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쪽이 훤히 드러나자 안이슬은 본능적으로 움츠렸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어떻게 지금 한창 화가 나 있는 남자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심재경은 안이슬을 침대에 눕혔다.처음에는 안이슬도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심재경이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그녀는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천장만을 바라보았다!눈을 감으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의 자신이었다.안이슬은 공포에 휩싸여 이를 꼭 깨물었다. 몸 아래에 있는 침대 시트는 이미 그녀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다.몸은 통제할 수 없이 떨려왔다!안이슬은 억지로 참으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아이의 아버지이고 그녀가 예전에 깊이 사랑했었던 남자라고 계속 되새겼다.자신을 그렇게 짓밟던 남자들이 아니다!심재경은 아주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이슬은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재경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가서 동작을 멈추었다.“나한테는 정말 아무 느낌이 없어?”안이슬은 눈꺼풀을 뜨며 말했다.“너는 내가 더럽지도 않아?”심재경이 대답했다.“아니.”안이슬은 입술을 깨물더니 비아냥대듯 말했다.“보아하니 네가 여자를 정말 못 만나봤나 보다. 나 같이 남자들한테 몹쓸 짓을 당한 여자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너는 정말 남자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어.”심재경은 혀로 입술을 핥았는데 입가에 아직 그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향기롭고 달콤한 그 냄새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향기였다.“안이슬,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해. 어차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심재경은 이불을 끌어당겨서 그녀에게 덮어주었다.“푹 자고 난 다음에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한테 대한 내 마음은 이미 다 얘기했으니 너도 그 쓸모없는 자존심 좀 내려놔 봐.”말하고 그는 일어나서 바닥에 버려졌던 옷가지들을 주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안이슬이 그를 불러세웠다.“샛별이를 언제 데
“키스를 당하고 물려도 봤어.”심재경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더니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내 몸에 있는 흉터 하나하나가 항상 나를 일깨우고 있어. 이미 발생한 일을 나는 잊어버릴 수가 없어. 이것들은 나의 악몽이 되어서 평생 나를 괴롭힐 거야. 너도 이런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어? 매번 네가 나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너는 내 몸의 흉터들을 보게 될 거야. 이 흉터들을 보면 너도 예전에 나한테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게 되겠지. 네는 정말 조금도 개의치 않아? 아무 생각도 없어? 심재경, 자꾸 자신을 속이지 마. 너는 그냥 보통 사람이야. 자신이 성인군자라도 된다고 망상하지 마.”심재경이 물었다.“방금 내가 너 조금이라도 싫어했어?”안이슬은 멈칫하더니 말했다.“너는 단지 욕망에 판단력을 상실했을 뿐이야.”“그래, 욕망이라고 하자. 내가 너에 대한 욕망은 너를 갖고 싶다는 거야. 그럼 안 돼?”그는 안이슬의 턱을 잡고 말했다.“마음을 주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하지 마. 욕망을 채우는 파트너로만 살아가면 되잖아.”안이슬은 눈을 감았다.“좋아.”안이슬은 이미 할 얘기를 충분히 했지만, 그가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니 더는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질리게 된다면 그때면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볼 수 있겠지.“네 마음 받아줄게. 그러니 샛별이를 데리고 와.”안이슬은 뒤돌아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찢어진 옷을 주었다. 옷은 더 입을 수가 없어서 그녀는 이불을 들어서 몸을 감쌌다.심재경은 상상하지 못한 말이라 믿기지 않았다. 안이슬이 너무 갑작스럽게 승낙했다.너무 갑작스러워서 심재경은 뭐라고 반응을 하지 못했다.“딴말하기 없어.”심재경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가 정말 흥분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안이슬이 말했다.“샛별이를 만나야겠어.”“좀 늦게 샛별이를 데리고 올게.”심재경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좀 쉬어.”안이슬은 침대에 앉아서 대답이 없었다. 그의 관심을 생각지 못했는지 반응이 없었다.심재경은 그녀의 태도를 개의치 않았다. 안이슬이
심재경은 딸에게 장난을 쳤다.“엄마가 이렇게 예쁜데 네가 머리카락을 다 잡아당겨서 대머리 되면 커서 예쁜 엄마를 볼 수가 없어.”안이슬은 뒤돌아 주방으로 갔다. 이렇게 하면 심재경과의 친밀한 소통은 피할 수 있었다.“밥 안 해도 돼. 우리 외식하자.”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은 뒤돌아 있는 상태로 알겠다며 대답했다.방으로 돌아온 후 안이슬은 심재경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심재경도 강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안이슬이 받아들일 거라 믿고 있었다. 함께 오래 있으면 감정도 생길 것이다.그는 먼저 안이슬의 앞으로 걸어가서 샛별이를 그녀에게 주었다.“네가 우리 딸 안고 있어. 나는 가서 차를 가지고 올게.”안이슬은 팔을 뻗어서 샛별이를 품에 안았는데 이 과정에서 심재경과의 육체적인 접촉을 모두 차단했다.안이슬은 방으로 들어가서 기저귀와 분유통을 챙겼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그녀는 어깨에 가방을 걸치고 품에 딸을 안았다. 나와서 차에 오를 때 안이슬은 뒷좌석에 앉아서 일부러 심재경과 거리를 두었다.심재경은 백미러로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프랑스.찬이가 방학하자 송연아는 국내로 한 번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그녀가 이 말을 꺼내자 강세헌은 그녀의 의도를 알고 이렇게 대답했다.“스위스로 가자.”“...”찬이가 물었다.“스위스에 재미난 게 있어요?”강세헌의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스위스에서는 스키를 탈 수 있어.”스키를 탈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찬이는 바로 흥분해서 말했다.“저는 스위스로 가서 스키를 타고 싶어요.”송연아는 의미심장하게 강세헌을 보면서 말했다.“당신 일부러 그러는 거죠?”강세헌은 눈썹을 치켜뜨면서 부인하지 않았다.이렇게 말하는 건 그의 음모였으므로 송연아를 속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속일 수도 없었다.“남의 일은 남이 알아서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도와줘도 소용이 없어. 그러니 굳이 일을 찾아서 만들지 마.”강
