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송연아는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모르고 전화를 손에 들고 잠이 들었다....그와 동시에 심재경은 기분이 좋았는지 남은 와인을 모두 마셨다. 하지만 그의 주량에 취하지는 않았다. 안이슬은 심재경에게 일찍 자라고 했는데 그가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눕길래 안이슬은 샛별이 보러 갔다.심재경은 잠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욕실에 갔는데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침 안이슬도 방에 들어왔다. 안이슬은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몸을 돌렸는데 심재경이 가운을 입고 서있는 모습을 봤다.“왜 아직도 안 잤어?”심재경이 그녀의 앞에 와서 섰는데 심재경의 눈빛이 격렬했는지 분위기는 설명할 수 없게 따뜻하게 끓고 있었고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안이슬은 고개를 숙이고 심재경의 눈길을 피했는데 심재경은 그녀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이슬아, 나 좀 봐.”안이슬이 고개를 살짝 들자, 심재경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는데 그 키스는 너무나도 부드러웠고 주변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고요했다. 안이슬은 두 눈을 뜨고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그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는데 그때의 안 좋은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옷깃을 꽉 잡았다. 그녀의 뇌는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태로 그때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거부감으로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안이슬은 반사적으로 그를 밀치며 말했다.“나... 나 아직 안 씻었어.”안이슬은 심재경을 밀어냄과 동시에 후회하며 서둘러 한마디 했다. 심재경은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슬아, 괜찮겠어?”안이슬은 몸을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그녀는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었다.‘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심재경이다. 나를 해치려던 사람들이 아니다.’그러고는 주동적으로 팔을 올려 그의 목을 잡고 발끝을 들어 살짝 키스했다. 심재경은 그녀의 키스에 만족하며 손을 그녀의 머릿속에 파묻고 뒤통수를 꽉 잡고 깊게 키스했다. 안이슬이 주동적
안이슬이 순수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말했다.“나 앞으로 재경 씨한테 잘할게.”“아니야...”심재경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넌 지금까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나의 미숙함으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앞으로 최선을 다해 너와 샛별이 그리고 우리 작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강해질 거야. 그래서 너와 샛별이 버팀목이 되어서 다시는 방황하지 않도록 할 거야.”안이슬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려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심재경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돌려오며 말했다.“피하지 말고 나를 봐.”안이슬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머리를 들어 그에게 입맞춤했다. 심재경도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그녀의 이마, 눈, 코 그리고 참지 못하고 술김에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깊게 키스했다. 그는 조금씩 그녀의 옷을 벗겼다.“나 봐.”심재경이 키스를 하면서 속삭이자, 안이슬도 대답했다.“응.”그녀는 손으로 베개를 꽉 움켜쥐고 그를 계속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이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심재경이다.’...심재경은 안이슬의 귓가에 대고 계속 속삭였다.“나는 심재경이야.”심재경의 움직임이 어찌나 부드러웠는지 안이슬은 그의 부드러움과 조심스럽고 다치지 않을까 보호하는 느낌을 받으며 마음속의 경계가 천천히 풀리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길었는지 안이슬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꿈에는 오직 그녀와 심재경뿐이었다....