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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한진영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확인하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여보, 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구씨 가문은 비록 상위 1%에 속하는 재벌 집은 아니더라도 세인시만큼은 가뿐히 상위권을 꿰찰 수 있는 집안이다.

왜냐하면 구천명의 아버지 세대부터 이미 사업에 몸담기 시작했다.

나중에 구천명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나서는 부잣집으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아 규모를 키웠을뿐더러 수집광으로서 막강한 재력을 통해 단숨에 컬렉션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금고에 차곡차곡 모아둔 소장품만 하더라도 부부가 평생을 먹고살기에 충분했다.

설령 사업하다가 손해를 본다고 한들 구천명은 걱정이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수집품의 가치가 매년 상승하기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훨씬 더 쏠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몇조의 막대한 재산을 하루아침에 탕진하다니?

파산해서 재산을 압류한다는 게 당최 무슨 말인가?

즉, 금고에 있는 보물들도 더는 구천명의 소유가 아니라는 뜻인가?

가압류되고 나서 다음 단계는 합법적인 경매를 통해 거액의 빚을 갚는 것이다.

아내의 물음에 구천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일단 현실을 받아들여.”

한진영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부부가 피땀 흘려 일군 가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으니 어찌 상심이 크지 않겠는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이 말을 하는 구천명의 목소리에 허탈함이 가득했다.

제복 차림의 무리는 집안의 물품을 기록하고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내 두 사람은 정원으로 쫓겨났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호화 별장은 그동안의 으리으리함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구천명은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고, 분노를 애써 억누른 채 말했다.

“내가 졌어요. 이제 모든 재산을 잃었으니 한낱 패배자에 불과하죠. 두손 두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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