심재경은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그도 식사 한 번 가지고 안이슬의 마음을 돌릴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잘 지내보자는 의미였다.심재경은 시간이 뭐든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었다. 당연히 안이슬의 생각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것이다.그의 생각은 아주 좋지만, 그의 딸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요리가 올라올 때부터 샛별이는 계속 울면서 보챘는데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 않았다.심재경이 안아줘도 안 되고 안이슬이 안아도 계속 울었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심재경은 샛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먼저 먹어. 나는 샛별이를 달래고 올게.”하지만 밖에 나가서도 샛별이는 계속 울어서 결국 안이슬도 먹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심재경에게 말했다.“집에 가자. 샛별이가 낯선가 봐.”심재경이 말했다.“괜찮아. 가서 먹어. 내가 안고 있으면 돼.”안이슬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입맛 없어. 우리 돌아가자.”심재경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안이슬의 태도가 강경한 것을 보고 따르기로 했다.“가자.”심재경이 샛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안이슬이 팔을 뻗었다.“내가 안을게. 너 운전해야 하잖아.”심재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잠시 침묵하더니 샛별이를 넘겨주었다.안이슬이 샛별이를 건네받아 안을 때 손가락이 무의식 간에 그와 부딪치게 되었다.안이슬은 의식적으로 움츠러들려고 했는데 심재경이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너 팔을 움츠리면 샛별이 바닥에 떨어질 수 있어.”안이슬은 심재경과 눈을 맞추고 빠르게 손을 빼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알았으니까 놔 줘.”심재경은 아쉬웠지만, 손을 놓았다. 그는 선을 넘는 행동을 심하게 할 수가 없었는데 안이슬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차 문을 열어 올라탔다.심재경이 운전해서 돌아갔다. 식사도 못 했다. 이상하게도 집에 도착하니 샛별이가 울음을 그쳤다. 분유를 먹이니 바로 잠이 들었다.울다가 지쳤는지 아주 잘 잤다
안이슬은 젓가락을 들고 면을 집어 입에 넣었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심재경은 그녀가 면만 먹는 것을 보자 토마토 달걀 볶음을 떠서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비벼 먹어. 네가 끊인 면인데 소금을 안 넣은 걸 몰라?”안이슬은 시선을 깔고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지금 마음속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큰 파도를 일으켰다.“배 안 고파. 너 먹어.”안이슬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내가 너 불편하게 하는 거야?”안이슬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심재경이 계속 물었다.“내가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왜 밥을 안 먹어? 아니면 나를 보면 밥맛이 떨어져서 식사할 수가 없는 거야?”“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안이슬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의 말에 놀란 듯했다.심재경은 계속해서 면을 먹었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 뜻이 아니라면 앉아서 식사 제대로 해.”안이슬은 입술을 꼭 깨물고 한참 말이 없었다. 잠시 대치상태가 지속하고 안이슬은 천천히 앉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나를 난처하게 하는 거야?”심재경은 고개를 숙이고 면을 다 먹었다. 마지막에 그릇을 들고 양념까지 다 먹은 후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서야 그는 고개를 들어 안이슬을 보았다.그는 여전히 말이 없이 그저 안이슬을 보고만 있었다.안이슬은 그 시선이 불편하여 휴지를 건네주면서 말했다.“가서 샛별이를 좀 봐줘. 나는 여기를 정리할게.”안이슬은 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시도하였다.심재경은 그녀가 건네준 휴지로 입을 닦았다. 하지만 그는 일어서서 자리를 뜨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샛별이 잠들었어. 내가 가면 아마 깰 거야.”안이슬이 말했다.“그럼 가서 씻고 자.”“네 생각에는 내가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안이슬은 짜증이 나서 말했다.“그럼 뭘 어떻게 하려고?”심재경은 그녀를 보며 평온한 말투
찬이는 아주 열심히 배웠다.송연아도 스키를 탈 줄 모르지만, 강세헌이 직접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강세헌은 그녀에게 스키를 타는 요령과 스키를 탈 때의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송연아는 머리가 좋았기에 뭐든 빨리 배웠다. 한 시간밖에 안 배웠는데 거의 혼자서 탈 수 있을 정도였고, 다만 그렇게 잘 타지 못할 뿐이었다.그래도 강세헌이 뒤에서 따라왔기 때문에 넘어지지는 않았다.윤이도 함께 왔는데 너무 어린 탓에 스키를 탈 수 없고 스키장의 어린이 구역에서 눈을 가지고 놀 수밖에 없었다.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가서 산을 내려다보니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녹지 않는 설산의 적설과 절벽에 매달린 현대의 빙하는 천태만상이고 빙탑으로 이루어진 영롱한 숲은 햇빛을 받아 연한 녹색을 띠어 사람들에게 웅장하고 우람하며 냉엄하고 성결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송연아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감탄했다. 산꼭대기에 서 있으면 구름을 발아래에 두고 선경을 내려다보는 느낌 일 듯하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어깨에 기대 말했다.“여기 너무 아름다워요.”