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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지... 지금 하라고?”

차설아는 병상 위에 옴짝달싹하지 않는 남자를 보다가, 직업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는 의사와 간호사를 보더니, 자승자박, 제 발등을 제가 찍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몰려왔다.

“그러면 독이 심장이고 머리고 다 퍼진 다음에 하려고? 내가 죽기를 기다렸다가?”

성도윤의 싸늘한 한마디에 차설아는 목이 메어 말을 못 했다.

“남녀 칠 세 부동석인 법, 내가... 내가 하기엔 불편하지 않겠어?”

차설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직 도윤의 손도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데, 온몸에 약을 바르라고 하니,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반면 의사는 이해가 안 가는 눈치였다.

“사모님, 무슨 말씀을? 아내분께서 그러시면 안 불편한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아! 제 말은, 제가 간호사가 아니라서 전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럼 더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약으로 몸을 닦아낼 때 최대한 곳곳을 세심히 다 바르셔야 합니다. 마사지해 주듯이 잘 문지르고 해야 약물 흡수가 잘됩니다.”

의사는 할 말만 끝내고 간호사한테 방금 달인 약과 흰 거즈를 차설아에게 건네라고 눈치 줬고 병실을 나갔다.

“사모님, 얼른 서두르세요. 약이 식으면 효과도 크게 떨어집니다.”

‘이래 놓고 갔다고?!’

차설아는 은은하게 붉어진 두 볼을 하고 성도윤을 등지고 약을 바르지도, 안 바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성도윤의 눈빛은 재미난 볼거리를 보듯 했다. 그녀의 뒷모습은 청아하고 얌전하고 고왔다.

“그렇게 쭈뼛쭈뼛하는 건, 당신이 날 좋아하니까 민망해서 그러는 건가?”

“아니거든!”

차설아는 돌아서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당장 이혼할 마당에 무슨. 미쳤다고 내가 당신을 좋아하겠어?”

성도윤은 눈썹을 올리더니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을 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성도윤은 그녀가 왠지 백 번 더 자존심 부리는 것 같았고, 차설아는 부끄러운 얼굴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둘 다 자존심만 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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