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헌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제 아이까지 잃고 말았다.대가가 너무 커 감당할 수가 없었다.“연아 씨 아이는... 없어. 앞으로 연아 씨 앞에서 아이에 관한 말은 하지 마. 또 가슴 아파질라.”강세헌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참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심재경은 오히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쌍둥이는 한 명이 유산되면 다른 한 명도 지켜내기 힘들어. 연아가 필사적으로 지켜내긴 했지만 감염될 위험이 너무 커. 유산할 때 아무리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라 해도 자궁에 상처 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 해.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그래도 난 잘됐다고 생각해. 애 낳지 말라고 진작 권유했거든.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낳아서 혼자 키우는 게 말이 돼? 걔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강세헌은 그의 말을 들으니 더 괴로워졌다.그가 송연아를 극도로 미워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지켜내고 싶어 했으니, 그녀가 얼마나 강인하고 용기 있는 여자인지 가히 보아낼 수 있었다.“난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넌 대체 어디서 연아를 찾았는데? 제발 좀 얘기해줘.”심재경은 자신의 궁금증을 잊지 않았다.강세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른 후 겨우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통화기록을 복원하면 연아 씨가 방금 건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어.”심재경이 흥분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그는 휴대폰을 가져와 재빨리 다뤘다. 잠시 후 통화기록이 복원되고 방금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려던 순간, 그는 흠칫 놀라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심재경은 애써 심호흡하며 전화를 내걸었다....안이슬은 송연아와 통화할 때 심재경의 목소리를 듣고 눈가에 망연한 기색이 스쳐 지났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통화를 마쳤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안이슬은 여전히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익숙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응애...”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아기가
심재경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은데 정작 목이 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안이슬은 송연아가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물었다.“연아야?”심재경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나 연아 아니야.”안이슬은 흠칫 놀라더니 곧장 전화를 꺼버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어쩔 바를 몰랐다.한혜숙은 그녀의 수상한 낌새에 잔뜩 걱정하며 물었다.“왜 그래? 연아가 위험하대?”안이슬은 강세헌이 이미 송연아를 용운시로 데려간 줄 몰랐다. 연아가 아직도 고훈의 손에 있는 줄로 여겼다.안이슬이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그런데 왜...”한혜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안이슬은 전화를 안 받고 발신자 번호만 뚫어지라 쳐다봤다.한혜숙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안이슬이 대답했다.“연아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문밖을 나섰다.거실을 지나 발코니에 왔지만 벨 소리는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안이슬도 잇달아 마음이 심란했다.심재경은 그녀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 기세였다.한참 고민하던 안이슬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심재경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끊지 마.”안이슬은 잠시 침묵하다가 질문을 건넸다.“연아는 좀 괜찮아?”“나 너랑 연아 얘기 하려는 게 아니야.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너 지금 어디야?”심재경이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지만 안이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이에 심재경은 흥분 조로 쏘아붙였다.“그때 한마디 말도 없이 잠수 이별하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어. 내가 널 얼마나 찾아 헤맨 줄 알아? 우리 사이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너 나한테 뭐라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이슬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우린 안 맞아...”“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워. 지금 만나, 너 어디야? 그것만 말해!”심재경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안이슬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재경아, 널 떠나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 인제 각
안이슬이 웃으며 답했다.“그래요. 저를 너무 어렵게 대할 필요 없어요. 연아처럼 생각해주세요.”한혜숙은 아기를 안고 가볍게 토닥거리며 잠을 재웠다. 그녀는 안이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연아도 애를 낳았으니 너도 이젠 슬슬 결혼해야지. 가짜 결혼 말고 제대로 된 결혼 말이야.”안이슬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녀는 전혀 한혜숙이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안이슬의 엄마도 돌아가시기 전에 한혜숙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다만 이젠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안이슬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심재경은 가장 빠른 속도로 청양시에 도착했다.도착하니 아직 날이 밝지 않아 해 뜰 때까지 기다려서야 곧바로 안이슬과 약속한 장소로 달려갔다.약속 시간이 되자 안이슬이 찬이를 안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밤새 한숨도 못 잔 심재경은 낯빛이 어둡고 눈앞이 캄캄했다.