강세헌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우리 여기서 며칠 더 놀아도 돼.”송연아는 여기서 더 오래 있어도 상관없었지만 두 아이가 걱정되었다. 여기는 비교적 추운 곳이기 때문이다. 강세헌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당신 아들은 절대 안 추워해.”송연아는 믿지 않았다.“당신이 어떻게 알아요?”강세헌은 멀지 않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봐.”여기서는 연습 구역이 보였는데 찬이가 강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아주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보였다.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찬이는 무슨 운동이든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사격을 배우겠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스키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남자아이들은 아마 이런 것들을 좋아할 것이다.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강세헌을 보았다.“우리 여기서 좀 더 있다가 돌아가요.”강세헌이 대답했다.“좋아.”...안이슬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수없이 고민했다. 샛별이
심재경은 말투가 변해서 날카롭게 물었다.“너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네가 뭔데? 응?”그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온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는 안이슬을 원망하고 있다.그녀는 샛별이를 위해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고 그와 다시 잘 지내보는 시도조차 안 하려고 했다.지금까지 본인의 감정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떠나겠다고 한다.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가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안이슬도 당연히 심재경의 마음이 차갑게 돌아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너 꼭 이래야 해? 이런 방식으로?”안이슬의 눈가가 붉어졌다.심재경이 되물었다.“내가 무슨 방식으로?”안이슬이 말했다.“내가 샛별이를 위한다는 거 알잖아.”심재경이 웃었다.“네가 샛별이를 위한다고? 너는 너 자신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네가 정말 샛별이를 위한다면 앞으로 샛별이가 성장할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아이가 완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았겠다. 너는 그냥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샛별이를 떠나는 거야.”그의 말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나는 다른 여자를 찾을 수도 있어.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근데 그 여자들은 샛별이의 친모가 될 수 있어? 정말 샛별이한테 잘해줄 수 있을까? 샛별이를 정말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샛별이의 친부가 맞아, 근데 하루 24시간 동안 샛별이를 보고 있을 수 있어? 샛별이 앞으로 생활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야? 내가 다른 여자와 아이가 있어서 샛별이를 더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두렵지 않아?”안이슬은 확실히 이렇게 많은 생각을 못 했다.어쩌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심재경을 믿었다.“그럼 샛별이를 나한테 줄래?”안이슬이 말했다. 심재경은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렇게 많이 말한 이유는 안이슬이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한 얘기인데 그녀는 아이를 데
송연아의 배후에는 반드시 안이슬이 있다는 것을 심재경은 잘 알고 있다. 심재경은 자신이 안이슬을 몰아붙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계속 자신을 가둬두고 그 기억 속에서 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여 송연아가 나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누가 말해도 소용없어.”심재경은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는데 송연아를 보면서 자신의 속마음도 얘기했다.“안이슬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게 뭔지 너도나도 다 잘 알잖아.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이슬은 스스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어. 내가 만약 계속 이렇게 양보하다가는 안이슬은 거기에 갇혀 살면서 누구한테도 마음을 열지 못할 거야. 나는 이슬이가 샛별이를 위해서 세속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길 바라. 내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송연아는 한참 침묵했다. 심재경의 말이 맞았다.하지만 송연아도 여자이기에 그녀는 안이슬의 입장에 서서 이 일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송연아가 말했다.“이슬 언니가 겪은 일은 언니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어요...”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언니가 걱정하는 걸 나도 이해가 돼요. 언니는 선배가 어느 날엔가 신경이 쓰일까 봐... 선배는 지금 언니를 사랑할지 몰라도 사랑이라는 게 헛되고 실속이 없잖아요...”심재경이 말했다.“나는 그 점을 부인하지 않고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도 없어.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는 일 때문에 지금을 포기하려는 거야?”송연아는 심재경의 말이 도리가 없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누가 알 수 있겠는가?단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틀림없다.송연아가 말했다.“내가 선배와 이슬 언니의 일에 관여한 적 없는 건 두 사람 다 성인이니, 자기의 생각이 있을 테니 다른 사람들은 도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감정이 섞인 일인데 더욱이 선배와 이슬 언니 사이의 감정은 더 복잡하니 다른 사람들은 더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저는 선배 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