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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심재경은 더 따져 묻고 싶었지만 강세헌 때문에 이쯤에서 멈췄다. 그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세헌은 심재경 때문에 송연아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 따라 나와.”

심재경이 풀이 죽은 채로 따라갔다.

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그에게 건넸다.

“바보같이 왜 그래?”

심재경이 곧바로 반박했다.

“그래, 너 잘났다. 연아가 도망치면 사방으로 쫓아다니고 말이야. 세상에 널린 게 여자이고 널 좋아하는 여자들도 엄청 많은데 뭣 하러 연아 때문에 못 죽어 안달이야?”

그는 원망을 다 늘려놓기 전에 한기를 느껴 대뜸 말을 멈췄다.

강세헌은 그의 휴대폰이 삭제한 통화기록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심재경은 그의 마음만 후벼팠다!

강세헌은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넌 산부인과 의사도 아니니 여기 있을 필요 없어. 당장 꺼져.”

말을 마친 후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심재경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채고 곧바로 해명했다.

“미안해. 나도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화 풀어, 응?”

강세헌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병실 문을 열었다. 안달이 난 심재경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강세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놔!”

심재경은 바로 손을 놓으며 배시시 웃었다.

“한 번만 봐줘. 이것 하나만 물을게. 너 그때 어디서 연아를 찾았어?”

송연아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그녀가 숨어 지내는 곳이 어쩌면 안이슬이 숨어 지내는 곳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안이슬은 전에 송연아와 제일 친한 사이였으니까.

심재경은 나름대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빨리 돌았다.

강세헌은 문을 닫고 복도 끝의 창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심재경도 뒤따라갔다.

“너 연아 씨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어? 연아 씨에 관한 얘기 좀 해봐.”

강세헌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곧게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라인이 어우러져 바닥에 비춘 그림자마저 눈부시게 빛났다.

심재경은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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