안이슬이 아기를 안고 왔지만 그는 별생각이 없었다.오직 그녀에게만 모든 신경이 쏠렸다.‘살 빠졌네, 전보다 훨씬 많이 빠졌어.’심재경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며 애틋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이슬아.”안이슬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심재경은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니 마냥 기뻤다. 별다른 이유 없이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그거 알아? 네가 날 떠난 동안 매 순간 널 그리워했어.”안이슬은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만 그녀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 결혼했어. 이 아이는 내 아기야.”심재경은 순간 방망이로 머리를 처맞은 기분이었다!그제야 그녀 품에 안긴 아기에 시선이 쏠렸다.그는 짙은 두 눈으로 정색하며 물었다.“뭐, 뭐라고? 너... 결혼했어?”심재경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로 외쳤다.“난 안 믿어, 못 믿어!”안이슬은 그를 사랑하기에 절대 딴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을 리가 없다.설사 그의 옆을 떠났다고 해도 그건 안이슬만의 또 다른
대문짝만하게 적힌 고훈이란 이름을 본 순간,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고훈이 갤러리 전시회를 열어? 게다가 나한테 일부러 초대장까지 주는 거야?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의도가 뭐야?’송연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무슨 생각 해요?”이때 강세헌이 문을 열고 들어와 송연아의 손에 쥔 물건을 보더니 덥석 가져갔다.“뭐에요?”송연아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고훈 씨가 보내온 거예요.”고훈이란 두 글자에 강세헌의 낯빛이 확 돌변했다.그는 미간을 구기며 초대장을 열어 내용을 읽어보았다.“가고 싶어요?”송연아는 아직 고훈과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녀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강세헌을 자극해 하루빨리 이혼해주고 그녀를 놓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말했다.“네, 가고 싶어요.”강세헌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송연아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지만 그야 당연히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훈은 몇 번씩이나 그녀를 갖고 싶어 했으니까.이번에 전시회를 연 것도 아마 송연아를 위해서겠지.고훈은 비록 명문대 출신이라 지적이긴 하지만 예술 쪽으론 문외한이다!강세헌은 왠지 고훈이 다른 의도를 품고 갤러리 전시회를 여는 것 같았다.“지금은 산후조리 기간이라 푹 쉬어야 해요.”강세헌은 대충 핑계를 둘러댔다.하지만 송연아는 매우 단호했다.“나 갈 거예요.”강세헌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녀는 더 하고 싶어진다.그에게만 청개구리 기질을 보이는 듯싶다.남쪽으로 가라고 하면 그녀는 한사코 북쪽으로 간다.강세헌은 말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송연아는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단호하게 말했다.“나 무조건 갈래요.”“알았어요.”강세헌은 송연아가 전혀 뜻을 굽힐 기미가 없다는 걸 보아냈다.“나랑 함께 가요. 혼자 보내는 건 내가 마음이 안 놓여요.”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세헌 씨 엄청 바쁘잖아요. 가서 볼일 보세요. 저는 아주머니랑 함께 가면 돼요. 걱정 말아요, 이번엔 절대 안 도망칠 테니까. 세헌 씨가 나랑 이혼해줘야 나도 시름 놓고 떠나죠.”
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본 강세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추워요?”“아니요.”송연아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그에게 한 글자도 더 말하기 싫은 듯했다.강세헌은 싸늘한 그녀의 말투에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더 헤아려주고 보듬어주기로 했다.그녀는 아이를 잃고 산후조리 중인 데다가 강세헌이 건물 아래로 밀쳐버렸으니 그를 미워해도 이해됐다. 충분히 원망할 짓을 했으니까.강세헌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그는 다른 쪽 차 문을 열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갤러리 전시장에 도착한 후 기사가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가져왔다.강세헌도 차에서 내려 송연아를 안고 휠체어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그녀의 다리에 얇은 담요도 덮어주었다.송연아는 고개 들어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고훈은 장소 선택이 참 탁월했다. 용운시 옛 성문은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대 건축물이라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여기 서서 봐도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강세헌이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엔 수많은 차들이 세워졌다.오늘 고훈은 적잖은 사람들을 초대했다.전시장에 들어선 후 송연아는 벽에 걸린 그림을 보더니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고훈이 왜 갤러리 전시회를 열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전에 그녀는 청양시에서 화실을 열었는데 나중에 고훈이 전부 폐쇄해버렸고 흔적조차 말끔히 지웠다. 목적은 바로 강세헌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 안에는 그녀의 그림이 엄청 많았다.이번에 갤러리 전시회를 주최한 의도가 강세헌을 엿 먹이기 위해서인가?송연아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마음대로 하라지 뭐. 세헌 씨가 이 일로 나랑 이혼해주면 오히려 잘된 일이잖아.’“강 대표.”고훈은 그들을 보자 하던 얘기를 마치고 재빨리 이쪽으로 걸어왔다.“너도 왔어? 나 너한테 초대장 안 보낸 것 같은데?”그의 전시회는 강세헌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최한 것이다.강세헌이 무조건 올 거란 보장이 있었다.하여 고훈은 일부러 이렇게