그는 그녀의 몸에 있는 상처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고 또 부드럽게 뽀뽀해 주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달려주려고 했다. 땀이 얼굴을 적시고 눈을 가렸다.안이슬은 그의 품에서 흐느꼈다.“미안해...”“네가 뭐가 미안해? 응?”심재경은 그녀 눈가에 있는 눈물을 키스로 닦아주었다.“내 마음속에 너는 영원히 너야. 어떻게 변했든, 어떤 일을 겪었든 너 오직 나의 이슬이야.”안이슬은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감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안이슬이 대답했다.“아직은 괜찮아.”“참, 이분은 새로 오신 아주머니셔. 김선화 아주머니.”안이슬은 김 아주머니에게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이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심재경은 김 아주머니에게 안이슬을 소개했다.김 아주머니는 곧바로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안이슬은 그 호칭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별말을 하지 않고 그저 예의를 갖추며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은 그녀를 안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안이슬이 물었다.“왜 나 안 불렀어?”“깊이 잠들었길래.”심재경이 말했다.그는 안이슬이 어젯밤에 너무 피곤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마 깨울 수 없었다.심재경은 그녀를 껴안은 채 말했다.“이슬아, 나 너무 행복해.”안이슬도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는 말했다.“나도.”심재경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같이 밥 먹자.”“아직 밥 안 먹었어?”안이슬이 물었다.“아니, 너 기다리고 있었지.”“앞으로 기다리지 마.”안이슬이 말을 이어갔다.“배고프면 먼저 먹는 게 맞지.”심재경이 대답했다.“알겠어.”식사는 새로운 아주머니가 차린 것이다.그들이 밥을 먹을 때 샛별이가 깼다.안이슬이 일어나려던 참에 김 아주머니가 말했다.“식사하세요, 제가 가보겠습니다.”심재경도 안이슬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괜찮아. 앉아 있어.”안이슬이 말했다.“나 두려워...”“저분이 전문직 베이비시터는 아니시지만 아이를 잠깐 안아주시는 것 정도는 걱정할 필요 없어.”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고 밥 먹어.”심재경이 그녀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밥 먹을 때 심재경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한동안 회사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안이슬이 말했다.“갔다 와, 내가 샛별이를 잘 돌보고 있을게.”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갔다 올게.”안이슬이 말했다.“어쨌든 일도 중요하잖아.”심재경의 일이 순조롭게
안이슬은 주방으로 돌아가 계속 이유식을 만들었다.샛별이는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방 깼다.안이슬이 말했다.“조금 더 자야 하는데.”심재경이 말했다.“나 샛별이 안고 싶어.”안이슬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샛별이를 깨운 거야?”“울지 않았어.”심재경의 대답에 안이슬은 어이가 없었지만 별말을 하지 않았다.마침 이유식이 완성되었으니 샛별이가 배고플 때 먹일 수 있었다.그 후 며칠 심재경은 매우 바삐 보냈다.결혼식 날짜를 골라야 했고, 예식장을 보러 가야 했고, 또 안이슬을 데리고 웨딩드레스도 골라야 했다...그렇게 많은 준비를 하며 시간이 유유히 흘러갔다.송연아가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벌써 보름이 지난 후였다.심재경은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야 청첩장을 돌렸다.송연아는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했다는 걸 알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빨리 결혼식을 올릴 줄은 몰랐다.“엄마, 또 귀국하실 거예요?”찬이가 물었다.찬이는 괜찮았지만 윤이는 지금 송연아 껌딱지였다. 이제 말도 점점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다.“엄마, 엄마...”송연아는 윤이를 품에 안고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세헌 씨도 나랑 같이 돌아갈 거예요?”강세헌과 심재경은 워낙 가까운 사이라 그도 당연히 돌아갈 것이다.찬이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빠도 귀국하실 거예요? 그럼 저도 같이 갈래요.”송연아가 찬이를 보며 말했다.“아까는 아무렇지 않아 하더니?”찬이가 웃으며 말했다.“엄마가 혼자 귀국하신다면 제가 따라간다고 해도 저를 안 데려갈 거잖아요. 하지만 아빠도 귀국하신다면 저를 데려갈 거죠? 엄마, 아빠는 저를 혼자 여기에 내버려두고 가실 수 있겠어요?”“...”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 잘하게 되었지?’“너 몇 살인데 말을 이렇게 잘하는 거야?”송연아가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찬이는 아프지도 않은지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빠, 저 데리고 가실 거죠?”강세헌은 청첩장을 가지고
