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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5년도 넘기지 못할 거야

고다정은 난처한 듯 답했다.

“묻는 사람이 없어서 굳이 말하지 않았어요. 의술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진맥 정도는 조금 할 줄 알아요.”

의술을 안다고 하면, 오만방자하다고 생각할까 봐 얼버무려 얘기했다.

의술이 뛰어난 스승님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 일반적인 병을 진찰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구남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 사람을 믿어야 할지 고민 중인 듯했다.

“조금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이죠? 고다정 씨, 저는 도련님 목숨으로 장난칠 수는 없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다정은 구비서의 말을 끊었다.

“지금 병원으로 옮기기엔 이미 늦었어요. 지금 이분은 기운이 약해져서 언제든지 목숨이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병원까지 꽤 멀어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고 해도 차로 30분은 족히 걸릴걸요. 그 난리를 피울 동안, 이분은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 같습니다만…….”

다정의 말을 들은 소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일리가 있긴 한데,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고다정 씨, 그럼, 도련님의 병을 치료할 방법이 있습니까? 지금 상황이 매우 위험한 듯합니다.”

구남준은 아무 말없이 다정만 쳐다보았다. 눈빛에 그가 원하는 답이 뭔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다정은 한숨을 내쉬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의학에는 한계가 있어요. 병을 100%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의사는 없을 겁니다. 하물며 이분은 지금 목숨이 반밖에 남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세요.”

구남준은 마음속으로 저울질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정은 이곳의 단골이다. 소영도 그녀를 여러 번 봤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연구개발한 약초도 효과가 뛰어나, 신수 어르신도 평소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의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급박하니, 그냥 속는 셈 치고 맡겨볼 수밖에…….’

“구 비서님, 다정 씨에게 한번 맡겨 봅시다. 차도가 있다면 좋고…… 만약 안 된다면 병원에 갈 수밖에요…….”

소영이 구남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구남준은 몸을 돌려 다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다정은 곧 손을 들어 침대 위 남자의 맥을 짚었다.

맥이 떠 있고, 맥박이 미약했다. 심맥이 손상되었다는 뜻이다.

다정은 귀를 기울여 그의 호흡을 들었다. 미약한 기운이 그녀의 귓바퀴를 자극했고, 호흡의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최근에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까?”

“있어요, 왼쪽 어깨에……. 그리고 우리 도련님 지병이 재발한 듯합니다.”

구남준의 말투가 망설이는 걸 보니 분명히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다정은 남자의 상의 옷자락을 젖혔다. 건장한 몸매, 가지런히 줄 서 있는 8개의 초콜릿 복근이 한눈에 들어왔다.

얼굴이 빨개질 겨를도 없이 다정은 거즈로 대충 싼 어깨 쪽 큰 칼자국에 검붉은 피가 스며든 것을 보았다.

거즈를 벗겨 보니 빨갛게 부은 상처에 고름이 찼다. 무슨 약을 발랐는지 분명 별 소용이 없는 듯했다. 이미 감염되었다.

상처를 보고 나니 대충 감이 왔다. 어깨에 난 상처가 감염되면서 열이 났고, 게다가 지병이 재발하면서, 심맥이 손상되고 호흡과 맥박이 약해진 것이었다.

“다정 씨, 치료할 수 있겠어요?”

소영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외상도 그렇고, 열도 그렇고, 상황이 위급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은 통제 가능한 범위라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골치 아픈 건 지병인데…….”

다정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곧 맥을 다시 짚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미 몸이 상한 데다 내상까지도 심각해. 양의로는 외상을 치료하고, 열을 내릴 수 있지만, 내상은 치료할 수 없어.’

‘고대의학의 약리로 치료하면 모를까나, 지금의 몸 상태로는 아마 앞으로 5년은 넘기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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