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화

심재경이 그녀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

반 컵을 마시고 나니 타들어 가는 것 같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입안도 이제 그리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온몸에서 통증이 몰려와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심재경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마 최지현이 한 거야?”

그의 추측에 송연아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엄마로부터 송예걸이 그녀의 차를 몰고 나갔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심재경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송예걸이 그녀의 차를 몰고 나가 들이박았다는 차량은 강세헌의 차였을 것이다.

만일 강세헌의 상태가 심각했다면 필시 경찰서에서 직접 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세헌이 사람을 보내 사고를 낸 사람을 혼냈다는 건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 그저 화가 났다는 것을 설명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강세헌의 차를 박은 사람은 그녀의 이복동생이다. 그러니 그녀가 화를 당한 것 또한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선배, 저 강세헌 씨와 이혼할 거예요. 전 이미 아이 하나를 잃었어요. 계속 그와 같이 있다간 남은 아이도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녀가 힘없이 말했다.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도 밝히려고요.”

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송연아에게 강세헌과의 이혼을 권유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의 아이가 있는 이 난관을 쉬이 돌파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없으면 몰라도, 이런 상황에선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너무도 많아 감정을 키워나가기가 어렵다.

“내 생각엔 강세헌은 최지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는 버리지 못할 거야.”

심재경이 말했다.

송연아가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최지현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임신시킬 수가 있겠어요?”

그녀는 당시 어리석게도 강세헌의 괴변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최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