최종 결정권은 강세헌에게 있기에 송연아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찬이는 강세헌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오고는 강세헌에게 달려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아빠, 같이 가요.”강세헌은 아들을 보더니 그의 볼을 꼬집었다.찬이는 계속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앙탈을 부렸다.“아빠...”“알겠어.”강세헌이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같이 가자.”찬이는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었다.“오예!”그러고는 흥분했는지 갑자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구애린이 미간을 구겼다.“찬이, 너 너무 신난 거 아니야? 얼른 밥 먹어.”찬이가 눈을 깜빡이자 송연아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찬이야, 이리 와.”송연아는 다가온 아들을 번쩍 안아 들었다.“점점 더 무거워지네. 더 크면 너를 못 안겠어.”찬이는 똘망똘망한 큰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엄마, 제가 뚱뚱하다는 거예요?”송연아는 일부러 찬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진지한 얼굴로 평가를 내렸다.“요즘 좀 뚱뚱해진 것 같긴 해.”사실 찬이는 뚱뚱한 편은 아니고 체형이 딱 좋았다.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는데 얼굴은 강세헌과 판박이였다.송연아는 아들을 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찬이는 신이 났는지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나도, 나도.”윤이도 달려와서 송연아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구애린은 그 장면을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나만 낳아야겠네. 형제가 있으면 이렇게 다툰다니까.”찬이는 주동적으로 엄마의 품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송연아의 품에 안긴 윤이는 엄마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에 뽀뽀를 하더니 침까지 질질 흘렸다.“아이고...”구애린은 송연아에게 티슈를 건넸다.“언니, 엄마로서 아이들의 침도 향기롭게 느껴지죠?”송연아가 대답했다.“그래요, 향기롭죠.”그녀는 아들의 등을 부드러운 손길로 토닥였다.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원우 씨, 남자아이가 좋아? 아니면 여자아이가 좋아?”구애린의 물음에 진원우가 대답했다.“물어봤었잖아요.”구애린은 까맣게 잊어버렸다.“내가 언제?”진원우가 대답했다.“잘 생각해 봐요.”구애린은 미간을 찌푸리면서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진원우를 끌어안고는 물었다.“빨리 말해, 내가 언제 물었어?”“임신하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더니.”진원우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다 좋다고 대답했었어요.”구애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아기가 생겨도 지금처럼 나 사랑할 거야?”“당연하죠.”그는 구애린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다른 생각은 하지 마요.”구애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만 얘기하자. 얼른 짐 챙겨.”“다른 사람 결혼식에 참가하는 건데 왜 그렇게 신이 났어요?”진원우가 말을 이어갔다.“본인이 결혼식을 올리는 것처럼 그러네.”구애린이 말했다.“나 그냥 너무 답답해. 얼른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구애린은 워낙 지루하고 답답했기에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진원우가 대답했다.“알겠어요.”...국내에서.심재경은 두 아이까지 그들 모두 돌아올 거라는 소식을 받았다. 그들이 돌아오면 머무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야 했는데 심재경은 직접 장소를 찾으러 돌아다니기로 했다.강세헌과 송연아는 워낙 중요한 손님이고, 또 두 아이까지 있으니 그는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심재경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방금 샛별이를 재운 안이슬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심재경을 발견했다.“재경아.”“응?”심재경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안이슬 쪽으로 바라봤다.안이슬이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심재경이 웃었다.“네가 엄청 좋아할 소식이야.”안이슬이 바로 맞혔다.“연아가 돌아온대?”심재경이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더 맞혀봐.”안이슬이 잠깐 생각하고는 대답했다.“연아네 가족이 다 돌아온대?”그
