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화

“조금 전에 역경을 나랑 같이한다고 맹세하던 사람은 어데 갔어? 뭐 갑자기 하라니까 마음이 쫄려?”

절망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는 표정의 성도윤은 냉소를 지어 보였다.

“됐어. 뭐. 가려면 가. 나 혼자 죽든 말든 상관 말고 가. 이런 꼴로 살아서 뭐 해.”

차설아는 전형적인 강강약약 스타일이라 성도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모른척하고 가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까지. 간호한다 해. 돈까지 준다는데 못 할 게 뭐야!”

차설아는 시원스럽게 말했다.

성도윤이 이렇게 된 게 결국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었기에, 또 인정을 빚지고는 못 사는 차설아라, 내버려 두면 본인 마음이 더 불편했을 것이다. 어차피 겨우 서너 날 정도면 될 일이라, 그녀만 참고 눈 딱 감으면 지나갈 일이었다!

“선택은 당신이 한 거야. 강요하지 않았어, 난.”

대표 성도윤은 새침하고 도도하게 얘기했다.

“네, 네. 미천한 제가 배불러 터져서 기꺼이 도련님을 간호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네요. 그죠?”

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맘속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입만 살아서, 츤츤거리기는!’

성도윤은 자본주의 각성이 몸에 밴 사람인지라, 곧바로 비싼 노동력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나 목마른데 물 좀. 참고로 난 36도의 미지근한 물만 마셔. 물의 온도는 더도 덜도 안 돼.”

“아...”

그 말에 차설아는 주먹이 울었다.

차설아가 투덜거리며 그가 마실 물을 받아주려고 몸을 돌리자, 성도윤의 한쪽 입고리가 귀에 걸릴 만큼 올라가 있었고 그윽한 눈빛에는 여우 같은 교활함이 묻어있었다.

그사이 의사와 간호사가 진찰하러 들어왔고 의사가 조심스럽게 성도윤에게 물었다.

“환자분, 몸 어떠세요?”

“그걸 의사인 당신들이 더 잘 아는 거 아닌가요? 굳이 입 아프게 그걸 나한테 물어요?”

성도윤은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입을 꾹 닫아버렸다.

의사는 난처한지 손을 비벼 대는 모습을 취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환자분, 저희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 느끼는 현상은 독사에 중독되면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긴 한데 조금 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