 우리는 대등하게 되는 거야.”안이슬은 깜짝 놀라서 심재경을 쳐다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너 미쳤어?”심재경이 말했다.“나는 단지 우리가 평등하게 만들려는 거야. 너는 우리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안이슬은 입술을 움찔거렸지만 말을 뱉지 못했다. 불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겪은 일은 어쩔 수 없었던 일들이다...심재경은 어떻게 이런 방식을 택할 수 있는 거지?“심재경, 분명히 말할게. 네가 어떻게 하든 나는 절대 마음을 돌리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해.”안이슬은 뒤돌아 섰다. 심재경은 그녀를 몇 초간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다.“좋아.”그는 여자를 껴안고 방으로 향했다.심재경이 진짜로 하려고 하자 안이슬은 마음이 약해졌다.“이렇게 너 자신을 더럽히는 게 재밌어?”“더럽히다니? 얼마나 미인인데.”안이슬은 심재경의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오늘은 처음일 뿐이고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을 거야. 하루에 한 명씩 어때?”“...”“내가 원하는 건 딱 한 마디야.”그는 한 글자씩 물었다.“나랑 다시 만날래?”안이슬은 눈을 꼭 감고 말했다.“너 마음대로 해.”말하고 그녀는 방안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갔다.심재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고집을 부린다고?“심 대표님?”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계속 해야 해요?”그녀는 그냥 돈을 받고 연기를 하는 것뿐이다.심재경이 말했다.“계속해.”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저는 돈을 안 받고 진짜로 할 수 있어요.”심재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봤고 그녀는 바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농담이에요. 화내지 말아
하지만 안이슬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이 상태가 지속하였다.심재경은 그 여자에게 돈을 더 주고 떠나게 했다. 여자한테는 오늘 돈을 벌기가 참 쉬운 하루였다. 남자의 시중을 들지 않아도 되고 고약한 취향을 가진 늙은 남자들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는 싱글벙글하여 돈을 건네 받았다.“이런 일이 있으면 저 또 불러주세요.”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도 눈치가 빨라서 돈을 가지도 바로 떠났다. 그녀는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시중도 많이 들어줬는데 이 여자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다.돈 많은 사람들은 절대 자신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고 그저 데리고 노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신데렐라가 왕자한테 시집가는 꿈을 꾸지 않았다.신데렐라는 순결이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뭐가 있는가?아무 것도 없다. 이게 현실이었다.그녀의 꿈은 그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성실한 남자를 만나 시집가는 것이다....똑똑...안이슬은 자신이 언제 울었는지도 몰랐다. 눈물이 얼굴에서 흘러내렸지만 감각이 없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안이슬은 방문을 열었다.심재경은 안이슬의 얼굴에 남은 눈물을 보더니 손을 들어서 닦아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억지로 참았다.“왜 울어?”안이슬이 말했다.“내가 울게 뭐가 있어?”“그럼 네 얼굴에 있는 건 뭐야? 모래가 눈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하지 마.”심재경이 말했다. 안이슬은 얼굴을 만져보고 나서야 자신이 눈물을 흘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왜 울었던 거지?자신의 마음이 너무 모질어서 심재경을 이 지경까지 내 몰았기 때문에 우는 건가? 아니면 심재경이 자신의 고집을 꺾으려고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 때문에 우는 건가?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안이슬은 그냥 이렇게 대답했다.“모래가 들어간 거야.”심재경은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안이슬, 네
가슴 쪽이 훤히 드러나자 안이슬은 본능적으로 움츠렸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어떻게 지금 한창 화가 나 있는 남자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심재경은 안이슬을 침대에 눕혔다.처음에는 안이슬도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심재경이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그녀는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천장만을 바라보았다!눈을 감으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의 자신이었다.안이슬은 공포에 휩싸여 이를 꼭 깨물었다. 몸 아래에 있는 침대 시트는 이미 그녀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다.몸은 통제할 수 없이 떨려왔다!안이슬은 억지로 참으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아이의 아버지이고 그녀가 예전에 깊이 사랑했었던 남자라고 계속 되새겼다.자신을 그렇게 짓밟던 남자들이 아니다!심재경은 아주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이슬은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재경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가서 동작을 멈추었다.“나한테는 정말 아무 느낌이 없어?”안이슬은 눈꺼풀을 뜨며 말했다.“너는 내가 더럽지도 않아?”심재경이 대답했다.“아니.”안이슬은 입술을 깨물더니 비아냥대듯 말했다.“보아하니 네가 여자를 정말 못 만나봤나 보다. 나 같이 남자들한테 몹쓸 짓을 당한 여자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너는 정말 남자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어.”심재경은 혀로 입술을 핥았는데 입가에 아직 그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향기롭고 달콤한 그 냄새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향기였다.“안이슬,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해. 어차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심재경은 이불을 끌어당겨서 그녀에게 덮어주었다.“푹 자고 난 다음에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한테 대한 내 마음은 이미 다 얘기했으니 너도 그 쓸모없는 자존심 좀 내려놔 봐.”말하고 그는 일어나서 바닥에 버려졌던 옷가지들을 주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안이슬이 그를 불러세웠다.“샛별이를 언제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