고훈은 그에게 대놓고 자랑질하며 도발했다!송연아는 이상하게 마음이 찔렸다.그녀도 대체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오늘 고훈이 초대한 사람들은 전부 상류층 인사들이라 장내가 매우 화려했다!다만 보통 갤러리 전시회는 유명한 화가들만 열 수 있다.듣도 보도 못한 작은 인물이 그린 그림을 대체 누가 감상할까? 심지어 거액을 들여 그림을 사는 건 더 말할 가치도 없다.전시회장의 그림들은 전부 서명이 되어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에게 질의하듯이 물었다.“고훈 씨, 이 그림들 다 어디서 구했어요? 왜 서명도 없죠?”고훈이 웃으며 답했다.“다들 조급해하지 말아요. 잠시 후에 이 그림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여러분께 알려드릴게요.”“저희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그림은 참 괜찮지만 화가의 서명이 없어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네요.”고훈이 웃으며 답했다.“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그의 시선이 강세헌에게 쏠렸다.강세헌은 아예 그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벽에 걸린 그림만 지켜봤다.예술은 모르지만 이 그림들은 감상할만했다.마치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하객들이 다 도착하자 고훈이 무대 위에 올라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늘 전시회를 압도할 그림은 두 폭입니다. 한 폭은 경매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마음에 드신다면 얼마든지 경매해도 돼요. 두 번째 그림은 오늘 전시회의 보물급 명화이니 감상할 순 있지만 판매는 사절입니다.”“잔말 말고 빨리 보여주기나 해요!”누군가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고훈은 직접 빨간 천을 내렸다.곧이어 사람들 눈앞에 명화가 나타났고 유명 화가 K의 서명도 있었다.다들 명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한 소녀의 초상화였는데 창가 쪽에 곧게 서 있는 소녀는 흰 가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발목까지 드리워진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배가 살짝 불러나온 걸 보아 임산부의 초상화가 틀림없었다.미인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드리워지고 또렷한 눈매에 모성애가 저절로 차 넘쳤는데 마치 저 하늘의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강세헌과 가격 다툼을 벌이게 할 사람을 구했다!고훈은 반드시 강세헌한테서 크게 한턱 받아내야 한다!같은 남자로서 그는 누구보다 강세헌을 잘 이해한다.강세헌이 송연아에게 감정이 있든 없든 절대 제 아내의 그림이 외부에 새어나가는 걸 지켜볼 자가 아니다. 강세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송연아는 딴 남자의 아이를 가졌으니 이 그림으로 그에게 망신을 주면 된다. 송연아는 딴 남자를 만났었고 임신까지 했었다! 강세헌에게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을 것이다!‘분명 이 그림을 사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지!’고훈이 제멋대로 예측했다.장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전시회장에 온 사람들이 부자인 건 맞지만 다들 무작정 돈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그림 한 폭이 이유 없이 수백억에 팔리다니, 다들 마냥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강세헌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칼같이 단호하고 단 한 번도 손해 본 적이 없다.그런 그가 지금 수백억을 들여 한 폭의 그림을 사려 하다니, 사람들은 그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강세헌은 고훈의 꼼수를 훤히 꿰뚫었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가격은 그에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그에게 주는 큰 의미였다.강세헌의 아이가 한때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걸 뜻하니까.그는 곧바로 가격을 외쳤다.“1000억.”장내에 탄식이 울려 퍼졌다.이는 거의 모든 이의 예상을 초월했다. 660억도 가치가 없다고 느꼈으니 말이다.그의 말을 들은 송연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고개 돌려 강세헌을 쳐다봤다.“이 그림, 그만한 가치가 없는 그림이에요.”강세헌이 입술을 앙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상대에게 달려있다.강세헌에게 이 그림은 값을 매길 수 없다.그는 돈에 인색하는 자가 아니다!고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도 슬슬 이해할 수 없었다.강세헌이 이 그림을 살 거란 보장은 있지만 그의 예측 가격은 800억 좌우였다.하여 미리 불러온 사람에게도 60억만 더 올려 강세헌에게 여지를 주라고 했
아니나 다를까 고훈은 이 일을 감쪽같이 잊고 있었다. 그때 그림을 다 그린 후 그는 송연아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었다.“우리 저쪽 가서 얘기할까요?”고훈은 송연아가 그와 같은 편일 거라고 여겼다.송연아는 강세헌에게 밀려 건물에서 떨어졌고 다리도 깁스하고 있으니 분명 그를 원망할 것이다.지금 강세헌에게 거액을 갈취했으니 송연아는 누구보다 기뻐해야 한다.“그냥 여기서 하시죠.”송연아도 강세헌이 돈을 뜯기는 건 아무 의견이 없다.다만 고훈이 지금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이 돈은 그녀도 한 몫 받아야 한다.전에는 돈의 중요성을 전혀 몰랐지만 이젠 수입도 없고 아이와 부모까지 책임져야 하니 돈 쓸 곳이 너무 많다.그녀는 아이와 부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훈도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고 강세헌 앞에서 대놓고 돈 계산을 했다.“3대7로 나누는 건 어때요?”그는 강세헌에게 너무 많은 돈을 손해 봤고 이 전시회도 강세헌을 위해 기획했다.하여 그가 좀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송연아는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 고훈의 입에서 3대7이라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그녀는 단지 고훈한테서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 한혜숙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엄마랑 찬이가 적어도 먹고 지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야 하니까.“만족스럽지 못해요?”그녀가 아무 말 없자 고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너무 많이 욕심냈나?’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송연아가 말했다.“만족해요.”그녀의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뒤에 서서 뜻밖의 기색을 드러냈다.‘두 사람 지금 날 호구로 아는 거야? 아직 돈도 안 줬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어? 심지어 내 앞에서 대놓고 이렇게?’다만 송연아가 일부를 챙겨간다는 사실에 강세헌은 내심 흐뭇했다.‘내가 돈을 쓴 보람이 있네.’“아직 한 작품이 더 남았는데 어때 강 대표? 더 볼 의향 있어?”고훈이 실실 쪼개며 물었다.강세헌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송연아의 휠체어를 밀면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