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녀는 심재경을 배웅했다.심재경은 그녀를 끌어안았는데 사실 그녀와 1분 1초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워낙 많은 시간을 놓쳤으니 최대한 안이슬의 옆에 있고 싶었다.안이슬은 몸이 경직된 채로 서 있었고 심재경은 그녀를 놓아준 후 집을 나서려고 했다.안이슬은 방금 자신이 심재경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 같아 자책했다.“재경아...”심재경이 몸을 돌렸다.“응? 할 말 있어?”안이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조심해서 운전해.”심재경이 웃었다.“응, 너도 일찍 자.”...안이슬이 다 씻고 나니 샛별이가 깼다.그녀는 샛별이와 놀아주다가 아이가 잠들고서야 그녀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잠결에 방문의 기척을 느껴 눈을 뜨자 벌써 샤워를 마치고 잠옷 차림인 심재경을 발견했다. 그는 살금살금 걷고 있었는데 깨어난 안이슬을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깨웠지?”안이슬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샛별이는 안 깼어?”“안 깼어. 방금 확인했어.”심재경이 침대에 눕고는 말했다.“이제 자자.”그는 안이슬을 껴안으며 말했다.안이슬이 눈을 감은 후 물었다.“연아네가 머물 곳은 찾았어?”“응.”심재경이 대답했다.심재경이 직접 거처를 마련했으니 문제는 없을 거라 안이슬도 더 묻진 않았다.“이제 자자.”“응.”...다음 날.심재경은 안이슬을 데리고 외출했다.샛별이를 돌보는 일은 가정부에게 맡겼지만 안이슬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새로 온 아주머니는 아기를 돌본 경험이 없으셔.”“괜찮아, 샛별이를 잘 챙겨주실 거야. 우리 금방 돌아갈 수 있어.”심재경이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웨딩드레스, 메이크업과 같은 건 안이슬의 의견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얼리와 부케도 안이슬이 직접 골라야 했다.“이슬아, 시간이 부족하니까 웨딩드레스를 주문 제작하는 건 힘들어서 시중에 팔고 있는 걸 살 거야. 내가 알아봤는데 FORUS가 외국 브랜드더라고.
안이슬은 너무 화려한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앞부분에 있는 드레스들은 너무 화려했기에 그녀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심재경이 그걸 눈치채고는 말했다.“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거 더 봐도 돼.”“조금 더 보고.”아직 채 못 봤으니 말이다.“사모님, 혹시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세요? 제가 추천해 드릴 수도 있어요.”매니저가 웃으며 물었다.“저는 심플한 걸 좋아해요.”안이슬이 대답했다.“일찍 말씀하시죠. 다른 브로셔 드릴게요.”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가운데 책장에서 브로셔 하나 집어 들었다.“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디자이너의 디자인들입니다.”이 브로셔에는 온통 한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모여 있었다.그는 안이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안이슬이 새 브로셔를 건네받았는데 원래 브로셔의 디자인을 꼼꼼히 다 살펴보고서야 새 브로셔를 펼쳐봤다.원래 브로셔와는 달리 첫 페이지부터 마음에 들었다.첫 번째 브로셔의 테마는 불이었기에 하얀색의 웨딩드레스라고 해도 디테일이 유난히 화려했다.하지만 두 번째 브로셔의 테마는 물이었는데 그야말로 깨끗하다고 할 정도로 심플했다.“이걸 좀 보고 싶은데요.”매니저는 실물 드레스를 가져오라고 했다.이 가게의 드레스는 마네킹에게 입혀 졌는데 모두 유리로 덮여 있었다.실물을 보니 브로셔에서 봤던 것보다 더 놀랍도록 아름다웠어.안이슬이 자세히 살펴보고는 말했다.“이걸로 할게요.”매니저가 웃으면서 말했다.“안목이 남다르시네요. 이 드레스는 상까지 받았던 작품이에요.”“그래요?”안이슬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단지 이 드레스가 무척 순결하게 느껴졌을 뿐이다.‘부족한 것일수록 더 탐이 나나 봐.’안이슬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자리에 돌아와 보니 심재경은 자세히 브로셔를 살피고 있었다.안이슬이 다가오자 심재경이 말했다.“이슬아, 이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안이슬도 유심히 살펴봤던 디자인이었다. 테마는 꿈이었는데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인 패턴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