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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강세헌은 짜증이 났다. 그날 밤의 그 느낌은 너무 선명한데 최지현은 남자친구가 있었고 또 그 남자친구와 친밀한 모습을 봤을 때 절대로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그 여자는 절대로 최지현 같지 않았다.

“그날 감시 카메라가 망가져서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을 수 있어요. 다시 가서 확인해 볼게요. 혹시 그때 뭔가 남겨주신 거라도 있으시면 좋은데...”

“잠깐만... 그만해, 됐어.”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그 상황에서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가 정말로 진중한 여자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내어주는 여자에게 얼마나 순수하길 바라는 걸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였다.

생각하다 보니 이제 어떤 여자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다.

그를 지켜보던 임지훈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최지현 씨가 대표님 심기를 건드렸습니까?”

강세헌이 눈을 번쩍 뜨자 그의 눈동자는 회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칙칙했고 냉기가 가득했다.

임지훈은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

말하기 바쁘게 임지훈은 암흑에 휩싸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책상 앞에 앉은 강세헌은 조용한 분위기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임지훈한테 그만 조사하라고 한 것은 이제 그날 밤에 대한 일은 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비서가 들어와서 보고했다.

“최지현 씨한테 금액 전달했고 이제 떠났어요. 그리고 방금 서강 제약 왕 대표님 전화 오셨어요. 대표님께서 블루브릿지에 언제 도착하실 수 있는지 물었어요.”

강세헌은 그제야 자신이 약속이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서강 제약은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서강에서 항암 약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강세헌이 약속에 동의한 것은 그 사업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모두 항암 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성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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